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로 만난 영어권 사역자는 연합장로교회 Karis Community Fellowship 다니엘 김 목사다. 버지니아 윌리암스버그 소재 윌리암스앤메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를 꿈꾸던 그는 소명을 받고 일리노이에 트리니티 에반젤리컬 디비니티 스쿨에서 목회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뉴저지 초대교회, 휴스턴한인장로교회에서 사역하다 2006년 연합장로교회 EM 담당목사로 부임했다.

다니엘 김 목사는 영어권 안에서도 1세에 더 가까운 1.2세가 있고 2세에 더 가까운 1.8세도 있어 같은 영어를 쓰지만 스펙트럼이 넓다며, 1세와 2세의 큰 차이를 맞춰가는 동시에 영어권 내의 다른 기대치를 가진 멤버들을 복음 안에서 지혜롭게 인도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7살에 이민 와서 다리수술을 여러 번 하면서 하나님께 서원했던 것을 잊고 변호사가 되려고 했는데…소명을 확실히 주셔서 뒤늦게 신학교에 가서 목회를 하게 됐어요. 뉴욕, 뉴저지, 휴스톤 등 주로 큰 도시에서 지내왔는데, 영어권 사역이 잘 성장해서 영향을 미치는 교회가 별로 없습니다. 한 두개에 불과하죠. 1세는 2세 사역이 ‘베이비 시팅’이라는 생각으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을 어리게만 생각합니다. 교회 건축은 많이 하지만 사역자에게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고요. 거기에 교회 안에 ‘한국적인 문화’가 성경적인 문화로 강요되고, 한어권이 싸우고 갈라지는 것 보면서 자녀들은 세상보다 못한 모습에 상처받고 떠납니다.”

김 목사는 2세 사역이 선교라는 생각으로 조건 없는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부탁했다. 또 일년에 한두 번 단기선교에 자녀들을 보내, ‘획기적인’ 신앙의 전환이 오길 바라면서 일주일에 한번 펠로우쉽에는 이런 저런 핑계로 보내지 않는 부모들의 이중적인 잣대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복음화 된 것은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청년들을 선교사로 보내준 부모들의 희생과 신앙 때문이었다”면서 과연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은 무엇인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연합교회 카리스펠로우쉽 사역의 현황은 어떤가?
“2006년 부임한 이후에 꾸준히 성장해서 지금은 약 200명 정도가 출석합니다. 그 중 리더십은 4-50명 정도로 생각합니다. 18살 대학신입생부터 45살 결혼한 장년까지 있는데, 그 중 28-35살 그룹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마친 백인도 있고 흑인 친구도 옵니다. 타인종은 적은 수지만 자연스럽게 와서 정착하고 있어요. 제 나이는 30대 중반입니다.”

영어권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1세와 2세의 관계가 힘든 것은 서로의 기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0년 된 영어권 사역이지만 목회자가 평균 5년에 한번씩 바뀌고 유스 사역자는 2년을 못 버티는데 어떻게 인도자를 신뢰할 수 있겠어요? 교회건축에는 정말 헌신적이지만, 2세에는 그만큼 투자하지 않습니다. 결국 빌딩은 많은데 아이들은 없어지는 거죠. 여기에 싸우고 갈라지는 것 보면 상처받고 떠나는 게 당연해요. 그렇다고 2세들은 영어가 자유로워 미국교회에 잘 적응하는 것도 아닙니다. 문화의 차이도 있고, 특별한 사역을 맡지 않고 예배만 드리다 이건 아니다 싶어 돌아오거나 교회를 영영 떠나버리기도 합니다.

영어권에게 한어권 어른들은 늘 어린아이 대하듯이 하세요. 한어권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지만, 영어권들은 주류사회에서 전문직을 갖고 있거나 인정받는 리더들이고, 자녀들도 있는 어엿한 어른인데 말이죠. 교회 안에 ‘한국적인 문화’ 그 중에서도 권위적인 태도가 2세들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다니엘김 목사는 한 테두리 안에 상호보완적인 Next Door Church가 건강한 모델이라고 밝혔다.
영어권에서 장기 선교사를 파송한다고 하는데
“내년 봄쯤 동북아시아 소수민족 거주지역에 10년 이상 사역할 장기 선교사를 파송할 계획을 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3상의 부부를 포함해 11명의 선교사 지망생들이 현재 클락스턴 난민거주지역에 살면서 이슬람 사람들과 아프리카 이민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이들은 직업이나 학력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안정된 사람들인데, 모든 걸 내려놓고 복음에 헌신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솔직히 일년에 한 두 차례 단기선교 다녀오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자녀들에게 신앙교육을 시킨다고 여름방학에 멕시코나 남미로 많이 가는데… 신앙성장이 목적이라면 수련회와 별반 차이가 없어요. 비싼 수련회 가는 거죠. 진짜 선교는 적어도 5년, 그리고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카리스펠로우십에서는 재정의 20%를 선교에 사용하는데, 전략을 세워 복음의 불모지를 타겟으로 삼고 있습니다.

장기선교사 파송 이외에도 ‘Community Outreach’라고 오후부터 새벽까지 다운타운 홈리스들을 만나 기도해주고 식사와 옷을 주는 Prayer Walking, 피난민의 미국적응을 돕는 Refuge Resettlement Service 등을 섬깁니다. 한어권의 선교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무한한 영역에서 무한대의 가능성을 갖고 선교할 수 있습니다.”

영어권의 건강한 모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Next Door Church입니다. 자녀가 결혼하고 독립해서도 같은 집에서 살면 부딪힘이 많지만, 옆집에 살면 좋은 점이 많잖아요. 이민교회의 베이스를 떠난 영어권의 완전한 독립은 원하지 않아요. 한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다른 건물을 사용하는 것, 그러면서 영어권은 한어권의 신앙전통과 유산을 배우고, 가능성을 백분 살려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한어권이 다 이루지 못한 것을 펼쳐나가면 어떨까요? 나아가 영어권에는 인종을 뛰어 넘는 다인종교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적인 문화가 조성된다면 인종의 차이는 뛰어넘을 수 있다고 봐요.”

목회비전이 있다면?
“첫 번째는 제자훈련입니다. 교회당을 채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수 믿으면 건강 주시고, 물질 주신다는 Healthy Wealthy Church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중심으로 제자를 세우면 부흥은 하나님께서 알아서 주신다고 믿습니다. 두 번째는 선교입니다. 복음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을 입양(Adoption)해서 기도와 물질, 실질적인 선교사 파송으로 서포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커뮤니티를 복음화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니엘 김 목사는 “1세들은 과연 ‘아메리칸 드림’이 뭔지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자녀들은 공부시킨다고 수련회에도 보내지 않으면서 부모님은 기도와 예배에 열심을 다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자녀들이 신앙 안에서 성장해서 하나님 나라 세우고 섬기는 일에 쓰임 받는 것이 진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겠어요?”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