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매일같이 떠들썩한 국회지만 아직은 적막함이 걷히지 않은 이른 시각. 국회의사당 본관 지하 1층의 작은 방에서는 세미한 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자세히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만한 작은 소리다. 매일 아침 어김없이 새 하루를 알리는 이 소리는 바로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발을 내딛은 국회의원 강명순 목사의 기도소리다.

그곳에서 강 목사는 단 10여명의 국회 직원들과 함께 기도한다. 아는 이도 거의 없고 알리려 하지도 않아 이름 그대로 ‘골방기도회’다. 마주친 기자에게도 혹여 오해할 사람들이 생길까봐 걱정이라며 조용히 기도만 하고 가주면 안되겠느냐고 조심스러워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과 신문에 얼굴을 내밀며 목소리를 높이던 국회의원들은 없다. 기독 국회의원들이 1백여 명이 넘는다지만 눈에 띄진 않았다. 하지만 어김없이 매일 아침이면 시작되는 그 기도소리가 지난 1일로 2백일을 맞이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로 평생을 굶주리는 아이들과 함께해왔던 강명순 목사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됐을 때, 지켜보던 사람들뿐 아니라 스스로도 과연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궁금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그가 국회에 발을 딛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제는 조금씩 확인할 수 있는 듯했다.

201일째 되는 날 그 소식을 어찌 알았는지 12명이나 되는 기독 국회의원들이 기도회에 함께했다. 이들을 맞이한 강 의원은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고, 참석한 의원들은 예배 후 평소에 함께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멋쩍게 웃으면서도 강 목사의 요청에 한 마디씩 기도제목을 나눴다.

사실 강 목사의 기도는 28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자리에서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박영창 박사의 유산이자 기도의 응답이기도 하다. 81년 국회 직원으로 입사한 뒤 윤리위원회, 여성부 등을 거치는 동안 기도를 이어갔던 그는 골방기도회 200일을 며칠 앞두고 정년퇴직했다.

4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1급 정교사와 고시준비로 일직선을 달리던 그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국회에 들어섰고 매일 아침이면 통근버스에서 내려 먼저 기도실로 향하곤 했다. 하지만 오랜 기도에도 불구하고 정년을 앞두고 국회 상황은 더욱 어려워져가는 것을 보며 “20여년의 기도에도 국회가 나아지지 않으니 저로서는 안 됩니다. 기도대장을 보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어느 날 그는 습관처럼 기도실로 향하다 놀라운 장면을 확인했다. 생전 처음 보는 작은 여성이 말씀을 전하고 기도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가슴에 금배지를 달고. ‘한두 번 하다 말겠지’ 했지만 기도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고 그렇게 하나님께서는 기도를 응답하셨다.

201일 기도회에는 이를 격려하기 위해 부산수영로교회 정필도 목사가 직접 설교를 전하기도 했다. 강명순 의원은 “200일을 맞이한 것이 그저 감사할 일이지 축하할 일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기도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많은 국회의원 분들도 동참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골방 기도회는 강 목사의 바람대로, 기도회의 이름대로 앞으로 400일, 1000일 그저 조용하고 겸손히 이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