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한파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세계 어느 곳에 가도 교회를 가장 먼저 세우는 한국인의 영성은 세계 곳곳에서 ‘선교의 열매’를 맺고 있다. 단기선교 시즌인 6월을 앞두고, 지역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선교를 조명해본다. 가는 선교사만큼 중요한 ‘보내는 선교사’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각 교회의 다양한 선교방법과 선교대상, 그 비전을 각 교회 선교부장을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미국에 거주하는 인디언 30만 명. 이 중 복음을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이 98%인 29만4천여 명에 이른다. 20대에서 50대까지 대부분 카지노에 종사하거나 알코올, 마약, 도박 중독에 허덕이며 어둠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이들의 10대 자녀들 역시 희망없는 미래를 향해 맥없이 살아가고 있다. 초기 청교도의 탄압을 받아 기독교에 심한 반감까지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선교학자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Unchurched People’.

“하나님께서 가라시면 중국도 가고, 인도도 갈 수 있어요. 그런데 가까이 이렇게 소외된 이들에게 복음 전하는 것도 너무 절실합니다.” 인디언 선교를 담당하고 있는 한비전교회(이태호 목사) 한동윤 전도사는 인디언 선교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한비전교회는 4년 전 오클라호마에 있는 모교회에서 한 교인에게 보여주신 하나님 비전을 붙들고, 인디언 선교를 시작했다. 현재는 4명의 대학생들이 오클라호마 지역에서 인디언 교회를 매주 섬기고 있으며, 애틀랜타 한비전교회는 인디언들과 지속적인 연락망을 구축하며, 매년 단기선교를 다녀오고 있다.

궁극에는 “붕괴된 인디언 가정들이 그리스도 안에 하나되어 하나님께 예배하는 기독교 공동체를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며 지긋이 눈을 감은 한 전도사의 모습에서 인디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돌아올 그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초라한 음식 바구니에 서럽게 울던 모습 못 잊어…”

인디언 선교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한 전도사는 “음식 바구니 하나를 받고는 무릎까지 꿇고 엉엉 울던 아주머니를 잊지 못한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2007년 추수감사절이었어요. 인디언들은 추수감사절에도 돈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해서, 교회에서 작은 음식 바구니를 준비했어요. 칠면조 넣고 음식 몇 가지를 넣은 바구니는 저희가 보기엔 정말 별 거 아니었는 데….” 가가호호 방문하며, 음식을 전달하고 복음을 전하던 이들의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다름 아닌 중년 여성의 서러운 눈물이었다.

“준비한 음식 바구니를 전해주는 순간, 한 인디언 아주머니가 무릎을 꿇더니 엉엉 우는 거에요. 처음엔 왜 우는 지 몰라 어리둥절 했는 데, ‘땡스기빙에도 가족들에게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 데,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엉엉 울더라고요.”

그 여인 앞에서 방문한 교인 모두 같이 무릎 꿇고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은 데다, 문란한 생활, 인심까지 사라진 인디언 사회에 한인 이민자들이 전하는 복음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성경책 1권을 선물받은 어린 여자아이가 “이제까지 한번도 작은 선물 하나 받아본 적이 없다”며 눈물을 흘린만큼이라면 짐작이 갈까.

“선교지가 바로 Back Yard에 있었다”

“한 목자님을 통해 받은 인디언 선교 비전. 30만명이나 되는 인디언 중에 2%만 복음화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10/40 윈도우가 바로 이 곳에 다 있다는 생각으로, 98% Unchurched People을 찾아가기로 했어요. 너무나 가까운 ‘Back Yard’ 선교지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인디언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금식하던 중 인디언 목회자들과 교제할 기회가 이태호 담임목사에게 주어졌다. 이 때부터 한비전교회의 인디언 선교는 시작됐다. 현재는 오클라호마 남서쪽 인디언 부족을 섬기고 있으며 방문할 때마다 지역 12개 인디언교회가 연합해 함께 모임을 갖는다.

“오클라호마에 있을 때는 약 일주일 정도에 걸쳐 진행되는 인디언 고유 페스티벌 ‘파우와우(Pow-Wow)’에도 여러 차례 참석해 찬양 인도도 하고 복음도 전했어요. 부족 텐트마다 방문도 해보고요. 현재까지 4년 정도 인디언 선교를 해왔는 데 본격적으로 선교한 건 1년 반이 조금 안돼요. 아직은 씨를 뿌리는 단계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은 관계입니다.”

▲인디언 교회와 함께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한비전교회.

“인디언-한인, 섬김 속 커져 가는 우정…”

청교도들의 잔혹한 탄압으로 상처받은 인디언들은 기독교인에 대한 반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백인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그래도 피부색이 비슷하고 생김새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한인 기독교인들에 대한 반감은 훨씬 적어 한인이 선교하기에는 적소다.

4년 간 꾸준히 인디언 지역 사회를 섬겨온 한비전교회-비전교회(오클라호마 모교회)를 향한 인디언들의 신용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찾아 갈 때마다 조금씩 마음을 열던 인디언 원주민들은 한 전도사를 ‘지역 사회 위원회’ 임원의 자격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인디언 위원회’는 인디언의 시각에서 인디언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각 부족 안에, 또는 여러 부족들 사이에 만든 조직체다.

“인디언 부족의 위원회에 미국인인 한인 2세를 초청한다는 것은 그 만큼 그들도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오클라호마 비전교회에서도 매주 인디언 부족 섬기러 가는 대학생 4명이 있는 데, 그들을 통해 지속적인 부흥과 케어가 이뤄지고 있어 그것도 너무 놀랍고 감사합니다.”

▲오클라호마 비전교회에서 매주 인디언 부족을 섬기고 있는 대학생 가운데 한 명이 인디언 청소년들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섬김은 인디언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인디언 가족을 그리스도에게”

미국 정부가 내세운 인디언 보호정책 중 하나로 ‘카지노 관리 정책’이 있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인디언을 위해 인디언 부족에게만(인디언보호지구 내) 카지노를 허가하는 정책으로 20대에서 50대는 거의 모두 도박 혹은 알코올, 마약 중독에 빠져있으며 성적으로도 매우 문란하다. 이런 부모 밑에 자라나는 10대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없다.

한동윤 전도사는 “우리세대는 부모님도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축복받은 세대”라며, “이런 축복을 받은 우리가 희망이 없고 많은 것이 우리보다 부족한 그들에게 손을 뻗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해체된 가정과 소망 없는 미래로 꿈 없이 살아가는 그들이 그리스도 안에 하나돼 함께 예배하는 꿈을 그리고 있다”고 언젠가는 올 그날을 그리며 활짝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