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호닷 마을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곳에는 두 군데의 집시 마을이 있다. 집시선교 사역을 감당하면서 여러 집시 마을을 많이 방문해 보았지만 호닷에 있는 집시 마을은 어느 집시 마을보다도 더욱 열악한 환경 가운데에 있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그러한 마을이었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죤지를 만나다
2005년 이후부터 루마니아 호닷 마을에 집시선교 사역을 위한 선교센타를 세우기 위해 자주 방문하게 되었는데 주위에서 아주 신실한 믿음을 가진 짐나지움(고등학교) 졸업반 과정에 있는 로코토스 죤지(Rokotos Gyongi)라는 집시 여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죤지는 호닷 집시마을에서 유일하게 짐나지움 과정에 있는 학생으로 가난하기가 이를 데 없고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 그리고 여섯 형제들 속에서 교사가 되는 꿈을 안고서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인근에 있는 사뚜마레(Satu Mare)라는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주말에는 호닷 마을로 돌아와 그 지역에 있는 오순절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비단 오순절교회의 목회자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있는 많은 분들이 죤지의 신실함과 노력을 잘 알고 있었으며 어려운 형편에 있는 죤지를 도울 방법이 없겠느냐고 요청하였다.

본(CMC) 선교회는 믿음이 신실하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장학금을 후원해 학업을 돕고 있던 터여서 여건이 허락하면 죤지를 돕기 위해 만나보게 되었다. 죤지 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기로는 그의 얼굴에서 어떠한 어려움이나 그늘도 찾아볼 수 없었었고 말 수가 적고 입가에는 약간의 웃음을 띤 얼굴이었다. 대개 집시들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어려움을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해서 뭔가 도움을 받으려 노력을 하는데 반하여 죤지는 자존심 같은 것이 있어 보였고 분명 다른 집시 아이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보였다.

죤지를 만나고 난 후에 장학금 후원을 위해서 필요한 지역 목회자의 추천은 호닷 마을의 시장인 페리 목사님이 해 주겠다고 약속을 듣고 난 후에 조심스럽게 본 선교회에서 학업을 위해 장학금 후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더니 죤지는 “감사하다”라는 짧은 인사와 눈가에는 촉촉한 이슬이 맺혀있었다.

죤지에게 장학금 후원을 약속한 이후 눈앞에 짐나지움 졸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졸업식을 위해서 입을 옷 값, 앨범비, 선생님께 드릴 선물비 등 적지 않는 돈이 들어가는데 우선 졸업을 위해 일부를 장학금 명목으로 후원을 하게 되었다. 또한 죤지는 졸업을 하기 전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교육대학(초급대학 2년 과정)에 입학이 확정되어 있어서 교육대학에 다니는 동안 중단 없이 장학금을 후원해 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죤지는 짐나지움 졸업 이후 교육대학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그에게 학업 중에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겠지만 한 번도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간혹 만날 때에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 미소를 지으면서 “어려움이 없다”라고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교육대학에서 2년을 마친 때까지 장학금 후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죤지는 교육대학을 졸업한 이후 교사가 될 수 있었다.

▲선교센타 "방과후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업을 돕고 있는 죤지
교사가 되어 호닷으로 돌아온 죤지
죤지는 교사가 되고 난 후에 자신이 성장했던 호닷 마을로 다시금 돌아왔다. 우선은 호닷 초등학교에서 빈자리가 없어 호닷 초등학교와 이웃에 있는 나뒤쉬라는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파트타임 교사로 교직에 들어서게 되었다. 존지에게 왜 호닷으로 다시금 돌아오게 되었냐고 물으니까 자신의 민족인 집시아이들을 위해서 다시금 돌아왔다고 하였다. 자신에게 운명처럼 따라다니는 집시의 신분, 너무나 가난하고 열악해서 아주 영원히 떠나버리고 싶었을 자신이 성장했던 집시마을로 다시금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죤지가 호닷 초등학교에서의 빈 시간에 틈을 내어 선교센타로 와서 선교센타 내에서 운영 중인 “방과후 학교”를 그곳의 협력선교사인 일디 사모님과 함께 섬기고 있다. 아이들에게 신앙교육과 함께 부진한 학업을 돕고 또한 아이들에게 점심도 제공할 때에는 음식도 나르고 선교센타 청소도 하고 무슨 일이든지 열심을 내어 선교사역을 돕고 있다. 이제 죤지는 집시신분으로 태어났음에도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고 주위에 있는 자신의 민족인 집시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오늘의 죤지가 있게 된 것은 호닷에 있는 오순절 교회의 아디 목사님 내외분의 많은 기도와 수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집시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함으로 죤지는 그리스도 안에서 소망을 갖고 이 시간까지 이르렀음에 의심하지 않는다.

선교는 소망이 없는 절망 가운데서, 어두움과 죄 가운데 있던 한 사람을 우리의 생명이 되시고 빛이 되신 주님 앞으로 인도하여 새로운 피조물(고후 5:17)로 세우는 일이다. 죤지를 향한 오순절 교회의 아디 목사님의 수고와 기도가 없었다면 그 역시 다른 집시 형제들과 더불어서 여전히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러한 환경 가운데 있을 터이지만 이제는 자신의 민족을 깨우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Rev. Choi, Young & Anna (최 영 & 양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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