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짓는 절박함, 교인 한 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전반적인 교인수 감소에도 일부 교회만 오히려 성장하는, 이른바 ‘수평이동’ 현상이 한국교회에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홍 모씨(여·42·교사)는 집 근처 개척교회를 몇 군데 다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중대형교회로 옮겼다. 설교를 포함한 예배가 교회를 옮기기게 된 이유다. 그는 “개척교회를 몇 군데 다녔는데 예배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좀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며 “집과 거리가 있지만 (지금 교회에서) 설교와 예배에 큰 은혜를 받는다”고 했다.

서울 잠실이 집인 김 모씨(여·50·주부)도 교인수 50여 명의 작은교회를 다니다 1여 년전 분당의 한 중대형교회로 옮겼다. 친구의 소개가 있었지만 특별모임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이전 교회에서는 여건상 개인별 특성에 맞는 모임을 갖기 어려웠다”고 교회를 옮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0명 중 7명 옮겨… 작은교회의 불가항력적 한계

이처럼 작은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교인들이 교회를 옮기는 ‘수평이동’이 꼽힌다. 한국교회는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성장의 정체 및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회들은 양적 성장을 꾸준히 이루고 있는데, 이는 한국교회가 비신자들의 ‘회심성장’ 보다는 기존 교인들의 ‘전입성장’에 기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성장연구소(소장 홍영기 목사)가 지난 2003년 교인 1088명을 대상으로 수평이동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76.5%(749명)의 교인이 교회를 옮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평이동의 방향이 주로 미자립교회로 대표되는 개척 및 소형교회에서 중대형교회, 초대형교회로 흐르고 있음이 드러났다.

수평이동의 가장 큰 이유로 교인들은 이직, 이사와 같은 사회적 현상(49.8%)을 꼽았고, 목회자문제(22.8%), 봉사문제(8.6%), 인간관계 갈등문제(6.7%), 예배문제(6%)가 뒤를 이었다. 사회적 현상이 일부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고 할 경우, 목회자문제가 수평이동의 가장 큰 원인인 셈이다.

미자립 개척교회를 지원하고 있는 상계교회 서길원 목사는 “작은교회는 그 여건상 예배나 기타 모든 면에 있어서 성도 개개인에 맞는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기 어렵다”며 “두 세명 앉아서 예배 드리는 곳에 사람들은 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은교회 목회자 자질 문제도 교회가 성장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개척교회 목사들도 공통적으로 작은교회의 한계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경기도 시흥에서 샘물교회를 개척한 김태경 목사는 “(교회) 건물이 없으면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질 않는다”고 했고, 서울 돈암동에 교회를 개척한 한 목사도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은행 대출을 얻어 어렵게 교회 건물을 구입, 이자 채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교회 양극화 야기… 교인들 수평이동에 부정적

조사를 진행한 교회성장연구소는 “수평이동 현상으로 인해 작은교회는 더욱 작아지고, 큰교회는 더욱 커져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아울러 “높은 수평이동 비율은 장기적으로 한국교회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성도들이 교회에 대한 헌신보다는 자신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게 되고, 비신자 전도에 대한 교회의 열의가 떨어질 수 있다. 수평이동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교회성장은 그 자체가 건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원규 종교사회학 교수도 “오늘날 한국교회는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새신자는 잘 안 들어오고, 기존 신자는 잘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후자는 한국교회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소위 ‘잘 나가는 교회’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게 되면서 이것이 다른 교회들의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수평이동에 대해 우려하는 목회자 및 신학자들은 수평이동이 일부 초대형교회에서 일어나는 목회자 세습과 우상화 등 ‘종교 권력화’를 비롯해 교회의 기업화는 물론 계층화에도 일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로인해 일반 교인들이 교회성장의 도구와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수평이동 비율이 높음에도 교인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교회성장연구소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교회를 옮긴 경험이 있는 교인들에게 교회이동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물은 결과 73.3%의 교인들이 “교회이동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향후 수평이동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86.5%의 교인들이 부정적 답변을 했다.

개교회 벗어난 연합정신 필요… 대형교회가 지원해야

이러한 수평이동의 부정적 영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교회주의를 벗어난 에큐메니칼 운동의 확대가 꼽혔다. 교인수 60여 명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새중앙교회 민진기 목사는 “한국교회에 만연한 개교회주의가 수평이동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큰교회와 작은교회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공생할 수 있는 연합적인 움직이 더욱 필요하며, 이를 위해 우선 큰교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회성장연구소도 이번 조사에서 “한국교회의 현 모습은 교회연합운동의 기대를 가지게 한다”며 “교회의 크기나 교파를 초월한 윈윈 마인드가 교인들에게 자리잡아야 한다. 또한 신학교가 교회연합에 대한 과목을 개설하고 목회자 후보생들이 이곳에서 ‘양 뺏어오기’의 마인드가 아닌 함께 연합해 사역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수평이동이 단순히 교회의 양적 양극화를 초래하지 않고 다수가 공감하는 질적 이동에 기인한다면 한국교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원대학교 김성건 종교사회학 교수는 “새로운 모델이 될 만한 성경적인 교회로 성도들이 이동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한 수평성장”이라며 “영성과 실력을 갖춘 제대로 된 지도자 양성이 시급하다. 이제 교단이나 교파는 많은 사람들에게 별 의미를 갖지 못하며, 초대형교들은 때묻지 않은 새교회의 개척을 지금보다 훨씬 더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