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마저 존엄사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그간 이 문제에 대해 주로 ‘신중론’을 펼쳐온 기독교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 김모 씨의 가족이 낸 ‘연명 치료장치 제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조직검사를 받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 씨(76)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자녀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지난해 11월 1심과 지난 10일 2심에서 모두 “회생 가능성이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호흡기를 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자가 의식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같은 환자의 경우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더라도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세브란스병원은 1심과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심 끝에 대법원 소송까지 가기로 뜻을 모았었다. 종교계와 학계, 언론계와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병원윤리위는 “생명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키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세브란스의 신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었다.

병원측은 또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지난 1885년 창립 이래 환자의 생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생명 존엄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해 생명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을 절대적인 신념으로 삼아왔다”며 “이번 재판이 지킬 수 있는 생명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는 인간생명 존중의 정신을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