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 신학대학원에서 예배학 교수와 한미목회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애틀랜타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를 꼽는다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태어나고 목회한 에베네저 침례교회(www.historicebenezer.org)이다. 이곳은 킹 목사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역사 깊은 교회로서 현재 본관은 1960년대의 모습으로 복구하고자 수리중이고 예배는 약 800명석의 신관에서 2부예배로 나뉘어 드린다. 오늘 참석한 11시 예배는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찬 모습이다.

예배의 처음은 엄숙하고도 전통적으로 시작하여 새로운 손님을 환영하는 시점에서는 축제의 절정인 강한 비트의 드럼반주에 맞추어 신바람 나게 춤을 춘다. 요사이 흑인교회는 축제의 분위기이다. 킹 목사의 서거 후 꼭 40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을 선출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방문한 성빌립AME교회에서도 킹목사와 오바마 대통령을 연결시키며 흑인사회에서도 억눌린 여성의 지위를 부각시키는 뜻으로 담임목사가 아닌 여자 부목사가 설교를 하지 않았던가?

▲에베네저침례교회 외부 전경.
오늘 에베네저의 위치는 교회단지 옆이 모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권운동을 기념하는 기념공원과 주차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킹목사가 배운 비폭력 인권운동의 영향을 간디에게 돌리기 위하여 입구에 간디의 동상이 서 있는데 간디에게 영향을 준 기미년 3월1일 한국인의 독립운동과 연결하여 주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기만 할 뿐이다.

오늘의 예배 전에 세례식이 있었음을 보며 이곳이 침례교회임을 확인한다. 본당 앞 가장 높은 곳에 침례탕이 있지 않은가? 또한 특별찬양을 어린이성가대가 담당하였는데 찬양이 있은 후 어른 성가대가 먼저 일어나서 그들의 자녀들을 격려하며 기립박수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에 오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교회에서 아버지(Daddy King) 킹목사가 은퇴한 후 지난 30년을 4번째 담임목사로 섬기다 은퇴한 Joe Roberts 목사가 콜롬비아 설교학교수 및 프리칭센터 소장으로 금년 1월부터 시작하게 됨이다.

에베네저 교회는 애틀랜타에 위치한 흑인대학교들의 후원자역할을 하며 흑백간 분쟁의 소용돌이 속의 그 중심에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 흑인사회의 정신적 지주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그 역사를 반영하듯 예배 또한 매우 정적이고 역동적이다. 회중의 참여 또한 적극적으로서 감정에 호소하는 노래 소리에 자유로이 일어나 손을 흔들며 서로 받은 은혜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아름답다.

예배 찬송가로는 African American Heritage 찬송가를 사용하는데 이는 2001년 GIA에서 발행한 예배서이다. 같은 2001년도에 발행한 한영찬송가 Come Let Us Worship (Geneva, 2001)과는 다르게 회중찬송가로 잘 사용되는 흑인교회 찬송가인것 같다.

역사적 교회로 알려진 이곳, 이 장소 모두가 하나님의 안수로 기름부음 받은 곳임을 자부하는 주민과 회중들의 모습이다. “킹 목사만 암살당한 것이 아니라 킹 목사의 형인 Alfred Daniel 목사 또한 이듬 해 집 수영장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고 킹 목사의 어머니 또한 이 교회 주일 예배 도중에 성가대 반주를 하다 총에 맞았다고 한다. 그러기에 오바마 흑인 대통령의 소식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승리의 복음인 것이다. (킹목사의 유일한 생존자 혈육인 81살의 누이가 쓴 자서전에서… Trough It All, by Christine King Farris, Atria Books, 2009.)

▲생전 킹 목사의 연설 모습.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킹 목사가 멤피스 교회에서 전한 마지막 설교, 그리고 마지막 선포인 “Mine eyes have seen the glory of the coming of the Lord” 이 찬송가 가사의 말을 마치고 지친 듯이 자리에 앉은 킹 목사는 그 다음날 멤피스 어느 모텔에서 암살당한 것이다. 그러나 40년 후 모세의 40년 광야생활 후 여호수아가 가나안땅을 정복하듯 오바마가 백인 미국사회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이 되는 축복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Rosa Park이라는 어느 한 흑인여성이 버스에 앉아서 자기자리의 권리를 주장하며 백인에게 양보하지 않은 불씨가 버스 뒷좌석에서 앞좌석으로 옮겨지며 이제는 운전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버스의 향방을 결정짓는 흑인민족의 리더십과 모든 인종의 평등을 보여준 것이다. 남북 전쟁 중 미국전역에 퍼지게 된 이 찬송시는 “Truth is Marching On”을 외치며 “영광 영광 할렐루야, 진리는 승리하리라”는 약속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설교자는 오늘도 일터를 잃고, 재정의 혼란이 다가올지라도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은 믿는 자의 승리를 가져오며 자유와 평등의 약속을 이루어주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선포하고 있다. 침례교회의 전통대로 예배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리스도를 새로 영접하기를, 그리고 교회에 등록하는 신자의 삶으로 초청하는 시간을 두고 있다.

예배 후 킹 목사의 생가를 비롯하여 박물관, 그리고 주정부에서 관리하는 www.nps.gov./malu 시설들을 돌아보며 이제는 흑인들에게 거룩한 성지가 된 애틀랜타 에베네저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킹 목사와 그의 부인의 유골이 소장된 기념비 앞에서 기념의 시간을 갖는 수많은 관광객 속에서 이 교회를 30년간 이끌어 온 은퇴목사이자 지금은 콜롬비아 신학대학원의 동료교수가 된 Joe Roberts 목사를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앞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같이 일하여야 할 많은 일들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