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짖는 절박함, 교인 한 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재정적 어려움에 결국 택시 운전대 잡아

사례1. 서울 돈암동에 3년 전 교회를 개척한 K 목사. 아내와 초등학생 딸을 둔 그는 매일 새벽 할머니 네 분과 예배를 드린다. 근처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들은 다리가 불편해 제일 가까운 이 교회에 나온다. 그나마 최근 경기한파로 할머니 두 분이 노점상을 접었다. 썰렁한 새벽예배 시간, K 목사는 바닥에 주저앉아 운 적도 있다.

1년 전, 재정 충당을 목적으로 택시 운전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를 내 이 일자리마저 잃었다. 생활은 아내가 버는 돈으로 근근히 꾸려가는 형편. 교회 월세는 두 달치가 밀려 있었다.
▲개척교회, 미자립교회로 대표되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어려움에 결국 택시운전 등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최우철 기자


사례2. 교인수 5~6백 명의 교회에서 부목사로 있다 5년 전 교회를 개척한 H 목사. 서울 외곽에 있던 상가 지하교회를 인수해 목회를 시작했다. 5년된 교회였는데, 목회자가 바뀌자 기존 교인들이 떠나, H 목사가 왔을 땐 한 명도 남지 않은 상태. 1년 간 열심히 전도했지만 별 소득 없이 4년 전 교회를 서울 길음동으로 옮겼다. 지역 재개발로 쫓겨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을 얻어 교회건물을 샀다. 상가 임대를 알아봤지만 건물주들이 교회를 꺼렸고, 자주 옮겨야 하는 것이 부담이 돼 큰 결심을 했던 것. 4년이 지난 현재 교인수는 20여 명 남짓. 하지만 교인다운 교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 달에 갚아야 할 은행 이자만 1백만원. H 목사도 결국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비정규직 세일즈맨도 했다가, 일용직 아르바이트도 수없이 했다. 신문에서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나, 실직자를 돕는다는 기사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목사는 근로자도, 실직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세례3. 지난 2004년 예장 통합 경기노회 당선돌교회 백해성 목사가 교회 사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백 목사는 당시 4년간 미자립교회를 시무하면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고, 쓰러진 후에도 병원비 마련에 애를 먹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일각에서는 미자립 교회에 대한 각 교단의 무관심이 이처럼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미자립 교회의 재정적 지원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개척교회 반이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 2006년 전국 1백94개 지방을 대상으로 미자립교회 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상비 결산액 2천5백 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감리교 산하 전국 5천4백89교회 중 41%(2천2백51개)가 미자립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교회가 외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부 대형교단을 제외한 군소교단 교회들 대부분은 미자립 상태로,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에서 실제 미자립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회성장연구소(소장 홍영기 목사)가 지난 2002년, 개척한지 4년이 되는 전국 238개 교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교인의 헌금으로 교회 재정의 반 이하밖에 충당하지 못하는, 소위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절반 수준인 48%(113개)에 달했다. 헌금으로 교회재정을 모두 충당하는 교회는 24.4%(58개)에 불과했다.

재정자립이 되지 않은 이들 교회들의 자금 조달 방식으로 타교회의 보조(28.9%)와 개인의 보조(19.4%)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확보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7.2%로 조사됐다. 이 밖에 ‘목회 외 부업으로 충당’ ‘대출에 의존’ ‘집회 사례비로 보충’ 등(16.9%)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다.그러나 교단의 보조는 상대적으로 적은 6.7%로 나왔다.

교회성장연구소는 이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가 많았다”며 “교회나 개인적인 지원보다 더 연합된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사모가 파출부 하는 것 보면 마음 아파”

5년 전 교회를 개척한 한 목사는 “작은교회가 한 사람을 전도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교회를 개척하고 성장시켜 자립한다는 것이 내입장에선 기적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보통 교회를 다니게 되면 작은교회보다는 이미 검증된 큰교회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며 “설사 (작은교회로) 전도가 된다 해도 큰교회에 비해 시스템이 열악한 작은교회가 그 사람을 교회에 정착시키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큰교회는 교인수가 계속 늘어나고 작은교회는 더 작아지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한국교회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 이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교회가 사회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작은교회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좀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사모가 파출부 일을 하는 것을 보면 남편으로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신촌에 3년 전 예수향기교회를 개척한 김동석 목사는 “한국교회 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은교회가 성장한다면 침체에 빠진 한국교회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연합적인 차원에서 작은교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큰교회가 주축이 된 연합단체는 많지만 실제로 작은교회를 위한 연합체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우선 작은교회들이 서로 연합해야 하고, 그러한 연합체가 현실에 맞도록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교회 분위기상 검증되지 않은 작은교회엔 신자든 불신자든 잘 오지 않으려 한다”며 “목회자들이 내교회만을 고집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복음전파라는 보다 큰 안목에서 목회에 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큰교회가 작은교회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