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신학을 공부했던 제 친구들은 한인교회에서 사역하는 저에게 그래요. ‘너 아직도 거기 있니? 더 큰 기대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와라’”
애틀랜타 지역 한인이민교회 안에서 영어권(English Ministry) 사역을 하고 있는 한 목회자의 고백이다.

‘우리교회는 나름대로 영어권 사역이 잘 되고 있어…’ 안심할 때가 아니다. 지금 교회를 둘러보라. 적게는 십 여명에서 많게는 이백 명이 넘는 중, 고등 학생들이 주일마다 교회 안팎을 뛰어다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어권 대학생 이상은 몇 명이나 되나? 그 중에 집사나 권사, 장로는 있는가? 현재 중, 고등부 숫자의 반이라도 된다면 다행이고, 아예 영어권이 자리잡지 못한 곳도 수두룩하다. 이런 마당에 집사나 장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많은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리고 이제 30대를 넘어 4-50대를 바라보는 1.5세, 2세들은 어디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가는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반 강제라도 교회에 나와요. 하나님을 믿는 것이 뭔지, 신앙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교회를 오고 가는 거죠. 그러다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교회 가야 하는 이유가 없어요. 세상의 유혹도 많고요”

제일장로교회에서 영어권사역을 담당하는 최영규 목사는 영어권 학생들은 ‘소속감이 적고, 신앙의 기반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주 한인교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 90%의 아이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이민교회의 미래를 갉아먹는 ‘조용한 탈출’, 즉 ‘Silent Exodus’다.


애틀랜타 지역은 어떨까? 기자는 영어권 사역의 진단을 위해 A3Mnet(Atlanta Asian American Ministers Network)에 속한 영어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뷰 했다. A3Mnet은 애틀랜타 지역 아시안 어메리칸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연합과 교제를 통해 힘을 모으고, 함께 기도하는 네트워크다. 지난해에는 교회협의회와 함께 ‘Ignite 2008’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고, 부정기적으로 영어권 목회자 컨퍼런스와 가족 수련회 등을 갖고 있다. 인터뷰한 목회자 가운데는 여기에 속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첫 번째로 애틀랜타새교회 영어권 담당 데이빗 리 목사를 만났다. 30대 중반인 데이빗 리 목사는 이 지역 토박이 2세다. 아틀란타한인교회(김정호 목사)에서 자랐고, 목회비전을 받은 이후 텍사스에서 공부했다. 한인교회에서 인턴 2년, 미저리의 세인트루이스한인교회에서 인턴 4년, 새교회에서 파트타임 부목사로 2년, 새한장로교회에서 2년간 영어권 담임목사를 한 뒤 2005년부터 새교회에서 영어권 담임목회를 하고 있다. A3Mnet에 주도적으로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데이빗 리 목사는 한어권과 영어권의 건강한 교회 모델은 ‘가족과 같은 관계’라고 정의했다.

“가족을 생각해 보세요. 장성한 자녀가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본인의 가정을 꾸리면 부모는 어떤가요? 부모는 자녀가 여전히 어리게 보이더라도 그 결혼을 존중해주고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주잖아요. 동시에 자녀도 이제 어른으로서 자주성과 정체성을 갖춰야 하고요.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녀관계(Mother Group-Daughter Group)에서 자매관계(Sister Group-Sister Group)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부모세대는 자녀들을 진정한 어른으로 인정해주고, 젊은세대는 성숙함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된 교회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교회 영어권 사역의 현황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멤버는 47명 정도고, 평균 나이는 25세 정도입니다. 예배는 주일 오전 10시 본당에서 드리고 있으며, 수요일 저녁 성경공부, New U라는 대학생과 미혼 청년, 기혼 청년의 만남의 시간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인 리더십 트레이닝도 하고 있죠.”

A3Mnet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애틀랜타 지역에서 영어권 목회자들의 연합과 교제를 도모하고, 지역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으로 다른 몇몇 영어목회자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현재 15-2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고, 아시안 어메리칸 목회자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요.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점심식사를 하며 토론과 기도의 시간을 갖고, 가끔은 펠로우쉽 이벤트도 있습니다. 목적은 ‘A3MNet exists to connect Asian American Ministries in Atlanta by strengthening leaders, engaging cultural issues, and cultivating an environment of collaboration’입니다.”

영어권 사역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들은 무엇인가?
“첫째로 영어권 멤버들 사이의 어려움은 보고 배울 ‘롤 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 없이 자라왔고, 멘토링이나 제자훈련 등이 전무했습니다. 종종 직접 해나가면서 배우기도 하죠. 또 영적인 성숙보다는 세상적인 성공을 강조하는 가족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크리스천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교회가 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두 번째로 영어권과 한어권 회중 사이의 어려움은 ‘부족하거나 오해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저는 나이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젊은 리더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어권 멤버들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이고 스스로 갖춘 성인이 되고자 하는 것처럼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반면 한어권 멤버들은 연합과 순종에 가치를 두고, 종종 영어권도 그들 속에 하나의 파트가 되길 원합니다. 또 한국과 미국이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시각과 가치관의 근본적인 차이가 더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사역자들 사이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이것은 ‘또 다시’ 커뮤니케이션 문제입니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 스타일이 달라 불화를 일으킬 수도 있고요. 이건 어떤 상황에서도 발생하지만, 문화적 차이와 다른 사역의 가치들이 더해지면 더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부족해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어권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실제 영어권에서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는데...영어권의 입장에서 한어권이 해줬으면 하는 가장 큰 것이 있다면?
“영어권이 가장 필요한 것은 기도예요. 부모로서 또는 나이든 어른으로서 자녀들이나 젊은 이들을 대한다면, 관계 맺는 것, 지지해주는 것, 삶과 경험을 나누는 것 그리고 진심으로 젊은이들이 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어권 성인들을 대할 때 그들이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재능을 발휘하는 것, 아이디어, 노력, 능력과 기여를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해 주세요. 그리고 사랑해주길 가장 바라죠.”

’조용한 탈출’로 교회를 떠난 영어권이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들 중에 몇몇은 (한국교회와 다른) 새로운 교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그건 한국교회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가졌던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사랑의 공동체에서 너무 떨어진 교회의 모습을 봐왔어요. 저의 소망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겸손케 하시고 이전의 죄를 고백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치유하심과 받아들임도 있어야 하고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진실된 성경적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겠죠.”

마지막으로 목사님의 목회비전이 있다면?
“저의 목회비전은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가는 그분의 비전을 더욱 붙들 수 있도록 교회 사역을 강화시키는 것이고, 리더들을 양성해 강한 교회 리더십으로 세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