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영국의 맥스 비어봄(Max Beerbohm)이 발표한 ‘행복한 위선자(The Happy Hypocrite)’란 장편 우화가 있습니다. 우화의 주인공 로드 조지 헬(Lord George Hell)은 무례한 사람이었고, 수많은 악을 행하면서 얼굴까지 흉하게 변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아름다운 처녀를 보고 곧 사랑에 빠졌습니다. 결혼을 원했지만 그는 그 아름답고 순결한 처녀가 자기처럼 흉측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것을 알고 죄로 찌든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고 성자의 가면을 썼습니다. 가면 덕분에 마침내 그는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결혼 후, 헬은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몇 년 후, 과거에 헬과 사귀었던 여자가 나타나 그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는 헬의 가면을 벗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느 날, 헬이 아내와 함께 있을 때 그 여자는 헬 앞에 나타나 “이제 위선의 가면을 벗으라!”고 했습니다. 마침내 그의 가면이 벗겨졌을 때, 성자의 가면 뒤에 있던 그의 얼굴은 더 이상 흉측한 죄인의 얼굴이 아니었고 진짜 성자의 얼굴로 변해있었습니다. 사랑은 사람의 얼굴도 아름답게 바꿉니다.

아프리카의 내륙에 위치한 니제르(Niger)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60년에 독립한 대부분의 국토가 사하라 사막인 이 나라의 미인의 조건은 뚱뚱한 몸을 갖는 것입니다. 살이찌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미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조건은 엉덩이가 최대한으로 나올만큼 나와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소위 ‘오리 궁둥이’라고 말하는 모습입니다. 어린 딸을 둔 그곳의 엄마들은 아이의 엉덩이가 최대한으로 나오도록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처녀들은 엉덩이를 부풀려 보이기 위해서 옷의 엉덩이 부분에 뭔가를 더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미인은 쌍꺼풀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인 여성들은 쌍꺼풀을 가진 자를 선호하여서 수술을 하기까지 하는 이가 많아졌습니다. 미얀마와 태국의 북부지역에 살고 있는 카렌족은 목이 긴 여성을 미인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목에 링을 감아서 최대한 목의 길이를 늘리는 노력을 합니다. 16세기는 유럽의 문예부흥, 즉 르네상스의 절정기였습니다. 당시에는 귀족 등 상류사회의 사람들은 야외 스포츠의 일환으로 사냥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따라서 여성들도 동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 햇빛에 얼굴이 그을린 여인들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상류사회의 여성들이 얼굴이 검어진 이들이 많아지면서 그것이 부와 권력을 나타내는 것처럼 되어 많은 여성들이 얼굴을 검게 태우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여성의 피부와 이빨, 그리고 손이 하얀 사람을 아름답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검게 그을린 것이 아름다움으로 평가되던 때도 있었던 것입니다. 시대에 따라서 그 가치가 변한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육체의 아름다움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니제르의 인기있는 미인이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미인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카렌족의 미인이 우리의 눈에는 목이 유별나게 긴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질 것입니다. 이처럼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그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것은 시대와 지역, 그리고 개인에 따라서 갖는 가치관이 다르고 선호하는 것이 다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외모의 기준이 다르듯이 아름다운 사람의 기준도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가치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일 경우가 많습니다. 절대적인 것은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상대적인 것은 상대나 상황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절대적인 것은 옳고 그른 것을 말할 수 있다면 상대적인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생각과 가치관, 혹은 선호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것과 익숙한 것과 다를 때 그것을 틀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세우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사랑을 하면 모든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이해를 낳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