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모님이 시카고 어느 모임에서 "장한 어머니상" 을 받으신다고 해서 집사람과 제 큰 아들이 시카고를 다녀왔습니다. 집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당신 어머니가 그런 상을 받으시나?" 했더니 자신도 모른다고 합니다. 옛날 같으면 그런 상을 누가 준다고 하면 펄쩍 뛰실 분인데 연세가 드셔서 그런지 상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받으셨나 봅니다. 장모님이 연세가 많이 드시니까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되시나 봅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이런 명목으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것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장한 어머니'라는 것을 판단할수가 있나요? 장하지 않은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인가요? 모든 어머니는 장합니다. 왜 우리 집사람을 낳으신 장모님은 이런 상을 받으시고 나를 낳으신 우리 어머니는 받지 못한단 말인가요? 이런 시대의 비리가 시정되기를 주최측에 강력히 강력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아들아이가 할머니가 상받으시는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재미 없을텐데 그래도 할머니가 'Mother of the Year'(올해의 어머니 상)을 받으니 가서 "할머니 아이 러브 유. 아이 엠 프라우드 오브 유" 라고 하고 안아드리라고 했더니 "O.K" 하면서 엄마를 따라 갔습니다. 장모님은 저도 오기를 바란다고 하셨다기에 평생 그런 일이 없으시던 어른이 왜 그러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옛날 아이들 어린시절 제가 어머니에게 잘 못하니까 아이들에게 "할머니께 잘하라" 고 항상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저녁에 세탁소 일을 마치시고 들어오시면 문앞에서 기다렸다가 "할머니, 아이 러브 유" 라고 하고 껴안아 드리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조금 크니까 어느날 어머니가 들어오시기에 "할머니 오셨다. 할머니 아이 러브 유." 해라 했더니 한 놈이 큰 소리로 소리를 지릅니다. "It's your mother! Why don't you go and say 'I love you!' and hug her!" (아니 아빠 엄마인데 왜 우리들에게만 그러라 그래! 아빠가 가서 할머니한테 아이 러브 유 하고 껴안아!)합니다. 그날밤 설교를 준비하는데 어머니가 지나가시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자기 어머니에게는 못하면서 뭐라고 어머니주일 설교를 할건가?" 저를 포함해서 어머니들 돌아가시고 나면 펑펑 울 인간들 참 많을 것입니다.

저는 결혼할 때 일을 하면서 집안을 지키던 처녀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매달 $500씩 처가에 보내드리기로 약속하고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단 한번도 그 약속을 지킨 적이 없습니다. 우리 집안에는 말할 것도 없이 받기는 했어도 드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장남이라고 하지만 목사라는 것 때문에 양쪽 집에서 도움을 받기만 했지 재정적인 도움을 별로 드린것이 없습니다. 가끔 우리 어머니가 전화하셔서 "너희들 그러면 못쓴다. 소연이 외할머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다고 그러냐? 가끔 용돈도 보내드리고 그래야 하는데 내가 보니까 전혀 그러는 것 같지 않다." 하십니다. 장모님은 장모님대로 우리 어머니에게 우리가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우리를 야단치십니다. 사돈관계라는 것이 어려운 것인데 장모님과 어머님이 친한 친구처럼 서로를 위해 한편이 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가 중년이 되니 부쩍이나 가족들에게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얼마 전에도 막내동생 만난 이후 나는 가족들에 관한 일에 있어서는 항상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기본도리가 있는데 자식으로서 형제로서 잘 못했습니다. 물론 '목회'를 한다는 것 때문에 항상 나의 이런 모든 것을 스스로 정당화 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이해해 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인생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목회자 세미나 강사로 가면 다른 목회자들에게 "진정 목회를 잘하려면 가정목회를 잘하라." 고 큰소리 치고 그러는데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본 일이 없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불효는 가끔 시카고에 가게 될 때 묘지를 다녀오는 것으로 다 하고 어머니나 장모님에 대한 불효는 자식들을 통해서나 간접으로 하고 아니면 가끔 별로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닌 이런저런 물건을 모아서 보내드리는 정도로 다합니다. 나는 항상 무슨 일인지 참 바쁘게 살았습니다.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항상 핑계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것이 익숙해서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아야 겠다는 마음이 있어도 몸이 따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한국 유행가 "불효자는 웁니다" 라던가 "어머니 어머니 친정 어머니" 이런 노래가 나오면 그냥 궁상스럽게 훌쩍 거리곤 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