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 어둠의 땅 조선에 복음의 빛을 들고 첫 발을 내딛었던 언더우드 선교사(1859-1916, Horace G. Underwood). 그가 눈물로 심은 믿음의 씨앗이 선교의 시작점인 미국으로 다시 건너와 열매를 맺게 됐다.

PCUSA(미국장로교) 아틀란타 지역 3개 노회로 구성된 개척교회선교위원회(New Church Development, 이하 NCD)에서 내년 아틀란타 지역에 한인 2세 영어권 다문화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NCD 커미셔너로 이번 다문화교회 개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최병호 목사(베다니장로교회)를 만나, 2세 교회 개척의 과정과 비전을 들어봤다.

교단 차원에서 한인을 중심으로 한 2세 영어권 교회 개척을 하게 됐다.

“아틀란타 지역에 다문화 영어권 교회를 개척하려고 수 년동안 노력해 왔는데, 지난달 27일 공식적으로 결정돼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 PCUSA는 한국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한 교단으로, 1800년대 미국 대부흥의 결실로 맺어진 선교사들이 한국을 찾았다. 120년이 지난 지금, 그 복음의 씨앗이 발생지로 돌아와 다시 열매를 맺게 되니 참 뜻깊은 일이다.”

영어권 교회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번에 NCD에서 개척을 결정한 영어권 교회는 기본적으로 코리안 어메리칸을 대상으로 하지만 영어를 쓰는 아시안으로 구성된 다민족까지 포함한다.

담임 목사는 영어를 마더 랭귀지로 해서 한국어 또는 다른 언어를 쓸 줄 알아야 하고, 백인이나 다른 인종도 될 수 있지만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PCUSA 교단에서 안수를 받았거나 받을 자격을 갖춘 목회자로서, 다문화(multicultural) 교회에 대한 비전이 확실한 자가 될 것이다.”

1세 교회에서 그동안 2세 교회, 영어권 사역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 열매가 투자에 비해 작은 실정이다. 또한, 1세 교회 안에서 잘 성장하던 2세 교회도 독립하면 와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2세 교회, 영어권 사역에 대한 고민과 시행착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틀란타만 봐도 한인 인구가 10만이 넘고, 한국어를 쓰는 1세 교회는 300개가 넘는다고 추산한다. 하지만 2세들을 위한 교회는 몇개나 되나? 손에 꼽힐 정도고, 그나마 큰 교회에 속해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고민해 봐야 한다.

먼저, 1세 목회자와 2세 목회자의 갈등이다. 영어권 목회자의 평균 부임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교회에서 3년 동안 영어권 목회를 한 피터 림 목사도 아틀란타 지역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고참에 속한다. 이들의 갈등은 비단 언어에서 오는게 아니다. 헌신과 뜨거운 영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1세 교회는 같은 것을 2세들에게 요구하지만, 그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1세의 전통과 문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영어권 목회자가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주일에 설교를 한다고 하자. 그럼 당장 교회 재직의 눈에 띄고 뒤에서 이에 대한 말이 오가게 된다. 또 새벽기도에 자꾸 빠진다거나, 그들이 보기에 충분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영어권 목사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퍼지게 되고, 담임목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영어권 목사와 갈등을 겪게 된다.

두번째는, 영어권 목회자들은 목회의 경험이 1세 목회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나 또한 여기까지 오면서 전도사, 부목사, 교육목사를 거치며 많은 분들을 만나왔고, 그 가운데 깍이고 배우면서 목회자로 성장하게 됐다. 영어권 목사들은 그런 경험이 전무하다. 계속 사역지를 옮겨다니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고, 교회에서도 이들에게 큰 일을 맡기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해본 경험도 없다. 그래서 2세 교회가 독립하거나, 자체적으로 개척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다문화 교회 개척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4년 동안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개척하는 다문화 교회에서 전체 예산의 20%, NCD에서 20%, KPC와 NKPC에서 20%, 의회(Synod)에서 20%, 조지아 노회에서 20%를 감당할 것이며, 연 7만불 씩 총 28만불이다.

영어권 목사들이 일을 안 해 봐서 그렇지, 일을 맡기고 격려해 주고 지켜봐 주면 일을 체계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교회 영어권 교회만 봐도 처음에 자유롭게 해보라고 하고 필요한 예산을 1세 교회에서 대 준다고 했더니 10만불을 짜왔다. 첫해 다 지원해 주면서 조건은 연말에 보고서만 잘 써 오라는 것이었다. 연말 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커멘트 해 줄 것은 하면서 지켜봐 주니 2년만에 독립해서 지금은 자체 헌금만 연 15만불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개척을 결정하는 NCD 커미셔너가 20명이었다. 연 7만불씩이니 한 교회에서 한달에 300여불씩 지원해주면 되는 일이다. 28만불이 큰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복음의 씨앗을 다시 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하니 만장일치로 박수치면서 통과됐다.

그리고 다문화 교회 목사를 위해 커미션의 목사들이 지속적으로 멘토링을 해 줄 것이다. 목회의 경험이 부족하다면 최선을 다해 돕고, 리소스도 공유하면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닦아 줄 것이다.”

2세 교회에 대한 비전을 나눠달라.

“다문화 목회는 꼭 필요하다. EM 교회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1세 교회를 떠나 방황하는 2세들이 많이 몰려올 것이다. 지금은 미주 한인교회가 문제 없이 성장하고 있지만, 1세들이 떠난 50년, 100년 뒤를 생각해 보라. 다음세대가 성장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지금 힘든 이민생활에서 눈물로 헌신하고 헌금했던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번 개척이 성공해서, 더 많은 영어권 교회가 생겨나 다음 세대를 품는 이민교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