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을 다투며 바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아버지의 역할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생의 전반전을 성공과 과업달성을 위해 달려왔다면 후반전을 앞둔 휴식시간 ‘아버지학교’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좋은 남편’ ‘자상한 아버지’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주변에 변화된 아버지들이 오늘도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를 외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만나 변화된 삶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릴레이 인터뷰 세 번째로 노병찬 형제를 만났다. 아버지학교 봉사자 가운데 고령에 속하는 노병찬 형제는 지난 11기 앞치마를 두르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중보기도실’ 이라고 적힌 골방에 앉아 중보기도를 쉬지 않던 그는 “나이 들어서 이제 할아버지가 된 마당에 무슨 아버지학교냐 하는데, 죽기 전에 ‘아버지’에 대해 배우고 천국가야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노병찬 형제는 교회 교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아버지학교 9기에 등록했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버지학교 수료자들이 ‘진짜 크리스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오랫동안 좋은 아버지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노 형제는 부모로부터 단순하게 배워온 가장의 역할이 아니라 아버지야말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대단한 타이틀(역할)이며, 영적권위를 가진 자리라는 것을 재정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 생각에 아버지는 돈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최고의 임무였어요. 애들 엄마에게 모든 걸 전적으로 맡기고 돈 벌기에 바빠서 관심이 없었죠. 아버지학교에 와서 보니 애들에게 잘못했고 아내에게는 더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아내도 할아버지가 무슨 아버지학교냐며 별로 밀어주진 않았지만(웃음), 수료 이후 내면이 변화되고 진심으로 아내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아끼려는 마음을 주셨어요.”

특히, 노병찬 형제가 감동을 받은 부분은 아버지의 영향력, 사명, 영성, 남성에 대한 강의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영향력을 몰라 가정에 무관심 했고, 영성을 몰라 권위주의로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육체의 아버지를 보고 배운 것이 전부였지만, 아버지학교를 통해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와 역할’을 배웠다고.

자녀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데이트를 신청하자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변화에 놀란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전화해 조심스럽게 ‘혹시 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아느냐’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버지학교 숙제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한 명 한 명 자녀와 데이트를 하게 된 노 형제는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됐어요. 힘들었던 시절 물질적으로 잘 해주지 못했던 것은 한 마디 불평이 없는데, 아버지가 일한다고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것, 약속을 하고 다른 일이 생기면 쉽게 깨뜨려버렸던 것이 서운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라도 가족 우선으로 바뀌어야겠다 다짐했죠.”라고 고백했다.

이후 노병찬 형제는 아버지학교의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30-40년 신앙생활을 해도 그때 그때 감동뿐이고 근원적인 변화가 따르지 않는 믿음에서 벗어나 내면이 변화되고 이어 삶이 변하는 촉매제가 바로 아버지학교라는 역설이다. 변화된 그의 삶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종종 세상사람들에게 다 인정 받아도 가족에게 못 받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해요. 한국 남자들이 다른 데서는 잘 해도 집에서는 못하잖아요. 또 아내와 자식들에게 언어의 폭력이 심해요. 위신과 체면을 벗어버리고 솔직하고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추천하죠.”

의학기술의 발달로 은퇴 이후에도 20-30년을 살아가는 요즘, 어쩌면 이 기간이 그 인생의 성공을 가늠하는 기로가 될 수 있다는 노병찬 형제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남을 위한 삶으로 보내고 싶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성령운동으로 아버지들의 가슴에 불을 붙이는 아버지학교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감다 하다는 고백을 마지막으로 빼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