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선교 사역을 감당하면서 주위에 있는 헝가리 분들과도 자연스런 만남들을 갖게 되는데 그분들은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우리를 보면서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듯하다. 특히, '많은 국가와 많은 민족이 있음에도 왜 하필 집시민족을 위해서 선교사역을 하고 있느냐'는 궁금증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어떤 분들은 우리를 보면서 '언제까지 집시선교를 하려고 하느냐'는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해가 바뀌었으니 벌써 한 3년 전으로 기억을 한다. 늦은 밤, 정확히 12시 경이었는데 누가 벨을 누르는 것이었다.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물으니 경찰이라고 하였다. 급한 마음으로 문을 열어주자 경찰 두 명이 집으로 올라왔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선교연구소에 도둑이 들었는데 확인을 위해 좀 같이 가 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급히 옷을 차려 입고 사보 다니엘 목사님의 거처인 샤로스파탁 신학교 선교연구소로 갔다. 그곳은 창문의 유리가 깨어져 유리 조각이 널려 있었다.

그날 밤, 다니엘 목사님은 출타중이셨는데 어느 집시 청년이 다니엘 목사님의 외출을 틈타서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치려다가 이 소리를 들은 이웃이 경찰에 전화를 하게 되었고 경찰들은 즉각 선교연구소로 출동을 해서 마침 그곳에 있던 젊은 집시 청년을 붙잡을 수 있었다. 다니엘 목사님은 당시에 멀리 계셨기에 경찰은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선교연구소의 열쇠가 있는 우리에게 와서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사실 이 지역의 경찰들은 이러한 일들이 종종 있다 보니 이러한 일만 생기면 우리를 찾아와 부탁을 하곤 하는데 그날 밤도 그랬던 것이다.

다음 날 돌아오신 다니엘 목사님은 지난밤 있었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경찰서로 향하셨다. 경찰서 안에는 20살 정도의 젊은 집시 청년 A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 나는 일면식도 없는 청년이었는데 다니엘 목사님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봐서 알고 계신 듯 했다. 다니엘 목사님은 이 집시 A를 위해서 경찰들에게 유리 창문만 파손되었고 잃어버린 물건이 없으니 웬만하면 별 일 없는 것으로 해 달라고 선처를 부탁하셨다. 경찰들은 다니엘 목사님의 부탁을 받고 나중에 조사를 다 마치고 나면 다시 이야기를 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다니엘 목사님께 집시 청년 A를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어느 늦은 밤 집시 청년 A가 다니엘 목사님을 찾아와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이 이곳에서 몇 십 킬로 떨어져 있는데 마을로 들어가는 대중교통은 끊어져 갈 수 없으니 도움을 달라고 해서 늦은 밤이지만 그를 그의 마을까지 데려다 주셨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그 형제에게 마을까지 가는 동안 차 속에서 여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그에게 복음을 전하셨다는 것이었다.

경찰서에 다녀온 뒤 며칠이 지나서 선교연구소를 가니 며칠 전에 경찰에 붙잡혔던 A라는 집시형제가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 와 있었다. 다니엘 목사님께서는 경찰서에 다시금 찾아가셔서 창문의 유리만 파손 하였고 없어진 것은 없으니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하셔서 경찰이 풀어주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다니엘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저 집시 A가 며칠 전에 유리 창문을 깨면서 손을 다쳤는데 치료비를 달라고 한다”고 하시면서 웃으시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저럴 수가 있을까 하면서 그의 얼굴을 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깨진 창문도 아직 바꿔 끼우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파손한 유리창을 보면서도 자신의 다친 손을 위해 치료비를 달라고 하다니,,, 지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용서를 빌어도 부족한터인데 어떻게 자기 손을 위해 치료하겠다고 다시금 돈을 부탁할 수가 있나.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들에게도 과연 복음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일 후에 또 며칠이 지나 선교연구소를 갔니 다니엘 목사님의 얼굴이 아주 수척해 보이셨다. 분명 무슨 일이 있으신가 싶어 “무슨 걱정꺼리라도 있으세요?”라고 물으니 목사님은 “최 선교사, 관용이라는 것만이 최선은 아닌가 싶어!”라고 하셨다. 다니엘 목사님의 의외의 말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시들의 행동에 대해서 늘 이해하시고 “우리 역시 하나님 앞에서 집시들과 별반 다름없는 죄인들”이라고 말씀하시는 다니엘 목사님이셨는데 오늘은 그렇게 말씀하셔서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라고 재차 물으니 얼마 전에 유리 창문을 깼던 집시청년 A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셨다.

경찰서에서 다니엘 목사님의 부탁으로 풀려났던 집시 A가 샤로스파탁 인근에 있는 다른 마을에 늦은 밤에 들어가서 홀로 사시는 80대 할머니의 목을 조르고 물건을 훔치다 붙잡히게 되었는데 80대 할머니는 그 집시청년 손에 목이 눌려서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시는 다니엘 목사님은 먼저 할머니의 유족들에게 너무 너무 죄송하기가 그지없다고 하셨다. 그 집시청년 A가 경찰에 붙잡혔을 때, 차라리 교도소에 보내 그곳에서 교화를 시켰더라면 적어도 이 할머니와 같은 희생은 없었을 터인데 당신이 경찰에 부탁을 해서 그 집시청년 A가 풀려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그와 같은 끔찍한 살인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많이 괴로워하시는 모습이었다. 그날 다니엘 목사님과 집시선교를 위해 어디까지 인내하며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가 하는 가에 대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인내하고 관용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데에도 많은 생각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집시선교 사역지 주변에서 우리를 많이 아껴 주시는 헝가리 분들이 왜 우리에게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지 왜 우리를 보면서 안타까워하는지에 대해서 이제는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Rev. Choi, Young & Anna (최 영 & 양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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