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애틀랜타여교역자회(회장 한은총 목사, 이하 여교역자회)가 움츠렸던 날갯짓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8일 로렌스빌 소재 한 식당에서 다시 모인 여교역자회 회원들은 6여 년의 공백기간이 무색하리만큼 서로를 알뜰하게 격려하고 위로하며,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뜻 깊은 만남을 가졌다. 앞으로 여교역자회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정오에 정기모임을 열기로 하고, 새로운 회장에 초대회장을 역임한바 있는 한은총 목사(인터넷열방교회)를 선출했다.

애틀랜타 여성 교역자들의 결속과 친목, 격려와 자질향상을 목적으로, 다음 세대 여성교역자들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자 새로운 ‘선장’으로 세워진 한은총 목사를 만났다.

-왜 여성 교역자들이 모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나?
“여교역자들은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쉽지 않은 사역을 감당해가고 있다. 이들이 함께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사역을 위한 정보교환, 자질향상, 선교사업, 기도사역 그리고 서로를 위한 후원, 지지, 격려의 삶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성들은 알알이 흩어지면 힘이 없다. 하지만 모여서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만 확인해도, 힘이 되고 보이스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모이게 된 것이다.”

-사회가 양성평등을 주장하고, 교회도 이 흐름을 따라 여교역자에게 많은 부분 개방되었고 변화되었지만, 아직도 여성에게 불리한 면이 많지 않은지?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 1986년 미 장로교(PCUSA) 애틀랜타 노회에서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목사로 안수 받았기 때문에, 교회나 교단에서 사역을 할 때마다 ‘여성 최초’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첫 여성’으로서 사역에 뛰어 들어보니 역할 모델이 없더라. 그래서 남자 목사님들을 모델로 삼아 ‘강한 카리스마’ ‘진취적 리더십’ 같은 것을 억지로 따라 했다.

원래 내가 멋쟁이였는데……(웃음). 안수를 받고 나서 ‘진짜 목사’가 되고 싶어서, 액세서리나 여성스러운 옷을 다 벗어버리고, 남편인 장로님 옷을 입고 다니기도 하고 일부러 굵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면서 억지가면을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많은 여교역자들이 여성으로서의 부드럽고, 세세한 카리스마를 부정하고, 남성적인 것을 ‘올바른 것’으로 알고 억지가면을 쓰려 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역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나였다. ‘사역’이라는 목표를 향해, 내 자신을 버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여교역자회에서는 그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어떻게 인도해 갈 것인가?
“하나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창조하셨고, 교역자로 부르실 때도 그에 맞는 사역을허락 하셨다고 믿는다. 우선은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자신과 같은 여성들이 존재하고,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주어진 소명을 붙들고 멋있게 사역을 감당해가고 있다는 역할 모델을 보여줄 계획이다. 여교역자회의 창립 목적 가운데 하나가 ‘후원, 지지, 격려의 삶’이다. 말 그대로 ‘당신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현재 여교역자회원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인데……
“40대면 젊은 편이다(웃음). 우리의 다음 세대 여교역자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왔던 어려움과 아픔, 불평등의 전처를 밟지 않고 더 진취적으로 리더십을 갖고, 꿈과 비전을 펼쳐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고 나서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그런 선배들이 되어서, 1.5세, 2세 여교역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감당해 갈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가 먼저 꾸준히 모이고 기도해 나갈 것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극복해 가는 것도 하나의 큰 과제다.
“그렇다. 나도 교단이나 지역 교회에서 여러 사역을 감당해가면서, 가장 크게 상처받았던 적은 각오하고 부딪혔던 남성위주의 교단이나 교회구조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지해줄 것으로 믿었던 여성들로부터 이런 저런 험담이나 말을 들었을 때다.

여성들이 깨져야 할 부분이 바로 습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온 ‘여성에 대한 편견’이다. 다른 여성이 하나님 은혜로 리더의 자리에 올라가거나 대표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을 ‘part of me’ 즉, 나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함께 기뻐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여교역자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지금 모인 분들은 다 그런 분들이기 때문에 감사하다.”

앞으로 여교역자회에서는 다른 기독교 기관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상호 친목을 협력하며, 하나님과 지역사회를 섬기는데 동역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회원자격으로는 정규 신학과정을 마친 자, 소속교회의 담임목사로부터 여교역자로 인정받은 자, 현재 목회사역을 담임하거나 소속교회 또는 교단이 있는 자이다.

문의 : 한은총 목사 (678) 860-3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