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북한을 도와주려면 지금 같이 직접 돕는 방법으로는 안됩니다. 북한 선교가 시작된 초창기에는 '불쌍한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북한에 식량도 전달하고 북한 내에 국수 공장, 빵 공장도 지었습니다. 하지만 그 혜택이 진짜 굶어 죽는 사람들에게 가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진정 북한을 돕고자 하는 한인들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경험담을 받아들여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지난 달 21일 탈북자 1가족 3명이 처음으로 시애틀에 정착했다. 한송화 씨와 한 씨의 딸인 조진희, 조은혜 양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탈북자 돕기에 앞장 서고 있는 윤요한 목사의 도움으로 시카고를 거쳐 시애틀에 도착했다.

한 씨 가족은 "김정일은 '북한 없는 세계는 있을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세계 여론이 뭐라 한다고 해도 북한 독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세계의 북한에 대한 비난이 심해질수록 북한은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하게 내부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 실상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밝혀지는 만큼 북한은 주민들을 더 강하게 통제하려고 하니까요. 탈북자들이 자유의 땅에 망명하는 사례가 많아져서 근래는 단 한 번 도강(渡江)한 사람들도 다 감옥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어 "이왕 돕는 것, 결실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북한을 진심으로 돕고 싶다면 주민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북한에 직접 들어가거나 원조하는 방법은 고위층을 배불릴 뿐, 열악한 주민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주민들을 도우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북한 간부들도 주민들을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방문했던간에 북한은 언론과 공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우리 사회주의 제도가 위대해 배우러 ○○가 방문했다' 라던지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에게 선물을 드리기 위해 방문했다'라는 식으로 홍보합니다. 구호품이 주민들에게 돌아갈리는 없죠. 잡혔을 때 구호소에서 작업하느라 '한국쌀(미국 지원)'이라고 적힌 쌀봉투를 본 것이 고작입니다."

주민을 직접 도우려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돈이나 물건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최선이다. 북한으로 가는 도중에 다 떼여 10-20%만 손에 쥐어지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북한 당국을 배불리며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실질적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잡지만 않으면 탈북하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중국만 모른척 해준다면 탈북자들을 자유의 땅으로 부르는 방법은 얼마든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탈출하려면 북한서 중국으로, 중국 북방에서 내부 도시로, 그곳에서 타국으로, 총 3번의 여정으로 거쳐야 한다. 여기 드는 비용과 방법은 동료 탈북자들이 어떻게 해서든 마련할 수 있지만 문제는 '안전'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탈북자들의 루트는 닫힌 상태나 다름없다.

"베이징 올림픽은 탈북자들에게 사형선고에요. 탈북자들을 무조건 잡아 북한으로 보냅니다. 요새는 잡힌 당일로 북송합니다. 구류심사소(중국서 잡힌 북한 사람들이 북송되기 전에 거치는 감옥) 안은 제대로 앉을 자리도 없어요. 이렇게 중국 내 단속이 심해지니 탈북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