인디아나에서 한 동안 살았던 필자의 옛 집의 뒤뜰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토네이도가 그 마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한 그루의 나무는 뿌리채 뽑혀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땅위로 드러나 그 나무의 뿌리라는 것이 깊이 박히지 못하였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곳의 흙은 기름지고 물이 풍부하므로 나무들마다 뿌리가 깊지 못했던 것입니다.

필자가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본 광야는 온통 붉은 흙과 모래, 그리고 돌들로 가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도 곳곳에 사막에 사는 잡목인 부쉬(bush)들이 보였습니다. 그 사막의 부쉬들은 밤과 새벽의 기온차로 생기는 이슬이 수분을 공급하게 된다고 합니다. 광야에서 이슬을 먹고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광야에는 드문 드문 서있는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싯딤나무였습니다. 오아시스가 있거나 물이 있는 지역에는 종려나무(Palm Tree)들이 있지만 황량한 광야에는 싯딤나무들이 있었습니다. 싯딤나무는 아카시아과에 속한 나무로서 성경에서는 한글 성경에서는 아카시아 혹은 조각목으로 번역된 나무로서 법궤를 만드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서 자생하는 이 나무는 그 뿌리가 거의 100미터나 땅 속으로 내려갈 정도라서 건조한 곳에서도 산다고 합니다. 무리지어 있지 않고 한 그루씩 자라는 그 나무는 가볍고도 내구성이 강하여 목재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인 호세 카레라스(José Carreras Coll)에 대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테너 빅3’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가 있다. 세계인들은 그의 목소리를 ‘신이 준 선물’이라고 극찬한다. 카레라스는 ‘고난의 강’을 건넌 후 훨씬 감동적인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1987년은 카레라스에게 인생의 전환점 이었다. 그는 백혈병 판정을 받고 절망했다. 그리고 2년동안 노래를 중단하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했다. 사람들은 그의 재기를 의심했다.그러나 그는 불굴의 의지로 백혈병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신의 목소리’를 세계인들에게 선물했다.카레라스는 최근 한국에서 콘서트를 가진 후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습니다.그 방법을 내게 가르쳐주십시오” 고난의 강을 건너본 사람은 인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진다.오늘의 시련은 내일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좋은 재료다.다만 지금 이 시간이 약간 힘들 뿐이다.

아이들이 신체가 자라면서 갖는 통증을 그로잉 페인이라고 부릅니다. 뼈와 근육이 자라면서 통증을 경험합니다. 주로 밤이면 그 통증을 느끼고 아침이 되면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잠자는 시간에 성장이 많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러는 두통도 경험된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성장통, 영어로는 그로잉 페인(Growing Pain)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육체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신체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아픔을 경험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겪는 아픔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더러는 거절당함과 이별을 겪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의 순간들을 통해 어른스럽게 자라갑니다. 인격적인 성숙도 그 아픔의 과정을 통해 다듬어지고 지혜를 배워갑니다. 수 많은 고난과 아픔, 그리고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왠만한 바람도 견디는 뿌리깊은 나무와 같이 세상의 풍랑을 잘 견디어 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모난 곳이 깍이고 다듬어져 갑니다. 타인에게 불편함과 상처를 주던 이기심과 거친 성품도 남을 이해면서 편안함을 주는 자로 변해갑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겸손을 배웁니다. 사랑의 성숙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 무르익으려면 아픔이 있습니다. 아픔이 없는 성숙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