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한 첫 이미지는 명품, 요리, 와인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관람한 후, 그들의 힘은 전통유산을 철저하게 계승하려는 정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회 역시 믿음의 유산을 계승받고 또 후대에 전수한다. 우리는 고귀한 유산들을 잘 지켜나가고 있을까? 또 후대에 잘 전수하고 있을까?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세대들이 여러 이유로 교회당을 떠난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이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20주년 기념작으로 기획된 영화 <여름의 조각들>에도 어머니에게로 받은 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장남 프레데릭(샤를를 베를랭 役)이 등장하며, 자유로운 생활로 집과 유산에 무심한 둘째딸 아드리엔(줄리엣 비노쉬 役), 자신의 상황 때문에 아쉽지만 어머니의 재산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막내 아들 제레미(제레미 레니에 役)이 나온다.

이들 삼남매의 어머니는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카밀 코로, 오딜롱 르동, 루이 마조렐 같은 19세기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며 한 평생을 보냈다. 그녀는 한 여름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기념하던 날, 생일을 즐기기 보다는 자신이 죽으면 있을 집과 집안의 물건들에 대한 처리문제로 걱정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큰 아들 프레데릭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삼남매와 손자, 손녀들의 추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집은 당연히 그대로 보존될 것이라며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듣게 된 세 남매는 믿을 수 없는 이별을 맞게 되고 막상 생전 어머니의 집과 유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그들은 생각지 못한 이견 때문에 충돌하게 된다.

어머니가 소유했던 집은 사람을 가족으로 묶어주고 추억을 담았던 소중한 공간이었으며, 어머니가 소장했던 미술작품들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로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 물품들이지만 정작 그녀의 자손들은 별 관심이 없다. 물론 그들도 그 유산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실용’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가 잃어버린 옛 것들이 분명히 있다. 짧게 보면 우리의 무관심으로 얼마 전 불타버린 문화유산 남대문이 생각나고, 바쁘다는 핑계로 잘 돌보지 못하고 방치된 기독교문화유적지들도 스쳐간다.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리면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으로부터 물려받은 믿음의 유산을 비롯해 가깝게는 주기철, 손양원, 한경직 목사와 같은 한국교회 믿음의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유산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남긴 보화와 같은 믿음의 유산이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오는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