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8살 소녀 가랑수렌(Garangsuren)은 요즘 하루에 한 번, 저녁에만 식사를 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여동생 등 온 가족 모두 저녁시간 수프를 먹는 것이 하루 식사량의 전부다.

그녀의 아버지는 건축에 필요한 시멘트 블록을 만드는 일을 한다. 한달에 85달러 정도를 벌지만, 이 일은 1년 중 6개월만 일할 수 있는 계절노동이라 나머지 6개월간은 아무런 수입이 없다. 어머니는 아직 어린 아이들을 돌보기에도 벅차다.

이들 가족이 수프만 먹게 된 것은 식량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 수프와 곡분, 고기를 함께 먹었다. 그러나 더 이상 고기를 사 먹을 수 없게 됐고, 그나마 사정이 괜찮을 때는 동물의 소장이나 위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현재 주식은 곡분이 조금 들어가 있는 수프와 감자 또는 야채고기가 섞인 잡탕죽이 됐다.

식량 가격 상승은 그녀를 학교에도 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몽골은 교육비용이 들지 않지만, 책이나 공책, 학용품과 교복 등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간다 해도 배가 고파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그래서 배우는 속도도 떨어진다.

가랑수렌의 경우만이 아니다. 몽골의 많은 어린이들이 식량가격 상승으로 끼니를 때우기조차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영양결핍 뿐만 아니라 한창 배워야 할 시기에 학교를 떠나 노동 착취와 탈선의 위험 아래 놓여 있다.

월드비전 몽골은 이러한 사례를 보고하며 가족생계 긴급지원활동을 펴고 있지만, 식량가격 상승 때문에 힘에 겨운 실정이다. 세계적으로는 지난해 식량을 전달했던 750만명 중 150만명에게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월드비전 인터내셔널 딘 허쉬 총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150만명이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7만 2천명이 어린이들”이라며 “높아졌던 식량 가격이 안정되려면 보통 2년 이상이 걸린다고 볼 때 충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한 5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타격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는 “5세 미만 어린이들은 식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뇌 발달 타격과 신체 발육 중단을 겪게 된다”며 “식량가격 상승 사태에서 국제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를 막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월드비전의 경우 식량가격 상승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백여개국에 있는 지역개발사업장에서 주민들이 처한 곤경을 돕고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양상태를 분석하고 보충을 지원하며, 식량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지역주민들이 농작물을 자가 생산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식량가격 상승으로 인한 폭동이 도처에서 발생함에 따라 평화구축과 갈등해결 등도 힘쓰고 있다.

세계은행도 “최근 식량가격 폭등으로 인해 1억여명이 더 심각한 가난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이 중 10%인 1천만명이 5세 미만의 아동이라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매년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5세 미만 아동들은 370만여명이고, 개발도상국 1억4700만여명의 미취학아동들은 발육이 멎은 상태다.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은 폐렴과 호흡기 질환, 말라리아와 홍역 등에 걸릴 위험이 더 높기에 대책이 시급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