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신학대학원에서 예배음악 교수를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시기상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그리스도의교회(The Church of Christ)는 미국에서 시작된 보수적인 개신교 교단으로 19세기에 장로교목사인 알렉산더 캠벨과 발톤 W. 스톤이 성서제일주의를 가르치면서 발생하였다. 보수적인 교단으로서의 한계인지 모르지만 교회내의 음악사용을 놓고 갈등이 생겨, 무악기파와 유악기파로 갈라지기도 하였다. 미국 내에서는 약 75만 명 교인수의 교단으로서 중부지역에 널리 퍼져있으며 한국에만 약 450여개의 교회가 있다. 잘 알려진 크리스천작가인 맥스루카도 목사도 그리스도의교회 교단목사이며 콜롬비아 신학대학원의 월터 부르그만 구약학교수, 그리고 캔들러에서 은퇴한 설교학교수 프레드 크래독교수도 그리스도의 교회목사이다.

목회자는 10시50분 예배시작을 알리며 환영의 인사와 광고를 진행한다. 새로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안내, 그리고 평화의 인사가 있은 후 파이프 오르간 전주가 진행되는 동안 담임목사는 오늘 처음 온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 교회의 성만찬은 오픈식탁으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간다. 새로운 방문자에게 주는 특별한 친절의 표시이다. 처음 예배에 방문한 사람은 교회예식이 익숙하지 않던가 아니면 신학이 다른 이유로 성만찬의 참석을 거부당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마련이다.

▲ⓒ한미목회연구소
그리스도의 교회에는 사도신경과 같은 신조가 없고 성례전인 세례와 성만찬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성만찬을 매주일 지키고 있다. 성찬식은 예수님께서 내가 올 때까지(눅22장19절, 요6장53~58절) 행하라고 하심을 근거로 초대교회가 매주일 떡을 (행2장42~47절20장7절) 떼려고 모인 것처럼 교회마다 매주일 지키고 있다.

오늘날 많은 개신교 교파들은 모일 때마다 하는 성만찬을 1년에 두서너 번 혹은 매달 거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로 500주년 탄생을 맞이한 장로교의 창시자 칼뱅 자신도 기독교교리18장에 “적어도 매주 주의 만찬이 있어야 한다”고 기록하였고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 또한 매주 성만찬을 거행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교회예배는 전통적 개신교 예전을 따르고 있고 찬송은 교단 찬송가로서 1995년에 발행된 Chalice Hymnal을 사용한다. 특이한 것은 회중찬송을 위하여 음악디렉터가 강대상에 서서 회중을 지휘하고 있다. 지휘자를 비롯하여 평신도의 사역이 교단이 시작하면서부터 장려되었음을 확인하듯 이교회의 예배순서에 회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본다. 기도제목들을 꺼내어 놓는 시간에서도 언어장애자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어렵지만 그들의 삶을 드러내고 같이 기도함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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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시간 후에 시편과 복음서를 회중 대표가 봉독한 후 어린이들을 위한 설교를 먼저 진행한다. 어린이설교를 마친 후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봉독하고 어린이 설교를 마친 후 주일학교를 향해 어린이들은 퇴장한다.

250석의 교회본당에 약 10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교단적으로 평신도의 참여가 독특하다. 목회자는 처음 환영의 인사와 설교에만 단에 서고 예배의 모든 진행은 평신도들이 맡아서 순서대로 돌아가며 인도한다. 여기에 성만찬 집례도 평신도가 인도한다.

설교자는 설교단에서 내려와 회중의 눈높이에서 원고 없는 설교를 진행한다. 본문은 사순절 5번째 주일 Lectionary 본문인 요한복음 12:20-33이다. “새롭고 올바른 영을 주소서”의 제목으로 그는 설교하며 몸이 불편하여 예배에 참석지 못하는 어는 교인이 직접 지은 시 한편을 읽는다. 그리고 이번 주에 일어난 본인의 간증과 교인들의 삶을 대변하며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설명하는 설교방식을 진행한다. 예배에 드려진 찬송가와, 독창, 기도들, 그리고 하나님이 교회와 함께하시는 모습을 즉흥적인 한편의 설교로 역어 서술식으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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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만찬은 찬송으로 시작하며 회중은 앉아있는 자세에서 평신도대표가 식탁으로 초대하고 또 다른 평신도가 성만찬기도를 인도한다. 이는 상징적인 기념설의 성만찬으로서 포도주스와 작은 사각형의 과자를 자리에 앉아있는 회중에게 성찬위원들이 가져다준다. 교독으로 읽는 제정사 후에 온 회중이 떡과 잔을 같이 들고 동시에 먹는다. 다시 확인하지만 이 때 목사는 회중석에 앉아있고 평신도 리더들이 돌아가며 대표자를 세워 성만찬을 집례 한다. 개신교회로서 성만찬을 매 주일 하기도 힘든데 그것도 목사 없이 잘 지켜지고 있음을 보면서 전통과 역사가 엄청 중요한 역할을 감당함을 보게 된다. 교단 초창기 때에 복음전도를 위하여 개척교회는 늘어나고 목회자의 수가 모자라기에 평신도를 교육 훈련하여 성만찬 집례를 담당하지 않았던가? 교단의 창시자 켐벨의 성만찬신학을 다시 연구하여야겠다.

마지막 찬송을 부를 때에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이 자리에 돌아오고 목사는 축도를 회중 뒤 입구 쪽에서 외치며 1시간 20분의 예배는 마치었다. 회중의 구성원이 다민종이고, 다문화이며, 또한 다세대가 고루 섞인 교회였으며 경직되어있지 않고 평신도로서의 맡은바 직분자의 사명을 충실히 하는 그리스도의 교회의 교단적 성격을 잘 드러낸 아름다운 예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