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체펠 마을은 집시들만의 정착촌으로 2005년 새해 첫 주일부터 시작된 예배가 지금까지 중단 없이 진행되고 있고 그 뒤에는 집시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성경공부, 금년 들어서는 주일 새벽 기도회가 진행 중에 있다. 여전히 예배를 드릴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첫 예배를 드렸던 라슬로 형제의 집에서 지금까지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초봄이 지나고 추위가 올 때까지 정원 나무 아래서 예배를 드리고 추위가 시작되면 라슬로 형제의 방에서 예배를 다음 해 따스한 봄이 올 때까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주일에는 마을 주민들,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대다수 참여해서 함께 예배를 드리곤 하는데 예배를 드릴 때에 주변인처럼 늘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40대의 집시 죠스는 예배를 드리는 라슬로 형제의 이웃에 살고 있는데 그의 가족들은 예배에 동참하지 않고 멀찍이서 예배를 지켜보거나 어떤 때에는 주일 예배 시간에도 술을 마시면서 집시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예배를 드릴 때에 방해가 되곤 하였다.

집시소년 아르피와의 만남
그의 가족을 살펴보면 늘 술에 젖어있는 아내와 10대 후반의 큰 딸 레나 그리고 둘째인 아르피(Arpi)라고 불리는 14살의 집시소년이 있다. 이 집시 아이는 체펠 마을에서 선교사역을 시작하곤 난 후에 몇 차례 예배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늘 선교사역의 주변에서 맴돌곤 하였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선교사역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일 때에도 늘 겉돌기만 하였다. 아르피를 만날 때마다 예배에 동참하라고 권면을 하고 또 따뜻하게 대화라도 나누려고 하면 차갑게 피해버리곤 하였다.

언젠가는 다른 이웃에 있는 집시마을을 방문했는데 그곳의 집시 청년들과 더불어 돈내기 카드놀이를 하고 있던 모습을 보았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벌써부터 자신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청년들과 더불어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아르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아내에게 “도대체 아르피가 커서 무엇이 될런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기억으로는 아직 10대 초반의 소년인데 불구하고 크고 있는 모습이 다른 집시 아이들과 많이 달라보였다.

이러한 아르피를 보면서 언젠가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잘 인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서 기회를 살피고 있던 중에 지난 해 10월 초 한국교회에 선교보고를 위해서 귀국 하루 전에 사고가 터졌다. 다름 아닌 아르피가 20대 중반의 집시 청년을 등 뒤에서 칼로 무참히 찔러 사람을 죽이는 사고가 났던 것이다. 채 14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아르피가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살인을 했는지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았다.

언젠가 아내에게 “아르피가 커서 무엇이 될런지,,,”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그때에 좀 더 아르피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회한이 밀려왔다. 그리고 정말로 주님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사고가 난 다음날 귀국해서 한국교회에서 선교사역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 약 3주 후에 선교지인 헝가리의 체펠 마을에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아르피와 그의 가족들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집시 소년 아르피가 어떠한 이유로 살인을 했는지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다만 아르피는 우리의 소년원과 같은 곳으로 미스콜치로 보내졌고 그의 모든 가족들 역시 경찰에 의해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였다.

기도회를 통한 하나님의 도우심
언제부턴가 체펠 마을에 복음이 전해지고 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림으로 과거처럼 술을 마시고 서로가 싸움을 하는 일도 줄어들면서 영적인 긴장감이 느슨해진 것 같다. 집시 마을과 선교사역을 위해서 기도를 더 열심히 하기보다는 잘 되어가고 있겠지 하는 안일함이 앞선 가운데 게을러진 것도 분명하다.

2009년 새해 시작과 함께 선교현장에서 새벽기도회를 시작하였다. 아직은 집시형제들에게 새벽기도회가 쉽지 않아 주일 새벽에만 기도회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처음 기도회에 라슬로 형제의 가족과 한 두어 가족이 더 동참하여 기도회를 진행하면서 체펠 마을의 선교사역 특별히 하나님께서 평강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위해서 기도하면서 또 다른 집시선교 사역에 대해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주일 새벽 기도회가 계속 되면서 기도회에 참석하는 형제들이 주일 새벽 한 번으로는 기도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기도회를 더욱 늘려나가자고 요청하고 있다. 선교 사역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있어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도우심과 그분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살아가야 함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집시 소년 아르피의 살인을 통해 먼저 영적으로 게을러지고 나약해진 우리의 기도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우리의 기도를 통해서 집시 마을에 하나님의 평강이 늘 지배하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Rev. Choi, Young & Anna (최 영 & 양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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