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의 한 저명한 복음주의 지도자가 “미국의 변화는 정치적 메시아가 아닌 교회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보수 복음주의 연례 유권자대회 밸류즈 보터즈 서밋(Values Voter Summit)에 참석한 주요 복음주의 지도자 중 한 명인 해리 잭슨(Jackson) 주교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변화를 정치 지도자가 가져오기를 기대하지 말라”며 “교회의 일부분인 여러분 각자가 사회를 변화시키기를 기대하라”고 촉구했다.

잭슨 주교는 워싱턴DC의 호프 크리스천 처치(Hope Christian Church)를 이끌고 있으며 보수 복음주의 사회단체인 하이 임팩트 리더십 코얼리션(High Impact Leadership Coalition)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그는 이날 대회에 모인 복음주의 유권자들에게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이 역사상 매우 중대한 시기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의 미래는 바로 이들 ‘풀뿌리’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케 했다.

그는 연설 중 지난 8년간 부시 정권에 대해서 “그는 우리를 기만하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그는 기독교인이었다”는 말로 부시 대통령이 기독교적인 가치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도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견해를 밝히며, “우리는 향후 4년을 지난 8년과는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잭슨 주교는 유권자들에게 “만약 하나님이 여러분의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을 4년간 더 백악관에 보낼 수 있는 은혜를 주신다면, 여러분과 제가 지난 8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미국 교회는 항상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을 요청 받아 왔다”는 말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그는 미국이 독립선언을 했던 1726년부터 1776년까지 일어났던 제1차 대각성운동(The First Great Awakening)을 예로 들며 그 시절 교회가 노예제도 반대에 앞장서 왔으며 이는 영적인 부흥과 사회참여가 동반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교회가 그 후로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는 데 실패했으며 정치적 게임을 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여러분과 제가 우리의 할 일은 정치적 메시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변화의 자리에 서는 것이란 걸 이해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또한 이를 위해 엘리야 선지자와 같이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가 하나님에 적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열심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잭슨 주교는 3일간 개최된 대회의 둘째 날 이같은 연설을 전했다. 미국 보수 복음주의의 유권자 대회인 밸류즈 보터즈 서밋(Values Voters Summit)은 토니 퍼킨스(Perkins) 목사가 이끄는 패밀리리서치카운슬(FRC)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사회적 보수주의의 가치에 반하는 국가 정책들을 변화시키는 데 복음주의 유권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회는 미국 전체 유권자 중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표심을 예측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해 왔으며, 올해 대회는 특히 4년만의 대선을 앞두고 열린 것이라 더 큰 관심이 집중됐다.

대회는 매년 기독교 사역, 정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복음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고 있으며, 올해는 게리 바우어(Bauer), 척 콜슨(Colson) 등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전 하원의장인 뉴트 깅그리치(Gingrich), CNN 대표 앵커 루 답스(Dobbs), NFL 코치 조 깁스(Gibbs), 배우이자 복음전도자인 스티븐 볼드윈(Baldwin) 등 70여 명이 연사로 참석했다.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 대선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마이크 허커비(Huckabee), 밋 롬니(Romney), 루디 줄리아니(Giuliani) 등 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도 참석했다.

한편 올해 대회에서는 이번 대선의 핵심 현안들이기도 한 생명과 결혼, 이민법, 종교자유, 극단주의 이슬람, 사법적극주의(judicial activism·정치적 목표나 사회정의 실현 등을 염두에 둔 적극적 법 해석 및 판결) 등이 주요 이슈로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