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루터 킹 Jr. 목사가 앞장 선 가운데 흑인의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며 벌어졌던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시위 44주년 기념행진이 지난 7일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개최됐다.

44년 전 흑인 참정권 법안 통과를 낳은 이 시위는 흑인 권익신장의 모멘텀인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 선출의 기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념시위를 맞아 여전히 존재하는 미국 내 인종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는 목소리 또한 높았다.

9회째 기념 행진에 참가해 온 신앙과정치연합(Faith and Politics Institute) 대표 클레이트 킬리 목사는 오바마 대통령 선출의 기초석을 놓은 시위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여전히 인종차별 개선문제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는 넘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인종에 대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시위에 대한 향수와 동경을 넘어,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난 8일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흑인계 미국인들의 성취감과 기대감이 인종문제 언급의 잠식을 가져온 점을 지적’ 하며, “현시대에는 과거 부정의 잔재가 남아 더 많은 인종차별이 양산되고 있으며, 이 같은 경제적 위기상황 속에는 더욱 심각하게 제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미 흑인연합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어려운 시기는 흑인계 미국인에게는 더 어려운 시기를 의미한다. 이같은 침체시기도 예외 아니다”고 언급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흑인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문제는 최근 발표된 조사에 의해 확연히 드러난다. 실제로 흑인계 미국인의 실업율은 미국 평균 실업율보다 5%가 높으며, 극빈층 인구도 흑인계 미국인이 훨씬 높다. 한 예로 인구의 70%가 흑인계인 셀마 지역에서는 미국 평균 9% 극빈층 인구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치인 25%의 극빈층을 기록했다.

앨라배마 주 데이비스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흑인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단순히 그가 ‘높이 평가되는 대통령’이길 바라고 있다. 이번 오바마 행정부 기간이 지난 세월 인종차별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단계 전진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