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 신학대학원에서 예배학 교수와 한미목회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이번 주말은 미국 남부 끝자락 멕시코와의 경계선 인근에 위치한 샌안토니오의 명물 산페르난도 대성당을 방문하였다. 저마다 제일 첫 번째 XX라고 주장하듯이 이 교회 또한 자랑이 1731년도에 세워진 미국의 가장 오래된 대성당이라고 한다.

그런데 1월 첫째 주 방문한 볼티모어 바실리카가 첫 번째 대성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다시 웹 사이트에 들어가 자세히 읽어보니 볼티모어는 미국이 자유국가로서의 독립을 선언하고 1806-1821에 제일 처음에 건축한 건물이고 오늘 방문한 대성당은 미국이 독립하기 이 전 스페인의 멕시코 식민지를 통하여 1731년 콜로니알 시대에 세워진 정말 오래된 건물의 샌안토니오 대주교가 있는 대성당이다.

▲ⓒ교회 홈페이지
마침 장로교 교회교육자들의 연례행사인 APCE모임의 워크샵 강사로 초빙된지라 컨퍼런스 장소인 샌안토니오에서 하루를 더 연장하여 머무르면서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성페르난도 예배탐방을 하게 되었다.

이교회를 소개받게 된 것은 예일대학교의 종교음악연구소에 실린 비질리오 엘리잔도의 기사덕분이다.

엘리잔도는 일찍이 갈릴리신학(Mestizo)을 소개하며 미국신학교에 멕시코-미국인의 이중 언어 및 이중문화 신학을 정리하여 유명하여진 가톨릭 신학자로서 산페르난도 교회를 섬기며 그 성장과 함께 한 인물이다.

그는 타임지에서 여러 차례 미국을 이끄는 영적지도자로 소개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노틀담 대학교의 히스패닉 신학 교수로 있다. 그의 리더십으로 라틴계의 크리스마스 의식인 라스 포사다스가 정착되었고 부활절에 예쁘게 장식된 달걀껍질과 채워진 내용물을 사람들의 머리위에서 부수며 기쁨을 나누는 멕시코 사람들의 의식인 “Cascarones“와 같은 여러 예배의식들이 개발되고 지켜온 교회로 미국뿐만이 아니라 남미전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산페르난도의 가장 잘 알려진 예배는 성금요일 15,000의 군중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의 수난 드라마 Passion Play일 것이다. 이 예배에는 예수를 대신하는 한 남성을 십자가에 직접 매어달아 성금요일의 십자가 사건을 교회 앞 광장에서 재현하며 많은 사람들을 십자가 구원사건의 현장으로 매년마다 안내하고 있다.

로마가톨릭은 주일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토요일 저녁미사를 주일 아침미사와 동일시하고 있다. 사전 정보에 따르면 토요일 저녁은 이중 언어로 드린다고 하기에 예배시작 1시간 전부터 교회에 도착하여 돌아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개인 기도를 드리며 미사 준비를 하고 있다.

약 200여명이 모인 예배는 가톨릭 규례를 따라 영어와 히스패닉 이중 언어로 인쇄된 순서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시작과 구약봉독은 영어로, 시편은 기타반주와 성가대가 인도하는 스페인어로, 서신서는 서반아, 복음서는 영어, 설교는 영어,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이중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Lectionary를 지키며 마가복음 1:21-28의 귀신들린 자의 병 고침을 짧은 설교로 약 7분 동안 전한다.

그리고 니케아 신조를 고백하는데 그 긴 문장을 신도들이 보지 않고 외워서 진행함이 새로웠다. 기도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번갈아 가면서 하고, 찬송은 독특한 멕시코 전통을 살려 마리아치 밴드와 성가대가 인도하는데 회중은 거의 소리 내지 않고 작게 따라 부르는 모습이다.

▲ⓒ교회 홈페이지
미사의 하이라이트인 성만찬은 사제들이 Wafer를 직접 먹여주던가 손에 쥐어주고 잔은 평신도리더가 들고 있으며 그 잔을 끌어당겨 직접 한 모금씩 마신다. 만약 잔에 포도주가 떨어지면 다시 채워오는데 사람이 없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잔을 더 이상 찾지 아니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성찬이 끝나고 두 번째 헌금으로 성찬헌금 바구니를 돌리는 것이 또한 이색적이다.

오늘이 평주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소문과 달리 예배가 특별히 준비된 것 같지 않은 인상이었다. 성금요일과 같은 특별절기에 와야 그 진한 맛을 볼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제는 미사 마지막의 축도로서 회중에게 각자 가지고 온 기도 묵주 혹은 초 및 상징물들을 꺼내 들라고 부탁하고 상징들을 향하여 하나님의 이름으로 송축하고 믿음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기도하며 회중사이를 돌면서 성수를 뿌려준다.

예배는 정확하게 1시간에 끝났다. 그런데 퇴장하면서 전혀 생소한 의식이 진행된다. 사제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이 두 개의 양초 밑 부분을 꼬아서 만든 처음 보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앞으로 줄서서 나오는 회중들의 양 어깨위에 올려놓고 머리에 손을 얹어 안수기도를 하여 주는 것이다. 이 의식의 이름은 무엇일까? 아무 사전 설명 없이 진행되는 순식간의 일이라 이것 또한 멕시코 가톨릭의 독특하고도 다양한 경건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였다. 어떤 날은 회중이 무릎으로 기어서 성전에 들어오는 날이 있지 않던가?

의식이 끝나고 물어보니 다음 주에 성인으로 기념하는 St. Blase의 목젖이 아프지 말라고 축도하는 가톨릭의 기도의식이다. 한 해 동안 감기를 비롯하여 아프지 말라고 목을 따뜻하게 하는 의미로 양초를 어깨위에 올려놓고 기도하여 주는데 불을 붙임을 생략함은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배 후에 아픈 자들을 위하여 손을 얹고 기도하는 모습들을 보며 매우 따뜻하고 친근한 라틴의 정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시작부터 시청 앞을 지키고 있는 이 교회가 있기에 이 도심지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교회 정문을 나서니 교회 앞 광장에서 연주회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인다. 그리고 교회 앞을 통과하여 샌안토니오의 도심지를 가로 지르는 물줄기가 서울 청계천의 물살과 같이 빠르게 흐르지는 않지만 초록색 빛을 띠고 배가 지나가기 적당한 수심으로 관광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 곳에 성금요일 날 전국에서 성지순례로 모인 수많은 회중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선물가게에서 소개받은 연락처로 작년도 성금요일 예배실황 DVD를 주문하여야겠다. 이곳을 구별된 거룩한 장소로 만들어준 구별된 거룩한 시간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