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이란 제목의 시 한편이 있습니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남은 외로워서 그랬다는데 그 시를 읽고 많이 웃었습니다. 저는 늘 그렇게 살기 때문입니다. 외롭다고 할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내 살아온 걸음에 대해 돌이켜 보는 일이 앞으로 나가는 발걸음보다 너무 많은 것을 발견합니다. 조심스럽고 때로 자신이 없어서 앞으로 나가기 보다 뒷걸음질로 걷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좋습니다.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것 보다 때로 뒷걸음질로 걷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땅 작은 시골 마을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생각해 보면 외로움도 뒷걸음질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갈 길이 순탄대로인 사람은 말구유에 놓이신 아기 예수의 존재를 바라 볼 시간적 여유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며칠전에도 올해 아주 큰 어려움을 경험한 교인 한분이 "목사님, 사업이 어려운 동안 가족들과 무척 가까워졌습니다. 특별히 아들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사람은 때로 뒷걸음질도 해보고 미끄러져 보기도 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아야 하는 인생길 경험이 있어야 예수님을 보는 눈과 마음이 비로소 열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반드시 머물러 서야 하는 곳이 있다면 아기 예수 태어나신 팔레스타인 땅 작은 고을 베들레헴의 말구유일 것입니다. 그분 아기 예수 앞에 서 그분을 보고 내 자신을 들여다 보는 삶의 정직한 발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목자들이 들었던 그 하늘의 소리를 듣고 누추한 그 땅에 조용히 아기 예수 나신 그 자리를 함께 따뜻하게 지켜준 그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보았던 그것을 보는 것입니다.

말구유에 눕힌 아기 예수가 이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야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는 삶의 열매는 무엇보다 사랑의 나눔일 것입니다. 사랑의 나눔 가운데 우리의 눈과 마음이 열릴 것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은 자기 장례식에서 조사를 할 때 박사학위가 몇 개고 어떤 단체에서 어떤 일을 했고 그런 세상적인 평가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면서 "나를 정의의 북을 치려고 하던 사람이었다." 고 평가해 달라고 설교한 일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들도 같은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할 줄 압니다. 우리 삶은 결국 하나님 앞에서 내가 무엇을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나누었는가?로 평가될 것입니다.

예수탄생을 맞이하며 드리는 이런 기도가 있습니다. "예수 아기시여. 신앙 없이는 차마 알아들을 수 없는 놀라운 약속과 은총의 아기시여/ 우리의 어둠에 어서 불을 켜게 하소서." (이해인) - 여러분의 가정에 소망, 사랑, 평화와 기쁨의 불을 켜기 위해 오시는 임마누엘 아기 예수가 함께하시길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