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는 남북을 잇는 3개 도로가 있다. 사해를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와 나바테이안 족, 로마, 비잔틴, 아랍, 십자군, 오트만 터키 등의 독특한 문명 유적으로 가득한 ‘왕의 대로’, 그리고 고대 모슬렘 순례의 길이기도 했던 ‘사막의 도로’다.

이중 왕의 대로는 수도 암만을 시작으로 요르단 중요 도시를 지나간다. 그리고 그 대로 가운데에는 대표적인 유적지인 페트라와 항구도시 아카바가 있다. 요르단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국보 1호인 역사적 유적지 페트라. 구약 성경에서는 에돔의 셀라(히브리어로 ‘바위’를 뜻함)로 언급된 페트라는 그리스어로 ‘바위’를 말한다.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약 3백㎞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페트라는 거대한 바위 숲으로 덮힌 신비의 고대도시이다. 매표소를 지나 말을 타고 10여 분을 가면 하늘을 가릴 듯 높이 솟은 암벽 사이로 미로 같은 좁은 통로가 나타난다. 아랍어로 협곡이라는 의미를 가진 ‘시크(Siq)’를 따라 2㎞정도 나아가면 당시 이곳에 살았던 나바테아 인들이 질그릇으로 만들었던 수도 파이프와 벽에 새겨놓은 조각상이 양쪽 벽면을 따라 펼쳐진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나바테아인 정교함은 오늘날에도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시크가 끝나는 지점, 넓어지는 시야 한가운데로 건물 하나가 나타난다. 페트라 유적 중 가장 대표적인 ‘카즈네(Khazneh)’. 영화 인디아나 존스 촬영 무대였기도 했던 이곳은 건물 정면 위쪽에 조각되어 있는 항아리 형태의 조각물이 있다. 나바테아 인의 보물이 숨겨있다는 전설에 따라 일명 ‘보고’라고도 불리 우는데 이 건축 양식은 6개 고린도 식 돌기둥이 서 있는 그리스 건축 양식 건축물로 기원전 1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페트라에 있는 조각 건물은 신전, 왕궁, 공공건물, 왕족과 일반인의 무덤, 주거지 등 지금까지 약 4천 곳이 확인됐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은 수도원으로 불리는 ‘엘 데이르’(el-Deir)인데 건물 내벽에 십자가 몇 개가 새겨져 있다. 기원후 4세기 이후 비잔틴 시대에 이 곳을 교회 건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트라 건물은 대부분 돌을 파내 큰 직사각형 방을 만들었으며 그 안에 아무런 장식이나 벽화 없이 단순하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암석 자체 여러 가지 색깔과 물결무늬로도 건물 내부는 황홀하기 그지없다.

페트라 유적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원형극장이다. 거대한 바위산 자체를 깎아 만든 원형극장은 나바테아인 기발함과 정교함이 우직하게 배어 있었다. 7∼8천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이 곳은 나바테아인에게는 장례식이나 다른 종교의식 장소로, 이후 로마인에게는 공연장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BA580년 경 에돔 족과 토착민이 결합해 혼합된 나바티안 족이. 한창 성행할 때 2∼3만 명 인구가 이곳에 거주하면서 봉제, 철공, 석공업으로 생업을 유지하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곳이다.

페트라에는 모세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다. 페트라는 돌산 사이 천연적으로 생긴 계곡지대에 형성된 도시였다. 페트라 중심부분을 지나고 있는 계곡 이름이 ‘와디 무사(Wadi Mousa)’로 ‘모세의 계곡’이라는 뜻이다. 이 계곡이 끝나는 지점 근처에는 ‘아인 무사(Ain Mousa.모세의 샘)’이라는 곳도 있다. 이스라엘 사람이 광야 생활 중 마실 물이 없어 불평했을 때 모세가 바위를 쳐서 물이 나게 한 곳이라는데, 역사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고 한다. 출애굽 후 가나안 복지를 향하는 여정 중 이스라엘 백성이 이 지역을 지나갔을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이 곳은 새로운 감격으로 다가온다.

우리 일행은 페트라 성을 순례하기 위해 페트라 시내에 위치한 Petra Panorama Hotel에 투숙을 했다. 이곳은 산중턱에 자리를 잡아 창밖으로 가까이 아론이 죽어 장사된 호르산을 조망할 수가 있었다. 우리 일행 중 한 장로님이 시내산 등정을 하고 내려와 많이 피곤해 욕조에 물을 받기위해 수도꼭지를 틀었으나 물이 나오질 않았다. 장로님이 안내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으나 새벽 2시까지 기다리라는 말만할 뿐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결국 기다리다가 늦잠이 들어 아침 기상시간에 모닝콜도 듣지 못해 아침식사도 참여를 못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너무 화가 난 장로님이 아침에 항의 했으나 “요르단은 물이 귀하고 더구나 산악지대라 수압 낮아서 저녁에는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고 해명이 있을 뿐이다. 성지순례는 일반 관광과 달라서 때로는 어려운 코스를 만날 수 있으니 순례를 계획하시는 분께서는 이런 점을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