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학의 권위자인 정장복 총장(한일장신대학교)이 6일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서리 장영일 교수)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신대원생들을 대상으로 설교학 특강을 전했다. 그는 “그대의 설교, 과연 하나님의 말씀인가?”라는 주제로 설교자들을 위한 10계명을 전했다.

정 총장은 “목회자가 되겠다는 그대들은 여기(신학교) ‘방문자’인가 ‘소명자’인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 뒤, “이곳(신학교)은 부귀영화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고, 순수한 바보(?)들만을 환영하는 곳”이라며 “한 번 목사는 영원한 목사이므로, ‘방문자’는 속히 떠나야 한다”고 했다.

정장복 총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자가 되고 싶다면, ‘인간’임을 입증하라”며 “나를 먼저 치고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어질고 신실한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되어야 한다”며 8복선언이 말하는 인격을 가진 인물을 가장 이상적인 설교자라고 설정했다. 그는 “설교자가 훌륭한 모습을 갖지 못하면, 설교를 아무리 열심히 전해도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바른 인간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은 ‘양심’을 점검하신다

정장복 총장은 “하나님은 양심을 유별나게 쉼 없이 점검하신다”며 “몇 줌의 보리와 몇 조각의 빵을 위해 설교자의 길을 가려 하거나 수천 명의 교인들 앞에서 화려한 자태로 설교하는 누군가를 보려 왔다면, 이곳은 그렇게 부름을 받는 곳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양심의 주인이시고 그 양심을 짓밟는 자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경계했다.

정 총장은 “설교인의 양심은 선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차원의 수준이 아니다”라며 “나를 바치기 위해 말씀의 종이 되라. 죽어도 주님을 위해, 나의 죽음을 대신해 십자가 위에서 져 주신 우리 주님의 은혜에 고마워서, 그 은혜 갚을 길 없어서 그 복음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왔다면 정말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만에 하나 여러분의 양심이 부귀영화를 위해 왔다면, 돌아가라”고 충고했다.

그는 “설교자로 꼭 남겠다고 결심했다면,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내가 멸시천대를 당하고 무시당하고 짓밟혀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 양심을 갖고 평생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는 그 사람을 하나님은 찾으신다”고 전했다. 또 그는 “양심이 흐려질 때 설교자는 추락한다”며 “다른 이들의 설교를 많이 참고해야 하지만, 본문과 주제를 정한 후에는 결코 다른 이들의 설교를 베끼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토스(Ethos)를 가지고 성령께 귀 기울이라

정장복 총장은 “특수한 사람들의 집단, 특수한 형태의 일, 활동과 이것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나의 이상과 나의 태도, 그것을 한 마디로 ‘이토스’라고 한다”며 “설교를 나서는 사람은 ‘나’의 기본 정신, 이토스가 있어야 한다. 이토스 없는 설교인은 슬픈 종말을 고하고 만다”고 충고했다.

이어 정 총장은 “설교사역의 이토스는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이어야 한다”며 “‘하나님의 말씀만 상하지 않고 빛나게 가져다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주겠다’라는 정신으로 설교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설교자는 ‘하나님께서 부르셨다’는 마음과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셔서 그것을 가지고 목적지인 내가 섬기는 양들에게 가야 한다’는 정신으로 설교하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설교자의 입에서 나온 설교는 단순한 설교자의 말이 아님을 기억하라”며 “참된 설교사역은 부르시는 분의 말씀을 그대로 손상하지 않고 아름답고 정확하게 운반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정 총장은 “성언운반(聖言運搬)은 설교자의 단독 행위가 아니다”라며 “설교자를 운반자로 쓰시는 분은 성령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령께서 설교자의 마음 안에 머무실 수 있는 시공간이 준비되어 있는가”라고 묻고, 늘 자신의 마음에 이를 만들 것을 당부했다.

파토스(pathos)를 가지고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라

정장복 총장은 “파토스(pathos)란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거룩한 말씀으로 가슴에 품고 그 말씀에 혼신의 정신을 쏟는다는 뜻, 혹은 그 말씀을 필연코 들어야 할 하나님의 백성들을 뜨겁게 사랑하는 가슴을 말한다”며 “냉랭한 세대에 냉랭한 설교자의 머리 만이 강단에 가득한 오늘을 보라. 설교자가 얼마만큼 자기 뜨거운 열정을 내뿜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씀과 자기 양들에 대한 흠모의 피가 뜨겁게 용솟음치게 하라”며 “한국교회가 말씀을 사모했던 과거 그 뜨거웠던 첫사랑을 회복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정 총장은 “설교는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는 이벤트”라고 정의하며, ‘설교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 그 자신이다. 말씀으로써 회중 가운데를 걷고 있는 그리스도 자신이다’라는 본회퍼의 말을 인용해 “설교는 단순한 말이 아니며, 그리스도께서 그 가운데를 유유히 걷고 계시다”고 했다. 그는 “설교자의 설교 메시지와 설교자의 삶에 나타난 괴리현상에 유념하라”며 “입술만 의존하지 말며 오늘 운반해야 할 메시지의 혼과 내용이 자신의 온 몸에 가득히 번지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정 총장은 “본문말씀(text)을 떠나 나의 지식과 경험과 판단과 예화로 시간을 다 채우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위한 예화, 경험들이 되어야 한다”며 ‘메인 센텐스’(main sentence)인 예수님 말씀과 성경 본문을 설교의 뒤에 두지 말고 앞쪽에 배치할 것을 당부했다.

또 그는 “설교를 목회의 수단과 방편으로 삼는 자는 하나님께서 그 교회에 그냥 두시지 않는다”며, 설교자의 기분이 고조되고 맹종의 함성(예, 아멘)을 유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성도들은 아멘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가슴에 복음을 담고 가기 위해 온 이들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한국인에게 한국말로 설교함을 명심하라”며 한국적인 예화를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정장복 총장은 실천신학(기독교예전과 설교학) 분야에서 한국 최초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 설교를 신학적으로 정립하는 데 큰 공로를 세웠다.

기사제공=아폴로기아(http://www.apolog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