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가 양지 캠퍼스 뒤편에 불법으로 세워지고 있는 송전탑 설치에 맞서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가운데 2일 최악의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새벽 4시경 한국전력과 시공사 대우건설측은 용역 1백여명을 동원해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 소식을 듣고 달려온 8백여명의 학생들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학교측 5명이 부상당해 병원이 입원 중인 상태다.

양측의 대치 상황이 오후까지 지속되는 동안 학생들은 공사 진행을 필사적으로 막아냈으며 학교와 한전의 합의하에 오후 5시 경 양측 모두 철수했다. 한전은 24일 주일 오전 설치되고 있는 세 개의 송전탑 중 하나인 42기를 역시 기습 공사로 완료했다.

학교측은 특히 지난 22일 재단이사회서 송전탑 이전에 필요한 토지 구입을 결정하고 한전측에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공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양지 캠퍼스와 이어진 토지 12만평을 구입하기 위해선 약 72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지며, 권력형 비리 및 특혜 의혹에다 절차적 불법성이 명확했던 만큼 학교측이 모든 것을 양보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측은 지난 2주간 동안 지속적으로 공사 움직임을 보인 끝에 총신대의 결정 이틀 뒤인 주일 새벽,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린 사이에 공사를 재개해 결국 이번 사태까지 초래했다.

대책위 허경 목사는 “한전에 토지 구입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었다”며 “하지만 이미 예정된 공사기간이 6월이었다는 이유로 이마저 소용없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들려와 황당했다. 지난 1년 5개월 동안 속은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한편 학교측은 내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학부생들까지 참여하는 최소 3천여명 규모의 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총회 산하 전국교회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