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전통적으로 카톨릭과 개혁교회 그리고 정교회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종교개혁의 바람이 서유럽으로 영향을 미칠 때에 동유럽으로도 헝가리 교회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종교개혁과 동시에 세우진 교회가 헝가리 개혁교회다. 구교인 카톨릭이나 종교개혁과 동시에 세워진 헝가리 개혁교회는 모두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카톨릭이나 개혁교회가 세워진 곳에서 삶을 살고 있는 집시들에게도 교회 전통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시들은 아이를 낳게 되면 부모의 신앙과는 상관없이 유아세례를 받게 된다. 집시 부모가 평소에 신앙생활을 하던 하지 않던 태어난 아이들은 “신앙의 부모”(헝가리의 카톨릭이나 개혁교회에는 “신앙의 부모” 제도가 있음)를 갖게 된다. 아이들은 가족이나 친지 중에서 "신앙의 부모"를 둘 수 있으며 가까운 교회에서 유아 세례식을 받게 된다. 유아 세례식은 한국교회와 다름 없이 목사님의 말씀과 부모의 신앙고백이 따르게 되는데 목사님의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 “나는 믿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이어 유아세례식이 거행된다. 유아세례식을 마치고 이어지는 주일 예배에 동참하는 부모도 있고, 동참하지 않는 부모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앙의 행위와는 상관이 없이 왜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받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유아세례를 받고 나면 집시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유아세례를 축하하는 잔치가 열리게 되는데 이웃 주민들을 초청하여 온갖 술로 시끌 법석한 파티가 열리게 된다. 파티가 하루에 끝나는 가정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흘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유아세례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유아세례를 받았던 아이들이 12살에 이르면 입교문답(컨피마치오-konfirmacio라고 부름)을 하게 된다. 성장을 하면서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던지 그렇지 않던지 상관없이 나이에 이르면 모두가 입교문답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집시 아이들에게는 극히 드문 일로 소수만이 입교문답을 받게 된다. 대다수의 교회들에 입교문답을 위한 약 3-4개월간의 성경공부의 과정이 있다. 이 기간 동안 매 주일 한 시간씩 성경에 대해 많은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입교문답을 하는 주일이 되면 모든 학생들은 회중 앞으로 나와 그동안 배웠던 성경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게 된다. 목사님으로부터 입교문답을 마치고 나면 회중 앞에 선포를 하고서 모두가 성찬식에 임하게 된다.

▲티사카라드 개혁교회에서 회중 앞에서 입교문답을 하고 있는 모습
헝가리 개혁교회에서 입교문답을 위해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입교문답을 마치고 모두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잘 할 것 같은데 정작 입교문답을 마치고 난 주일부터는 그들의 모습을 교회에서 볼 수 없다. 성탄절이나 부활절과 같은 절기에 얼굴을 잠깐 보이기는 하지만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집시들에게 있어서 결혼예식은 극히 드문 일이다. 헝가리에서 집시선교 사역을 하면서 집시 가정을 방문해서 결혼사진을 본 적은 두 번 밖에 없다. 결혼 예식이 있어서 초청을 받은 예는 한 번 있었는데 이는 루마니아의 애니꾸라는 집시 자매가 간호학교를 다닐 때 장학금을 후원해 오던 신실한 크리스천 집시 형제를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 경우였다. 집시들은 결혼예식을 올리고 가정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나 이웃 마을에서 알아오던 파트너를 만나 동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회에서 결혼예식을 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 만큼은 지역 교회 목사님이 장례 예배를 집례 해 준다. 유족들이 교회에 장지를 요청하면 교회에서는 비록 집시일지라도 장지를 제공해 준다. 고인의 신앙생활과는 관계없이 교회의 전통에 따라 기독교식으로 장례 예배를 드려지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고인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기에 가까운 가족이나 주변에 있는 친지들만이 와서 장례예배에 참석할 뿐 교인들이 동참해서 장례예배를 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례 예배를 집례 하는 목사님 역시 고인과의 교제나 일면식도 없기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장례예배를 집례하게 되고 예배가 마치면 바람처럼 사라지는 목회자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헝가리 개혁교회는 교인이 소천하게 되면 교회 앞에 부활을 상징하는 검정색의 조기를 올리게 된다. 교회 앞을 지날 때에 검정색의 조기가 걸려 있으면 교인 중에 누군가 소천을 했구나 하는 짐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집시들에게 있어 이 땅에서 생명을 마감하게 되어도 가까운 가족이나 안타까워할까 누구 하나 기억해 주는 이가 없다.

앞에서도 언급을 했다시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보면 많은 전통들이 세워지게 됨을 볼 수 있다. 교회 내의 전통들은 성경적이고 주님의 몸 된 교회로 더욱 세워져가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교회 내에 전통들이 성경적이거나 신앙적이 아닌 인본주의적인 전통들로 변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동유럽에 있는 집시들에게도 교회의 전통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바른 전통이 아닌 형식주의거나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교회 내의 전통의 모습을 보면서 속히 집시 민족에게도 바른 신앙의 전통이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Rev. Choi, Young & Anna (최 영 & 양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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