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옆방에서 부장판사가 의기양양하게 들어왔습니다. ‘오늘 드디어 목사님과 장로님이 싸우는데 화해를 중재했다’고 하면서요.”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원장 김상원 전 대법관) 창립 1주년 감사예배에서 김용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간증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김 행정처장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때 그 판사가 ‘목사님과 장로님이 금전적인 문제로 싸우는데 자신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제가 그동안의 경험에서 목사님들끼리, 또는 목사님과 장로님이 싸우는데 화해가 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분도 마찬가지일테니 끝까지 열심히 싸우십쇼. 단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성경을 인용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는 “그 말을 듣고는 다음에 와서 화해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서 화해를 시켰다더라”며 “그 부장판사는 아직 믿지 않는 불교신자였는데 내 마음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목사님 장로님이 고맙기도 했다. 그 일이 늘 내 가슴에 맺혀 있어 우리 교인들, 교회의 분쟁이 기독교를 전파하는 데 큰 장애가 되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갈등과 분쟁의 성경적 해결’을 표방하며 창립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1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중앙침례교회(담임 피영민 목사)에서 1주년 감사예배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엄신형 한기총 대표회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황우여 국회조찬기도회장, 이사장 박종순 목사, 황산성 변호사, 한기총 김운태 총무 등이 참석에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법조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환영사를 전한 박종순 목사는 “33분의 고문단이 발단이 되어 여러 어른들이 한국교회를 보다 더 진일보하는 섬김의 사역에 동참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중재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여하시는 교수님들이나 법조인들은 모두 기라성 같은 분들이다. 한 시간을 짬을 내기 어려운 분들인데 중재에 나서고 협력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화해중재원이 앞으로 평화의 지평을 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해중재원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상원 원장(전 대법관)은 “지난 1년간 상담이 180여 건 있었지만 신청하는 분들이 대부분 불리하거나 이미 소송이 계류되어 패소판결을 받고 확정된 이런 분들이 대부분이다. 조정이나 중재판정까지 가려면 상대방이 응해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70여건의 상담을 무료로 봉사했다. 조정도 몇 건이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중재판정 사례까지 나왔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중재 판정 사례가 많이 생기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김 원장은 “기독교계를 보면 교단 간, 교회 내에 분쟁과 갈등이 많고 더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이 아니고, 세상의 지탄을 받는 일이며, 교회의 이미지를 완전히 훼손시킨다. 화해중재원의 사역을 통해 기독교에 화해의 문화가 정착되고 나아가 사회 평화 운동을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 앞으로의 사역에 막중함을 인식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격려사를 전한 엄신형 한기총 대표회장은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오셔서 인간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시는 역할을 하셨지만 화해를 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까지 하지 않으셨느냐”며 “기독교계의 갈등과 분쟁은 사탄의 역사라고 본다. 이런 일에 십자가를 지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수고하시는 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1주년 감사예배에는 10명의 이사진을 새롭게 교체했으며 대표로 황산성 변호사에게 추대패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