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때 시장에 가는 줄 알고 어머니 손 잡고 따라나간 것이 어머니를 본 마지막 날이었고 이후로는 보육시설에서 살았다. 입양이 된 후에도 ‘버려진다(Being Abandoned)’는 느낌을 지우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맹인인데다 부모에게까지 버려진 아이…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았는 데 양 부모님 그리고 예수님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제 7회 한인입양아잔치 게스트스피커로 초대된 한인입양아 엘렌 니콜스는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데도 사랑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보였다.

엘렌은 “낳아준 엄마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누구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아픈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면서 버려진다는 느낌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예수님을 통해 구원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 또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영영 지옥에 들어갈 뻔 했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엘렌을 입양한 양부모는 둘 다 맹인이었으며, 엘렌을 포함해 총 4명을 입양했다.

지난 3일 엘렌 니콜스를 초청해 열린 한인입양아잔치에는 1살 남짓한 한인 아기부터 훌쩍 커버린 18살 청소년에 이르는 입양아를 둔 50여 가정이 참석, 아이를 키우며 있었던 에피소드와 느끼는 점 등을 소탈하게 털어놓고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란 눈의 어머니, 검은 눈의 자녀… 언뜻 보면 달라보여도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폭 안겨있는 아들, 아버지 수염을 만지며 애교 부리는 딸의 모습은 영락없는 부모와 자식이었다.

입양한 가족이 나와 간증하는 시간, 더비 왓슨 부인은 “예전부터 입양하는 TV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며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버려진다는 것에 늘 가슴이 아팠다. 어느날 하나님께서 입양에 대한 마음을 주셔서 한국에서 마이클(2세)을 입양하게 됐다”며 “아이가 적응하느라 많이 울어서 처음 5달 동안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왓슨 부인은 말하는 도중 눈물을 참느라 울먹였으며 결국 울음을 터뜨려 보는 이들의 눈가도 적셨다. 아들 마이클은 엄마인 왓슨 부인이 강대상 앞에 나간 것을 보고 손가락을 가리키며 ‘Mommy Mommy’를 큰 소리로 외쳐 참석한 이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갓난아기 때 입양해 현재 18살, 15살의 의젓한 아들로 키워낸 크래이머 부부는 “하나님께서는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복을 주셨다. 하나님 사랑을 받은 내가 그것을 표현하고 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게 됐다”고 밝히며 자식을 키우며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에 대해 간증했다.

다른 한 가족은 한인 남자아기와 여자아기를 각각 입양했는 데 “20살 친아들이 있지만 다 커버리니 자기 길을 가고 쓸쓸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입양을 하게 되니 요즘은 다시 아기를 키운다는 생각에 너무 들떠있는 상태며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가족과 친지들과 의견 충돌이 있을 경우 기다리거나 주저하지 말고 밀어부쳐야 한다”고 조언한 부부도 있었다. 그들은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하셨던 주님 말씀을 붙들고 충돌이 있어도 그냥 머뭇거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환영인사를 전한 최병호 목사(베다니장로교회)는 “여러분은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새로운 사회(New Society)에 살고 있다. 뭔가 얻으려는 것(gaining)이 아니라 입양을 통해 주는 삶(giving)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사춘기에 올 수 있는 한인입양아 정체성 위기를 대비해 자주 한국문화에 아이를 노출 시킬 것을 권하며 “15년 정도 입양아를 위한 사역에 힘써왔는 데 만약 사춘기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많이 연락해 달라.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한인입양아잔치는 최병호 담임목사의 환영인사를 시작으로, 초대강사(엘렌 니콜스) 소개 비디오, 초대강사 노래(아주 먼 옛날)와 간증, 입양아 가족 소개 간증, 가야금 연주(류순형 집사) 등으로 진행됐고 이후 한국식 식단으로 짜여진 만찬이 준비됐다.

2부 문화 페스티발 순서로 한복 입어보기, 김밥만들기, 제기차기, 연만들기, 서예 이름쓰기, 태극기 그리기, 전통음악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준비됐으며, 최병호 목사의 기도로 모든 순서가 마쳐졌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베다니장로교회 입양아잔치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석가정이 불어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편지로 홍보를 하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전해듣고 오는 경우도 많다”며 “외국인이 한국인을 이렇게 사랑으로 키우는 것을 보면 참 감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입양아축제는 해가 갈수록 더 많은 가족들이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한국문화가 소개된 문화 페스티발
▲최병호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