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만난 영어권 사역자는 제일장로교회 Living Hope 최영규 목사다. 필라델피아에서 자란 최영규 목사는 위스콘신 대학원,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졸업했고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사역하다 제일장로교회로 부임한지 4년째다. 처음 2년은 유스를 담당했고, 이후에는 유스 사역자를 따로 세우고 대학생 이상 그룹을 맡으면서 전체를 관리한다.

그가 보는 애틀랜타의 교회발전 정도는 뉴욕이나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보다 15년 가량 늦다. 1996년 올림픽 이후 대도시에서 재 이주해 오면서 이민붐이 불었던 만큼, 1세대 본격적인 정착이 15년 가량 늦었다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사역을 하는 영어권 사역자들 대부분도 북쪽에서 청빙 되어왔다.

“영어권 사역에는 장기적인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정체성 혼란과 사회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뒤엉켜 말씀에 대한 갈급함도 크고 인생의 중요한 결심을 하는 2세들을 인도하는 사역자들은 길어봤자 3년이에요. 그것도 대부분 신학공부하러 왔다가 마치면 떠나는 유학생들이고요. 아이들은 겨우 마음을 열었는데 떠나버리면 새로 오는 사역자와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 힘듦이 많아요.”

이민교회에서 자란 최영규 목사 자신도 사춘기가 절정에 달했던 11, 12학년 때 신앙적인 의문과 관심, 마음 또한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질문이 많고 생각하기 좋아하는 그에게 늘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믿어라’ ‘기도 많이 하면 된다’. 이런 그를 신앙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열어준 것은 대학생 시절 만난 인터바시티 선교단체였다. 심도 깊은 제자훈련과 말씀을 놓고 끊이지 않았던 토론, 다민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아웃리치와 사역으로 ‘복음의 정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헌신을 결단했지만, 한국교회를 섬기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은 끝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그가 열어가려는 영어권 교회의 비전과 대안은 무엇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제일장로교회 Living Hope 영어권 사역의 현황은 어떤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코어멤버는 45명 정도고, 유스까지 하면 80명 안팎으로 예배에 출석합니다. 평균나이는 20살 정도로 보고, College Fellowship, Young-Adult Fellowship 등이 있습니다. 예배는 주일 오전 10시 15분에 본당에서 드립니다. 제일교회 영어권사역은 교회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제가 부임한 이후라고 봅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떠나는 청년들이 많았어요. 제 나이는 30대 후반이고요.”

A3Mnet에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나?
“제가 자라고 공부한 필라델피아나 뉴욕 등지 보다는 연합이 잘되는 편입니다. 함께 모여 영어권 사역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기도하고 함께 일해보자는 취지로 움직입니다. 얼마 전 쌍둥이의 아빠가 되어서 요즘엔 잘 나가지 못합니다(허허).”

▲완공을 앞두고 있는 2050 비전센터 앞에서. 비전센터는 유스와 영어권을 위한 곳으로 넓은 예배당과 운동시설 등이 구비되어 영어권 사역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박현희 기자
영어권 사역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들은 무엇인가?
“먼저 멤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신앙의 기반이 약하다는 거예요. 심각할 정도입니다. 집이 가까워서, 친구 따라서, 교회가 커서, 시설이 좋아서 교회를 오고 갑니다. 교회를 소셜그룹(Social group)정도로 여기죠. 자연스럽게 소속감도 적습니다. 그 원인은 자녀들을 말씀과 훈련으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부족했던 거죠.

제 경우를 봐도 그래요. 신앙심이 최고에 달했던 청소년기에 갈급함이 커지고, 질문도 많았습니다. 전도사님은 대부분 근처 신학교에 유학 온 한국사람이었어요. 길게 있으면 3년이고, 마음을 열만하면 공부를 마치고 떠납니다. 일단 언어의 문제도 있었고, 질문을 하면 그냥 믿으라고 하셨어요. 그분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토론과 질문에 익숙한 2세들에게는 한계가 많았죠. 제가 선교단체에서 훈련 받던 대학시절 오전에는 미국교회에서 말씀을 듣고, 오후에는 한국교회에 가서 유스그룹을 가르쳤던 것은 이들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섬기고 싶어서였어요.

한어권과 다른 영어권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프로그램과 부흥회 보다는 깊은 토론과 가르침으로 복음이 제대로 전해져야 신앙이 단단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가운데 소명을 받은 이들이 있어도, 교육할 신학교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신학적 기반도 약합니다.

한어권과 겪는 어려움은 기대치가 다르다는 것이죠. 한어권은 눈에 보이는 부흥,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시지만, 전 개인 적으로 가르치는 스타일이에요. 성장과 훈련을 중요시하죠. 지금 사역도 십 년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숫자에 연연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어중이 떠중이 몰려오고 가는 사람들은 핵심멤버를 기르는 데 도움이 안되니 와도 고민이죠.

또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2살도 안되 미국에 와서 말 뿐 아니라 생각이나 가치관도 사실 미국인과 비슷합니다. 한국어 실력도 듣는 것은 어느 정도 되지만 말하는 것은 영어가 편하죠. 사역자들이나 한어권 회중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서 서로 상처 받고 주는 경우도 있어요. 가령 (한국식)인사를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인사도 없이 지나갔다고 마음 상하는 분들도 있었으니까요.”

영어권의 입장에서 한어권에서 해줬으면 하는 가장 큰 바람은?
“한어권에서는 영어권에 많은 헌신을 하시니 숫자가 빨리 늘어나고,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을 바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권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라 미성숙한 부분이 많고, 복음으로 강하게 훈련되는 경우가 드물뿐더러, 가족과 교회에서 받은 상처가 많아 치유가 필요한 이들입니다. 이런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영어권도 어느 정도 훈련 받고 성숙되면 교회 밖으로 나가 아웃리치도 하고 선교도 해야 하는데 한어권의 입장으로 제한 받기도 합니다. 이들의 무한한 탤런트를 사용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라 아쉽기도 하죠. 2세들은 어린 아이가 아니에요. 자녀들 교육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보다 더 큰 비전을 품도록 격려해주세요.”

영어권의 건강한 교회모델이 있다면?
“정답은 없어요. 비전 없이 다른 데서 잘되는 것을 따라가기 보다는 이것 저것 도전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교회 안에 두 개의 위원회(Committee) 같은 구조로, 재정이나 리더십, 행정은 완전히 분리되지만 한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영어권 자체적으로는 가족교회를 추구합니다. 지금 이민교회는 장년부, 청년부, 유년부 등으로 나눠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한 교회를 다니지만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제일교회는 시작단계지만 지금의 유스부터 훈련을 시작해서 이들이 자라 대학생이 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어도 온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그 믿음을 가족이 공유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목회방향은 무엇인가?
“애틀랜타는 Second Chance City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바로 이민 온 사람들 보다는 대도시에서 이주해 온 경우가 많고, 비즈니스가 잘 안 풀려서 혹은 이혼이나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교회를 섬기라고 부르심을 받고, 애틀랜타로 온 것은 여기에 영어권 목사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리교회에서는 예배와 꼭 필요한 성경공부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이 없어요. 동참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와서 예수님을 바라보며 말씀으로 성장하고, 마음 속 깊은 상처들이 치유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Healing Ministry가 목회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