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짖는 절박함, 교인 한 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여덟번째 편에서는 어느 신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교회의 미래인 신학생이 올바른 목회철학의 건강한 목회자로 성장해야 작은교회, 나아가 한국교회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 4학년인 강대진 씨는 최근 일산에 있는 한 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사역을 시작했다. 전공자가 아닌 강 씨는 큰교회가 어차피 어렵다고 판단, 거리가 좀 있지만 일산의 작은교회를 선택했다. 그러나 능력이 됐다 해도 자신은 작은 곳을 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큰교회 작은교회 구분 짓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작은교회에 좀더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저 또한 부담없이 사역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은 이상과 현실의 모순에서 온 고통이 크지 않은 학도(學徒)의 꿈이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강 씨는 신학을 공부하는 지금까지 교회를 떠나 본 일이 없다.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좋은 모습만 봤던 것은 아니다.

“후에 목회자가 됐을 때 나는 과연 하나님 앞에 바로 서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설교를 하고 몇 명의 교회를 담임하든 항상 하나님과의 관계를 먼저 점검하는 그런 목회자가 되고 싶어요. 이 다짐이 변치 말아야 할텐데…….”

말끝을 흐리는 건 자신도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한 뒤 교단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강도사, 목사가 되고 한 교회를 책임지는 담임목사가 되기까지 앞으로 강 씨가 경험하고 느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인 그는 어떤 것을 붙들어야 하고 무엇을 명심해야 할까. 강 씨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곽성덕 목사(에덴교회 담임), 주성진 목사(사랑의교회 부목사)에게 그 지혜를 물었다.

▲장신대 신학과 4학년인 강대진 씨가 걸어가게 될 목회의 길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이들이 그 지혜를 들려준다. 위부터 곽성덕 목사, 강대진 씨, 주성진 목사 ⓒ최우철 기자

“부교역자 때 목회철학 분명히 정립해야”

주 목사는 서울 강남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목양을 담당하는 부목사로 있다. 그는 세 교회를 거쳐 사랑의교회로 왔는데, 신학생 시절부터 전도사를 거쳐 부목사로 사역하기까지 14년의 시간이 걸렸다. 주 목사는 “이제야 목회자로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지난 14년은 내 목회철학이 정립된 기간”이라고 말했다.

주 목사는 신학 공부를 마치고 목회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목회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목회를 결정하는 것은 교회도 아니고, 지위도 아닌 학고부동한 목회철학이라는 게 주 목사의 지론이다.

특히 부교역자 시절은 목회철학을 정립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간이고 따라서 교회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그 교회가 어떤 목회철학을 가졌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은 성경을 통해 교회란 무엇인가를 바로 알아야 하고, 그런 다음 현실에서 그것을 조정해 점차 내 목회철학을 정립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독서를 많이 해야 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교회 탐방도 한 방법이고 멘토를 찾아 도움을 구할 수도 있어요.”

“목회는 부서지는 과정… 경험과 대화 필요”

곽성덕 목사는 서울 봉천동에 있는 에덴교회를 4년째 담임하고 있다.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했고 서울 왕성교회(길자연 목사) 등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었다. 그러면서 전도사, 부목사 시절을 거쳤고 담임목사인 지금, 그는 “매 순간이 부서지고 다시 세워졌던 과정”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마치고 부푼 꿈을 안은 채 한국에 왔지만 역시 현실은 현실일 뿐, 꿈이 아니더군요. 제자훈련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의욕만 앞선 어리석음이었죠.”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곽 목사는 혈기왕성했던 젊은 시절 세련된 교회에서 점잖게 목회하는 목회자를 막연히 그렸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그의 목회관은 다듬어졌고, 이제서야 자신이 꿈꿨던 목회 비전을 그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있다.

“전도사 때는 극단적인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하면 잘 될 것이니 저렇게 해선 안 된다. 이런 식이었죠. 부목사 땐 어느 정도 교인들 앞에 설 때가 많다 보니 자칫 교만해지기 쉽겠더라구요. 지금 돌아보면 목회를 보는 관점이 조금씩 넓어지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보다 많은 경험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곽 목사는 조언했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편한 길 선택하려 해… 목회는 어려운 것”

강대진 씨에게 “후에 개척을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데로 따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개척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 “알고 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개척보다는 청빙되길 원한다”며 목소리에서 약간 힘을 뺀다.

“전도사로 청빙되면서도 사례비 중심으로 교회를 선택하는 모습을 종종 봐요. 글쎄요. 예전보다 최근 들어 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큰교회 목사님들이 대외적으로도 명예를 얻고 근사한 모습으로 비치니까요.”

곽성덕 목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국의 큰교회는 엄청나게 크지만, 대부분은 작은교회에요.” 그래서 곽 목사는 그 대안으로 큰교회의 분립개척을 제안하기도 했다.

“큰교회가 몸집을 줄여 분립을 하면 목회철학을 공유하는 중형교회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 중형교회가 성장하면 또 분립을 하는 형식이죠. 그럼 다양한 목회철학의 중형교회들이 많아지고, 몇 개의 큰교회만 있을 때보다는 교회의 선택폭이 더 넓어질 겁니다.”

강 씨에게 목회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백발이 성성한 원로 목회자에게 물어야 될 일이지만 신학생의 아직은 여물지 않은 풋풋한 생각도 듣고 싶었다. 그런데 그 대답이 참 의미심장하다. 시간이 지나 머릿속에서 떠올릴수록 더 그렇다.

“목회는 누구에게나 다 어렵다는 말을 들었어요. 어려운 게 목회고 그래서 더 주님이 필요한 것이라고. 어렵다고 피해선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