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될 즈음이면 으레히 저는 목회자라기보다는 항해를 책임지는 선장과 같다는 생각을 갖곤합니다. 그것도 낭만적인 유람선의 선장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도리어 전투에 임하는 군함의 선장처럼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하고, 때론 거친 태풍을 헤쳐 나가야하는 그런 선장 말입니다.

그러노라면 바라만보아도 든든한 그런 선장이 되기를 늘 다짐하고, 명령 한마디에 선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런 선장을 꿈꿔보지만 이제 곧 30년에 이르는 목회기간 동안 한번도 그런 역할을 못해보았습니다. 도리어 언제나 선원들의 마음을 일일이 헤아려야하고, 주의 일이라고 맡긴 것이 혹시나 부담이 되지 않을까 가슴조이는 그런 선장이었습니다. 좀 더 패기있게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천성이 그렇게 되지를 못했습니다. 카리스마적인 영권이 있어야 목회에 성공한다고 수없이 선배들에게서 들어왔지만, 저하고는 늘 멀게 느껴졌습니다.

도리어 사역의 비전을 함께 나누기 위해 오랜 시간을 대화해야하고, 때론 주님의 이름으로 권고하기도 하며, 공감대를 함께 나누기까지 장시간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헌신의 응답을 얻기까지 나 혼자 잠 못자는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피곤하게 사역하는 그런 선장처럼 여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것이 나의 목회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나는 한경직목사님 같은 성자는 아니될찌라도, 조용기목사님처럼 그런 카리스마는 없을찌라도, 함께 더불어 이루며 서로를 보완하는 팀사역의 목회관을 갖게 된것입니다.

금년에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입니다. 본격적인 한빛교회에서의 첫번째 새해를 맞이하며 밀려오는 수많은 사역의 현장에 저는 평신도 사역자들과 함께 사역을 이뤄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언젠간 항구에 정박중인 배를 본적이 있습니다. 거친 항해를 마친 커다란 배는 이미 군데군데 페인트도 벗겨지고, 이끼도 끼고, 자세히 보니 수많은 벌레들도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거친 파도와 싸운 흔적이 대번에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머잖아 그 배는 또다시 거친 바다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제 새해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안전운항과, 평탄한 항해를 우리 모두는 바라지만 또 우리 앞길에 어떤 파도와 사나운 상어 떼가 도전으로 다가올 지 알 수 없습니다. 얼마나 거친 파도가 또 우리를 엄습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항해 후에 경험 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과 소망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항해를 나서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생의 항해입니다. 거친 파도가 무서워 언제까지든 항구에만 정박해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지요. 화려하게 장식된 전시용 보트보다는 오늘도 새로운 비전을 안고 떠나는 배가 살아있는 배입니다. 그러나 안심하십시요, 진짜 멋있고, 능력있고, 안전하게 항해를 책임지실 진짜 선장님은 따로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만을 믿고 항해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 분, 우리 주님만을 따르며 오늘도 항해를 나서는 것입니다.

항구의 배는 정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