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로 만난 영어권 사역자는 새한장로교회 브랜든 리 목사다. 시애틀 출신인 리 목사는 신학교 당시 전도사 시절을 제외하고 영어권 담당으로 부임한 것은 이곳이 두 번째라고 했다. 그는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새한교회 영어권 사역은 송상철 담임목사의 아낌없는 후원과 1세들의 지원아래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결혼한 커플그룹이 많아져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어권 멤버들은 1세들과 달리 자기희생이나 헌신이 매우 약합니다. 이미 성인이지만 신앙적인 면에서는 책임감이 부족하고, 한어권에서 많이 도와주니 지나치게 의존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반면 이들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밖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으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요. ‘예수를 믿는 것은 내가 받은 복을 나눠 주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늘 강조합니다.”

최근 영어권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관 건물에서 드리던 예배를 본당으로 옮긴 이후 멤버들 안에 생긴 자부심과 감사함이 크게 작용했다. 한어권과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묻자 브랜든 리 목사는 “원래 한어권에 계시던 1.5세 집사님과 영어를 잘 하시는 1세 장로님께서 중간다리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계셔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다. 많이 이해하고 참아주고 기도해주신다면 영어권 사역은 날개를 달고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새한장로교회 영어권사역의 현황은 어떤가?
“지난해 봄 부임할 당시 20여명이던 영어권 멤버들이 50여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평균나이는 25세로 잡을 수 있는데, 20대 초의 대학생 그룹과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30대 그룹이 많기 때문에 실제 25세 정도의 대학 이후 청년들은 적습니다. 이게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전문직을 갖고 결혼해서 가정을 가진 안정적인 그룹들이 늘어나고 있어, 안정적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일예배 이외에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조지아텍에서, 목요일 같은 시간에 교회에서 기도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영어권이 성인이 되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영어권 멤버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나 교회 어른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볼 때는 서로를 비난하고 상처를 주는 것은 똑같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훌륭한 점은 서로 존경(Respect)해야 하는데 늘 한어권 잘못이라고만 하죠. 가족이 그렇듯 똑같을 수는 없지만 두 교회가 한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사랑으로 품고 이해하는 태도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권 사역을 하시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
“영어권 멤버들은 1세처럼 눈에 보이는 신앙의 열심이나 헌신이 부족합니다. 자기들만 편하게 잘 살면 만족하는 편이죠. 헌금도 잘 안 해요(웃음). 성도가 많아도 예산이 없으면 교회가 운영이 안되잖아요. 새한교회는 그래도 결혼한 부부들이 많아서 잘 들어오는 편인데, 대학생들은 헌금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교회에 헌금하는 걸 보면서 컸거든요. 그 당시에는 ‘왜 저렇게 많이 할까?’ 답답하기도 했는데, 훌륭한 본보기가 됐어요. 또 다른 어려움은 유스 때부터 주로 받는 신앙만 해왔기 때문에, 성인이 되도 한어권에서 받으려고만 한다는 거에요.

멤버들이 늘어나면서 공간의 문제가 조금 있었는데, 좁은 곳에서 드리다가 본당에서 오전 9시 30분에 드리기 시작하면서 멤버들 안에 자부심이 커졌어요. 새신자가 와도 분위기가 참 좋다고 합니다. 사실 영어권에게 ‘본당에서 예배 드린다’는 것은 단순히 예배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어권 중에서 종종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시지만 담임목사님께서 영어권을 많이 생각하시고 믿고 맡겨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한어권과 영어권 사이의 가장 큰 이슈지만, 한어권 예배에 출석하시던 1.5세 집사님이 영어권으로 오시면서 중재를 잘 해주시니 괜한 오해나 문제는 거의 없다고 봐요. 한어권 중에서도 한 시무장로님께서 영어를 아주 잘하셔서 많이 도와주십니다.”

한어권에서도 사실 영어권을 위해 많은 부분을 헌신하고 있지만 영어권 사역을 하면서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재정적인 지원이나 공간제공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영어권 목회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담임목사님을 비롯한 교역자들의 ‘믿고 맡김’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하게도 교회에서 영어권 사역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주십니다. 그래서 저나 제 아내가 편한 마음으로 사역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권과 한어권이 만들어가야 하는 건강한 교회의 모델이 있다면?
“두 교회는 떨어질 수 없는 ‘가족’과 같다고 믿습니다. 한국인 이라는 뿌리를 갖고 함께 모여, 영어권은 한어권 어른들의 신앙과 지혜, 믿음의 유산을 꼭 배워야 합니다. 영어권은 이렇게 받은 사랑을 교회 밖 세상 속에서 베풀고 나누고 살면서, 삶 가운데 크리스천으로서 본보기가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영어권이 잘 성장한다면 교회 내에서 교사 등 여러 사역으로 섬길 수 있고,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화가 쉽지만은 않겠죠. 그러니 서로에 대한 존경과 이해, 기도가 수반 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목회 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저희 모토가 ‘God ministering to us, God ministering through us’예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으로 키우시고, 나아가 우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이죠. 개인 개인이 하나님 말씀 통해 삶이 변화되고, 능력 있는 삶을 살게 되면 내가 속한 가정과 직장, 세상에서 축복이 되고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멤버들에게 늘 교회 안에서만 봉사하고 헌신하는 게 다가 아니라 교회 밖에서 봉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