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총무 김채원)에서 지난 2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마련한 여성쉘터를 내달 1일 개원한다. 쉘터의 특성상 공식적인 행사는 없지만, 조지아 전역에서 아시안 여성을 위한 쉘터로 ‘1호’인만큼 그 행보에 쏠린 이목이 적지 않다. 막대한 자금과 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일이라 어떤 기관에서도 선뜻 나서지 않던 일에 팬아시안센터가 나선 이유는 더 이상 맞는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 김채원 총무를 팬아시안센터에서 만났다.

“1980년도 한인봉사센터로 시작한 이래 가정폭력 아래 놓인 여성들의 문의 전화는 끊이지 않았어요. 94년부터 ‘밥을 먹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아시안들에게 영역을 넓힌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었죠. 그 당시 센터에서 할 수 있는 건 안전지침을 일러주고,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여성쉘터를 연결해주는 거였어요. 조지아 전체에 40여 개 여성쉘터가 있는데, 우선 언어가 통하지 않고 아이와 동반한 경우, 몸이 아픈 경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는 받아주지 않는 등 아시안 여성들에게는 벽이 높은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직접 쉘터를 운영하기로 결심했어요.”

여성쉘터를 기획하게 된 동기에 대해 차분히 설명한 김채원 총무는, 쉘터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자금은 물론 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개월간 머물며 자립하기까지 법률문제, 자녀의 학교문제, 직업훈련, 영어공부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봉사가 절실하다. 소소하게 그로서리에 갈 때에도 쉘터의 위치를 아는 한정된 스탭의 라이드를 받아 중간 지점에서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김 총무는 “매맞는 여성들이 너무나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해왔다면, 언제든지 캐쉬를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해 위급한 상황을 벗어날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를 맞고 센터에 전화를 해놓고 자신이 사는 주소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돕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폭력을 당하면 ‘폴리스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는 후에 이혼을 하더라도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쉘터는 3개의 방이 있는데, 8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자녀가 있다면 패밀리룸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한국어와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로 대화할 수 있고, 전담 직원이 근무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등지의 아시안 여성 쉘터를 방문해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있어요. 조지아뿐 아니라 남부에서는 처음인 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팬아시안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상담이 44건이었고 그 중 50% 이상이 한국여성이었다.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해 ‘쉬 쉬’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도 내 주변에 매맞는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팬아시안센터에서는 이들을 위해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멍든 몸과 마음을 안고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의 쉘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많은 지역교회와 개인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