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꿈꾸는교회 故 박수진 목사 외 9명이 당한 불의의 사고는 한국교회에 큰 아픔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한순간에 목자들을 잃은 꿈꾸는교회 성도들은 하루 속히 슬픔을 이겨내길 다짐하며 또 다른 하늘 꿈을 위해 기도했다.

8월 31일 새벽 故 박 목사를 비롯한 4명의 고인들의 운구가 도착한 가운데 서울 꿈꾸는교회는 사고 직후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특히 3부 예배에는 상도중앙교회 원로 김이봉 목사가 강단에 서서 성도들을 위로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은 교회로 들어오면서 모두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아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사고를 당한지 3일이 지났지만 성도들의 눈가는 여전히 눈물로 젖어 있었다.

예배 시작 전, 故 박수진 목사의 생전 설교 모습이 영상을 통해 전해지자 예배당은 어느새 눈물바다가 됐다. 영상 안에 담겨있는 사랑의 메시지가 너무 컸던지라 그리움은 더했다. 더욱이 사모와 두 자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도 감추지 않았던 고인의 모습에 이날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의 마음에는 안타까움에 더욱 컸다.

“영적인 아버지의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 사랑은 마음과 마음을 통해 서로 전해지리라 생각됩니다. 장로님 권사님들, 그리고 우리 성도님들, 청년들, 정말 사랑합니다. 청소년, 어린이 교회가족들, 동일한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요즘 여러분을 보면 정말 제 가족이라고 가슴 속에 느껴지고, 여러분들 덕분에 점점 행복해집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행복한 목사가 제 자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사랑이 저를 늘 감격시키기 때문입니다. 평생 저와 동고동락하며 힘을 실어 주고 섬겨준 사랑하는 아내 덕분에 저는 더 행복합니다. 여보,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 언젠가 이야기했는데 정말 당신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어. 우리 지현이 미은이. 저보다도 당신보다도 탁월한 지도자로 세워질 거에요. 지현아! 미은아! 아빠가 너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너희들 덕분에 아빠가 얼마나 힘 있고 즐겁게 목회하는지 알고 있지? 앞으로 더 하나님의 위대한 지도자로 꼭 세워지길 바란다. 성도 여러분, 제가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화이팅!”

설교에 앞서 29일 운구의 안전한 이송을 위해 유족들과 함께 필리핀에 다녀왔던 하근택 장로는, 슬픔 가운데서도 사고 직후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보냈던 현지 선교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하 장로는 “현지 선교사님들 1백50여 분이 교파를 망라하고 모두 협력해 주셔서 예배를 준비해 주셨다”며 “미리 가서 노력한 것도 없이, 하나님께서 순간순간 사람들을 보내셔서 도와주셨다. 오늘 오전 운구가 도착할 수 있던 것도 현지 선교사들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상도중앙교회 원로 김이봉 목사는 “하나님 하시는 일을 어찌 인간의 말로 측량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 날에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알 것이다. 입술로도 원망치 말고 장차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바라보자”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송경호 기자
이어 ‘슬픔 중에 들려지는 말씀(시편 42:11, 요 11:25)’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김이봉 목사는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으로 위로와 소망의 말씀을 전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알 수 없는 슬픔을 주신다”며 “슬픔을 당할 때 비로소 우리의 믿음이 어떠한 모습이었는가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목사는 욥의 고난에 대해 전하며 “욥은 하나님 보기에 흠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당한 슬픔은 참아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하지만 욥은 ‘입술로도 범죄치 아니하리라’ 했다. 원망하고 대들고 입술로나마 죄짓지 않아 결국 마지막에 배나 축복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김 목사는 “인간의 상식과 지식으로는 해답이 없다. 왜냐하면 슬픔과 축복도 인간의 영역이 아닌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어찌 인간의 말로 측량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날에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알 것이다. 입술로도 원망치 말고 장차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바라보자”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후 성도들은 하루빨리 슬픔을 딛고 고인들이 멀리 필리핀 땅을 밟으면서까지 세우길 원했던 소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찬송가 395장 “너 시험을 당해”를 부르며 떨리는 입술로 결단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한편 꿈꾸는교회는 1일(월) 오전 8시 2층 본당에서 故 박수진 담임목사와 사모 한연오 씨, 박태성 부목사, 곽병배 부목사와 부인 최미경 씨에 대한 장례예식을 서울관악노회장으로 드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