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계한 연극인 고 박광정 씨의 미니홈피에는 꿈이있는자유의 노래 ‘소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저기 높은 산에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소원’의 가사 중 일부)이라는 염원을 하며 세상을 떠났다.

한웅재, 정종원 목사가 결성한 듀엣 꿈이있는자유는 벌써 6집을 발표할만큼 오랜 세월동안 교회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의 노래가 교회 울타리 밖에서도 불리고 있다. ‘소원’을 작사·작곡한 한웅재 목사는 “어떤 곡이든 교회 밖에서 불릴지 교회 안에서 불릴지를 염두에 두고 만들지는 않는다. 내 삶에서 우러나온 묵상과 일기와 같은 기록을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흘려보낼 뿐”이라고 말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내 마음과 같은 노래’

3년 만에 돌아온 꿈이있는자유의 6집 타이틀은 ‘내 마음과 같은 노래’. 편안한 멜로디와 깊은 묵상이 돋보이는 가사는 여전하다. 꿈이있는자유의 노래는 한 편의 시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혹시 문학에 관심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관심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상깊게 다가온 한 단어, 한 문장을 마음 속 깊이 심어놓고 씹고 또 씹는단다.

“어떤 글이나 메시지를 글로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바늘에 실을 꿸 때 실 한 가닥이라도 바늘구멍에 들어가면 실을 따라 실을 감고 있는 패까지 따라오죠. 인상 깊은 글이나 문장을 내 마음 속에 심어놓고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확대되죠. 이것이 제가 창작하는 과정입니다.”

어떤 가수는 창작의 고통으로 인해 은퇴를 감행했다는데, 한 목사를 보니 창작은 참 쉬워보인다. 삶의 묵상과 느낌을 그대로 전달만 하면 된다니 말이다. 이번에 발표한 6집 앨범도 지난 3년간 삶에서 우러나온 묵상과 생각들을 가감없이 담았다. 삶의 기록들을 담았기에 청취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지’라면서 곡을 만들지 않는다. 모든 것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말이다.

“어떠한 주제를 담아 사람을 교훈시켰으면 하기보다는 그저 나의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것 뿐이에요. 예를 들어 4집 목수의 이야기는 2001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누가복음을 묵상하며 느낀 점을 담았고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 지난 3년간 제 삶의 묵상들을 옮겼죠.”

캘리포니아 해변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관찰하다 탄생한 6집 수록곡 ‘파도가 밀려온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LA 해변가의 좋은 경치를 구경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온갖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눈 앞에 바다가 있지만 집중이 안됐어요. 그런데 파도를 기다리며 서핑하는 사람을 보면서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만이 파도를 느낄 수 있는 거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죠. 파도를 피한다면 결코 그 느낌을 알 수 없을 거에요.”

#한웅재 목사의 세컨 스텝(Second step), ‘홀로서기’

사실 듀엣이라는 형태 안에서는 노래에 담을 수 있는 삶의 범위가 좁다. 좀 더 자유롭게 개인의 삶을 노래하고 싶었던 한 목사는 ‘세컨 스텝’이라는 솔로음반으로 잠시 홀로서기를 감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10여 년간 목회와 CCM 사역을 동시에 해 왔던 그는 이제 CCM 사역에 올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구수한 그의 입담에 기자는 10여년간 그의 CCM사역에 대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 최우철 기자

“10여년간의 세월 동안 하나님께서 지금 이 시대에 한국이라는 땅에서 크리스천 음악이라는 작은 방 하나를 저에게 맡겨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최선을 다해 성실히 가꿀 필요가 있다는 사명감이 제겐 있습니다. 사실 CCM 사역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인생 전반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한 목사는 인생의 두번째 라운드에 서 있는 셈이다. 세컨 스텝을 밟고 있는 그는 현재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삶의 순간순간마다 고민이 달라져요. 한국 40~60대가 삶의 현장에서 감동하고 고민하는 문제가 무엇일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순간순간 느껴지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CCM을 해보고 싶어요. 중년이 된 크리스천의 회한과 기쁨, 절망에 대해 어느 누군가는 노래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