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짖는 절박함, 교인 한 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개척에 뛰어드는 경우는 드물다. 교회를 개척하는 대부분의 목사들은 기존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다 나오게 된 경우다. 한 개척교회 목사는 “부목사 기간이 얼마라고 정해진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알아서 나와야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따라서 나이가 찬 부목사들은 누구나 다 개척에 대한 부담과 고민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또 다른 목사는 “부목사로 있으면서 정신없이 교회 업무를 하다보면 제대로 개척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교회를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16년간 한 교회에 머물며 담임목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개척 후에도 꾸준히 교회를 성장시킨 목사가 있다. 유제흥 목사는 인천에 아름다운교회를 3년 6개월 전 개척했고, 현재 150여 명이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람들은 유 목사를 개척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꼽는다.

-교회를 개척함에 있어 이전 교회에서의 부목사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저는 이전 교회에 16년간 있다가 개척을 했죠. 부목사로 있던 기간은 9년 정도구요. 주변에서도 다들 놀라요. 담임목사님과 좋은 관계 속에서 저처럼 오래 사역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개척을 결심하고 지금까지 목회를 하는 동안 가장 큰 원동력이 됐던 것도 이전 교회에서의 경험이었답니다.”

-부목사에겐 아무래도 담임목사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부목사에게 있어서 담임목사님과의 관계는 참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자면 부목사가 교회 내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겠죠. 그건 담임목사님도 마찬가지구요.

제 경험을 좀 말씀드리죠. 부목사로 있을 때 심방을 가면 교인들이 선물이라며 이것 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 때마다 담임목사님께 보고를 드렸어요. 심방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교인들의 고민이나 지금의 상황 등을 일일이 담임목사님께 연결시켜 드렸죠. 그러면서 서로간 믿음이 쌓였던 것 같아요. 당시 담임목사님은 병으로 고생을 하시다가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평소 쌓였던 신뢰 때문인지 병상에 계셨을 때도 아무 걱정없이 교회를 제게 맡기셨어요.”

-그러나 아직 부목사와 담임목사와 관계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담임목사의 절대적 권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고.

“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한국교회의 숙제이자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부목사가 담임목사와 함께 오래 동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해요. 저를 비롯해 모두가 애써야 할 부분이죠.”

-교회를 개척하기 전 오랜 기간 산에서 기도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만약 누군가 제게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이 무언인지 묻는다면 전 서슴없이 청계산 기도원에서 가졌던 기도의 시간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개척을 하기 전 1년 6개월이란 기간 동안 청계산에 올라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기도한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어려움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죠. 아마 지금 또 그렇게 기도하라고 하면 죽어도 못한다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땐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기차게 산에 올라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기도로 인해 교회의 사명과 목회의 비전을 세우게 됐어요. 앞으로 교회가 어떻게 세워질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 제 가슴에 그려지게 된 현장이었죠. 지금까지 힘든 일을 많이 겪으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세워주는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다른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험을 말하면서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저도 여전히 개척의 과정에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주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실만은 꼭 기억하고 사세요. 희생 없는 대가는 절대 없다는 걸요. 지금까지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말 못할 고통과 고독과 외로움이 너무나 많았지만 하나님은 그것들을 통해 살아계신 자신을 알게 하셨고, 저로 하여금 오직 주만 바라보게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