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대(對) 이슬람 연설을 통해 전 세계에 종교 간 관용을 이룩해나가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이슬람권이 함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과 이슬람권의 ‘새로운 시작’을 요청하며, 중동과 세계 평화를 위해 서로가 협력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한 시간 가량 지속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이슬람권이 직면한 우선적인 현안들로 폭력적 극단주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철군, 이란 핵 문제 등을 지목했다. 그는 이어서 종교자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이는 미국과 이슬람권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인간은 그들이 지지하는 교파에 기반한 신앙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관용 정신은 한 종교가 번영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관용이 오늘날 여러 상황에서 도전 받고 있다”며 "일부 무슬림들에게는 그들의 신앙을 다른 신앙에 대한 거부로 규정 짓는 성향이 있으며, (심지어)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처럼 무슬림들 간의 단절도 좁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과의 화해를 요청하는 이 연설에서 그는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언급하고 “이슬람은 관용의 전통을 지닌 종교이고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필요한 정신”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편 “종교의 자유는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핵심”이라며 “우리는 항상 이같은 자유가 어떠한 방식으로 보호받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권에 종교자유를 요청하는 이상으로 미국과 서방세계 역시 이슬람과 이슬람 전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달리 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신앙은 모두를 하나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처럼 전 세계에서도 종교 간 협력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방문에 앞서 미국의 종교 박해 감시단체들로부터 이번 연설에서 종교자유 문제를 반드시 거론해 줄 것을 요청 받았다. 이들 단체 중 하나인 미국 오픈도어즈의 칼 모엘러 회장은 연설 직후 “종교자유 문제를 직접 꺼낸 것은 훌륭하다”고 높이 평가한 동시에, 많은 이슬람 국가들에서 기독교인들과 소수 종교인들이 겪고 있는 박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실패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의무 중 하나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맞서는 것”이라며 이슬람권 역시 미국이 ‘이기적인 제국주의 국가’라는 시각을 버려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이슬람권이 ‘의심과 불화의 고리를 끊자’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팔 문제와 관련해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안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표명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서는 군부대를 유지할 의사가 없으며, 테러리스트 척결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까지 이라크에서 철군한다는 약속 역시 재확인했다. 또한 이란 문제를 언급하며 이란이 비록 핵 에너지를 개발할 권리는 있으나 핵 무기보유에 나선다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이외에도 미국이 향후 중동의 민주화와 여성의 인권 신장 등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협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그가 대선 후보 시절 이슬람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취임한지 100일 내에 이슬람 국가의 수도에서 연설을 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