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일교 문선명 교주 부부 등의 헬기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 교주의 호화생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선명 교주와 부인 한학자 씨 등은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박물관에서 전용헬기편으로 서울로 가 서울 반포동 모 호텔에서 간부들과 회의를 마치고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문제는 당시 문 교주 등이 탑승하고 있던 헬기.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에서 제작한 S-92 모델로, 430억 상당의 대통령 전용헬기와 같은 기종이다. 대통령 전용 헬기의 경우 여러 가지 부대장비들이 탑재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민간 헬기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10억~60억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가다. 이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전용헬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 교주와 그 가족이 누리는 호화생활이 어느 정도일지 넉넉히 짐작하게 한다.

반면 국내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있는 종교지도자로 꼽히는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그 검소함 또한 유명하다. 김 추기경은 한때 현대 소나타2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 크게 회자된 적이 있다. 김 추기경의 이같은 검소한 생활은 주변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천주교 내 주요 인사들 중 외제차나 고가 승용차를 이용하는 이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추기경의 검소함을 나타내주는 사례가 또 한 가지 있다. 과거에는 추기경이 로마에 가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은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에서 “추기경이 된 직후 로마에서 벤츠 승용차를 이용해 보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까 공짜가 아니라 이용자가 요금을 내는 것이었다. 일반 택시 요금보다 배나 비쌌다. 그래서 그 후부터 택시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의 검소함 역시 잘 알려져 있다. 평소 작은 차를 타고 다니던 그는 동덕여대 총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종합대학교 총장들에게 흔히 제공되는 대형차를 거절했다. 때문에 학교측은 그에게 중형 소나타를 제공했다고.

종교지도자가 반드시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나, 그처럼 천문학적 액수의 전용헬기가 굳이 필요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종교지도자들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부를 떠나 검소한 생활에 앞장서는 모습과 대조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