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신학대학원에서 예배음악 교수를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시기상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알파레타(GA)에 위치한 노스포인트 교회(www.northpoint.org)는 Outreach Magazine이 2008년 발표한 미국에서 교인수가 가장 많은 교회명단의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5천명의 새로운 교인으로 인하여 2만2557명의 교인수를 자랑하는 대형교회이다.

1995년 설립된 이교회의 성장은 큰 성전을 갖기보다는 주일 3번의 예배를 3곳에서 동시에 드림에 있다. 전체 9번의 예배가 있는 셈이다. Alpharetta, Cumming, 그리고 Buckhead에 위치한 3곳의 성전에서 9시, 11시, 12:45PM (Buckhead는 6PM)에 진행된다.

9시에 벅헤드성전 예배를 찾았다. 봄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이른 아침 차량 안내위원들이 주차장에서 애를 쓰며 친절히 안내하였는데 쇼핑몰과 같은 현관을 거쳐 극장과 같이 꾸민 예배실로 입장하는 2,000여명의 사람들을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색상이 바뀌는 조명과 최고의 기술로 투영된 영상이 거대한 블랙박스에 가득찬 회중들의 시선을 이끌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로 2,30대 회중으로서 밴드음악에 맞추어 찬양을 한다. 찬양팀은 특이하게 2명의 보컬 기타연주자와 2명의 바이올린, 그리고 1명의 첼로 연주자로 구성된 5인조 팀이다. 이머징 신학의 영향으로 클래식과 팝이 퓨전으로 혼합된 구성으로서 드럼세트 없이 차분한 곡의 진행으로 Integrity Hosanna의 “호산나” 그리고 “Lead Me to the Cross”와 같은 곡을 25분 동안 인도하였다.

연주 후 박수로 응답하며 광고를 짧게 진행한다. 새로 온 사람들을 환영하며 이곳에서는 인사시킨다고 일어나라 하지 않는다면서 예배 후 나가면서 선물Package을 준다고 약속한다. (나중에 확인하니 교회안내를 담은 DVD였다).

▲ⓒ알파레타 노스포인트 교회 홈페이지
이곳 예배의 특징은 극장식 무대를 향한 강렬한 색상의 조화와 조명의 신비, 그리고 연주자의 모습과 준비된 영상이 오버랩하며 투영된 최고의 전문적 기술을 요구하는 비쥬얼에 있다. 사실 찬양 후에 헌금을 위한 플라스틱 통을 돌릴 때 잠시 눈을 무대에서 떼었더니 악기와 찬양팀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중앙에 설교자가 높은 의자에 앉아 커피 테이블에 팔을 기대고 성경을 펼친 채 설교를 시작한다. 나는 잠시 착시현상을 경험하였는데 실물과 꼭 같은 크기의 설교자 모습인지라 실재로 앤디 스탠리가 온 줄 착각하였다. 거대한 스크린이 무대중앙에 위치하고 30분 떨어진 알파래타 본당에서 진행되는 예배실황을 동시에 위성 중계한 것이었다.

설교자는 청바지와 갈색 티셔츠를 입고 빠른 속도로 신앙의 이야기를 끝임 없이 쏟아 놓는다. 하나님의 손안에 있는 이 세상의 모습을 주제로 앤디 스탠리의 솔직담백한 설교, 아니 그가 보는 삶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오늘설교를 성서본문을 읽으면서 시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서와 신앙인의 모습을 지난 주 설교에 이어서 시리즈로 이어가며 거룩한 종교성에 대하여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그만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아마도 회중의 대부분이 기독교인이 아니거나 초보 신입교인임을 고려한 것이리라.

얼마 후 드디어 본문으로 빌립보서 4:4-7(PNIV)을 소개하며 성경에 대한 초보적인 설명을 충분히 하면서 말씀의 내용을 오늘의 상황과 청취자들의 삶을 고려하며 그들의 삶에 관련된 내용의 메시지를 정열적으로 전한다. 이는 한절 한절을 풀어서 전하는 강해설교 방법론으로서 예를 들어 기도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줄줄이 기도제목을 열거하는 기도보다는 우리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Reveal 드러내는 기도, 자신의 깊은 내면적 존재를 드러내고 하나님께 우리의 모습을 고백함을 그는 외치며 가르치고 있다. 사도바울을 인용하며 두려움과 불안함을 하나님의 평안으로 이겨내기를 강하게 호소한다.

재미있게도 지난 주 탐방한 제일침례교회 목사인 그의 아버지 찰스 스탠리 목사가 담임하는 예배의 모습과 아버지보다 더 큰 교회를 담임하는 아들목사교회의 예배를 비교하게 되었다. 먼저 동시대에 대를 이어가며 성경을 가르치는 두 목회자의 진정한 열정과 전문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버지 교회는 모든 상징을 벗어버리고 말씀으로 모인 회중에 집중하는 예배신학에서 그 아들은 더 나아가 교단을 비롯한 교회회중의 전통적 모습도 모두 벗어버리고 포스트모던 현세대에 익숙한 미디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복음을 외치고 있다. 40분의 설교가 설교자의 기도로 마치며 축도도 없이 다음 주에 시리즈는 계속 이어짐을 광고하며 예배가 마치자 중앙의 스크린이 올라간다. 비로서 이 모든 것이 위성중계였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여기에 모인 2,000여명의 회중은 자연스러이 같이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1시간이 조금 넘은 예배를 퇴장한다.

▲ⓒ알파레타 노스포인트 교회 홈페이지
나중에 알파레타 성전에서 확인한 바로는 1시간에 마치는 예배를 남기기 위하여 앤디목사는 11시 예배에 다시 설교를 하였다. 두 번째 설교는 조금 짧게 30분 안에 마친 것이다. 그는 보통 9시 예배 1번만 설교하고 녹화된 동영상으로 모든 예배설교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교회의 기독교적 상징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겠지만 이처럼 미디어 기술을 극대화하여 집중된 상징이 하나 있다면 앤디 스탠리목사 그 자신이다. 한 사람의 목회자에게 집중된 이러한 예배의 모습은 당연히 회중의 참여를 소홀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인 상황이다. 과연 이처럼 회중의 참여가 극소화 된 모임에서 예배신학이 성립될 수 있는가 묻게 된다. 담임목사의 차림처럼 많은 이들이 청바지 차림에 캐쥬얼한 옷차림으로 교회를 오고 가는데 이들에게 본인이 속한 교회의 회중이라는 주체성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11시 예배시간에 어느 친절한 안내위원의 도움으로 교회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그는 교회의 핵심은 소그룹에 있다고 전한다. 같은 지역 및 삶의 과정별(싱글, 결혼, 이혼, 사별), 그리고 남녀로 구분된 소그룹이 교회의 중심적 사역이고 이를 위하여 자원 봉사하는 사람만도 7,000여명이 된다고 한다.

노스포인트 교회의 수뇌부가 위치한 알파레타 캠퍼스는 5,000명을 한 번 예배에 수용한다. 11시 예배는 주일학교를 동시에 운영하고 12:45분 3부 예배시에는 스페인어로 라틴계 예배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나의 독립된 예배가 아니라 예배 찬송을 스페인어로 하고 또한 이미 녹화된 앤디 스탠리의 설교를 스패니쉬로 통역하여 방송한다고 한다.

한 가지 기성교회와 다른 또 한 가지는 지난 주 제일침례교회같이 이 교회 또한 식사와 함께하는 친교의 시간이 따로 없다. 음식자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성만찬을 비롯한 기독교적 상징과 예전이 없는 것이 이교회의 특징이고 그것이 장점으로 이교회의 성장을 말한다면 그저 대형교회이기에 그 유명세를 타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인가? 윌로우크릭과 새들백교회의 성장은 이미 멈추었고 오히려 감소를 이루고 있는데 노스포인트 컴뮤니티교회의 성장비결은 무엇일까? 그 내막을 한 번의 방문으로 안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오늘은 따뜻한 곳으로 알려진 애틀랜타의 이변적인 날씨로서 뜻밖에도 모처럼 함박눈이 훨훨 내리는 3월 첫째 주일, 사순절 첫째주일이지만 사순절이라는 단어가 어디서도 단 한 번도 언급됨이 없었으며 삶과 신앙의 일치를 위하여 오히려 의식있는 예배의 전통을 모두 벗어버리고자 노력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예전적 전통이 생략된 이 교회의 예배 모습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성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예배 후 그냥 문을 나서기가 아쉬워 다시 한 번 둘러보다가 한 달에 한 번씩 공연되는 어린이가 있는 가족을 위한 뮤지칼 예배를 참관하며 디즈니 연출을 뺨치는 이 교회의 전문적인 자원과 그 실력에 놀라게 되었다. 오로지 오늘 처음 방문한 저자가 할 수 있는 참여적인 방법은 관람하는 회중과 함께 힘찬 박수를 보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