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신학대학원에서 예배음악 교수를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시기상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주일아침이면 국가와 인종별로 모두 나뉘어 모이는 곳이 교회이다. 미국 남부만해도 흑인교회와 백인교회로 나뉘어져 같은 민족끼리 예배함이 보통인데 일찍이 흑인과 백인이 고루 섞인 교회로 잘 알려진 오크허스트 장로교회를 찾게 되었다. 다민종교회가 거론되기 이전인 1995년에 이미 타임지에 “The Gospel of Diversity”란 제목의 기사로 유명해진 교회이다.

노예전쟁과 흑백간의 갈등으로 얼룩진 남부사회에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젊은 부부 목사인 Nibs & Caroline Stroupe가 1983년도에 오크허스트 장로교회에 부임한 이후로 인종간의 화합과 다문화교회를 목표로 현재 300명이 출석하는 교회가 되었다. 흑인과 백인이 동등하게 함께하는 다민종교회의 대표적 모델로 알려진 이 교회의 특색을 살펴보면 그동안 주장하던 다문화 입체예배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오늘의 글에서는 이 동네교회에서 찾은 다문화 입체예배의 성격을 번호를 매겨가며 나열하고자 한다.

▲ⓒ한미목회연구소
오크허스트는 1921년도에 설립된 전통적인 장로교회이며 평범한 동네교회이다. 매 주일 10시 성경공부를 마치고 어린이들과 함께 전 교인이 11시 정각 오르간전주로 예배에 임한다. 성가대의 찬양이 환영의 인사와 예배의 부름으로 이어진다. 이곳 (1)성가대는 매달 첫째와 둘째주일에 서는 전통적 성가대와 셋째와 넷째주일에 서는 가스펠콰이어 두 찬양팀이 있다. 다섯째 주일에는 무용과 특별찬양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늘은 집사회를 헌신하며 드리는 특별예배로서 교회 살림을 위하여 구석구석 봉사하는 손길에 대한 안내 및 봉사자들을 소개한다. 집사회장이 선교와 봉사보고를 하며 병원, 노숙자, 그리고 음식을 제공하는 목회와 해외 및 국내선교를 주관하는 9명 집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회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가족과 같은 교회 멤버들이 나누는 (2)평화의 인사는 5분이 넘게 진행되며 만나서 정말 반가운 환영의 인사와 서로의 지난 소식들을 짧게 나눈다. 그저 형식으로 하는 눈인사가 아니라 오랫동안 헤어졌다 반갑게 만난 정겨운 인사의 시간을 이들은 마음껏 나누고 있다. 이 시간에 이 교회에서 전도사로 봉사하는 콜롬비아 신학대학원의 흑인학생인 제자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많은 미국교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3)어린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회자는 사순절 기간 동안 예수님과 함께하는 신앙여정으로 초대하며 참회의 기도를 안내한다. 먼저 침묵으로(시끄럽던 어린이들도 이 시간만큼은 조용히 한다) 기도하고, 사회자는 대표기도를 인도하며, 그리고 주보에 적혀있는 공동의 기도를 한 목소리로 크게 드린다. 그리고 나서 사회자 목사는 (4)기도문을 특별히 만든 사순절 나무십자가에 못 박고 용서의 선언을 선포한다.

▲ⓒ한미목회연구소
성가대의 찬양은 흑인영가로 이어지며 봉헌이 드려진 후 어린이들을 위한 설교를 부목사는 전한다. 프레츨 과자를 가지고와서 이 과자가 사순절에 기도함을 기억하도록 유래됨을 가르치면서 (5)강대상 위에 걸린 십자가 배너에 어린이들에게 프레츨 과자그림을 붙이도록 한다. 이는 아이들이 예배에 직접 참여함을 배려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예배실에서 퇴장하며 준비된 그들만의 프로그램으로 안내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린이들과 함께 성경을 같이 읽지 못함이 항상 아쉬운 뿐이다.

이어서 목회/중보기도의 시간에 (6)목회자는 회중 속으로 내려와서 감사와 간구의 항목을 열거하며 대표 기도하고 마지막으로 주기도문을 회중과 함께 한 목소리로 올리며 기도를 마친다. 백인부부 목사의 헌신적인 목회관과 흑인 평신도들의 리더십이 잘 어우러진 교회인 것 같다. 특히 성가대 지휘자인 흑인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며 찬양을 잘 이끌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성가대지휘자의 인도가 회중에게 까지 확대되지 않고 있음이다. 회중은 듣는 것에 익숙하여 있기에 듣기만 하지 않고 회중과 함께 같이 찬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한다. 흑인교회의 특징은 성가대의 찬양이 회중을 인도하여 온 교회가 같이 찬양에 임하지 않던가?

설교자는 (7)Lectionary의 사순절 네 번째 주일본문인 요한복음 3장 1-21절 말씀을 설교한다. 예배시작한지 1시간 15분이 지난 시간이다. 설교자는 예수님을 찾은 니고데모의 사건을 주제로 중생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유명인사 니고데모가 찾는 신앙의 확신은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에 있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있음을 선포한다. 깁슨 스투르프 목사는 그의 어렸을 적 사순절을 기억하며 어린 시절의 신학관을 다음과 같이 갖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We are bad and God is mad;

God wants to kill us, but instead killed Jesus

▲ⓒ한미목회연구소
그는 단순히 심판의 하나님만 수학공식처럼 믿고 있었는데 성장하며 5번의 거듭나는 경험을 아직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첫째, 인종의 차별에서 거듭나고; 둘째, 성별의 차별에서 거듭나고, 셋째, 미국인으로서의 국가적 우월주의에서 거듭나고, 넷째, 성적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두려움에서 거듭나고, 다섯째, 현재진행형으로 재물의 위력에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고 한다. 설교자는 16절의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십니다!”의 결론으로 20분이 채 넘지 않는 짧은 설교를 마친다. 특이한 것은 설교 후 박수로 응답하는 회중의 반응이다.

곧 이어서 목회자의 설명과 함께 (8)생일축하노래를 오르간 반주에 맞추어 온 회중이 노래한다. 그리고 축도 후 (9)회중은 동그라미 원형을 만들며 성령을 노래하는 찬송을 손을 잡고 부르며 예배를 마친다. 다문화 입체예배적 모습으로 비록 9개의 요소만 정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매 주일 생동감 있게 준비되고 펼쳐지는 예배임을 확신한다. 특별히 백인과 흑인들이 조화있게 잘 생활하는 일반교회의 예배모습으로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