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의 가을을 만끽할 새도 없이 어느덧 춥고 축축한 우기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지던 차에, 지난 주일 밤 반가운 메시지 하나가 찾아왔습니다. 전에 남쪽 밥상 성경공부에 몇 번 참석했던 형제 러셀(Russel)이었습니다.

자신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현재 거리를 벗어나 3개월째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혹여나 걱정할까 봐 알려주고 싶었다는 그의 문자에 깊은 감동과 함께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이런 문자는 처음 받아봐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시며 도우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수요일에는 옥현희 이사장님께서 함께해 주신 가운데 제임스, T.T., 조슈아, 리사와 성경공부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날은 작지만 즐거운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평소 주문하던 버거 세트 대신 제임스의 착각으로 가격이 조금 더 비싼 콤보 세트를 시키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모인 이들 모두 평소보다 크고 든든한 햄버거로 배를 채우며 소박한 기쁨을 누렸습니다.

식사 후, 빌립보서 4장 10-13절을 본문으로 "주 안에서 자족하는 삶"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가택연금 상태로 모든 것이 열악했던 바울이 어떻게 크게 기뻐하며 자족할 수 있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재정적 후원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성도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보았습니다. 오늘날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이나 지체들에게 진정 힘이 되는 것 역시 서로를 향한 관심과 기도, 그리고 사랑입니다.

바울은 복음을 전하면서 굶주림과 추위 등 수많은 고생을 겪었습니다. 그 힘든 시간 속에서 바울은 "내 손에 떡은 떨어져도, 나를 먹이시는 하나님 아버지는 여전히 신실하시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인 '자족'은 내가 가진 것이 많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주머니가 비어 있고 상황이 막막해도, 내 진짜 가치는 돈이나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바울은 아무것도 없는 가난 속에서도, 또 모든 것이 넉넉할 때에도 오직 하나님 한 분만으로 기뻐하는 법을 매일매일 눈물과 기도로 배웠습니다. 우리도 바울처럼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님께 꼭 붙어 있을 때 비로소 어떠한 형편에서도 만족하며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공급받게 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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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무척 은혜로웠습니다. "먼저 따뜻한 위로나 격려를 건네고 싶은 사람"을 묻자, 제임스는 "여동생이 하나님을 믿도록 권하고 싶다"고 했고, T.T.는 "어린 두 아들이 수영을 계속하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의 진짜 가치가 소유에 있지 않고 나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다짐할 것"을 묻자, 제임스는 "말씀과 기도로 채움 받는 것"을, T.T.는 "지난 세월 속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기억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조슈아는 고난의 순간 예수님께서 업고 가신다는 '모래 위의 발자국'을 떠올렸고, 리사는 "진실하게 교회와 하나님 안에 머무는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특히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예수님께 구하고 싶은 새로운 힘"을 묻는 질문에 T.T.가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태도라는 초능력을 원한다"고 한 고백은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세계 평화"를 적어 낸 조슈아에게 "아이언맨이 되어야겠네"라며 웃음을 나누기도 했지만, 이들의 마음속에 복음의 능력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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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나눔 사역>

목요일 아침, 거센 비가 쏟아졌습니다. 춥고 궂은 날씨에 젖은 채 거리를 걷는 노숙인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면 좋으련만, 묵묵히 빗속을 걷는 이들을 위해 앞으로는 판초 우의를 준비해 다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파크랜드 교회에 도착하자 찾아온 노숙인들이 짐 나르는 것을 거들어 주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교회 남자 화장실 천장에서는 여전히 물이 새고 있어서 마음이 안타까웠지만, 그곳을 채우는 봉사자들의 헌신은 뜨거웠습니다. 인원이 적어 일손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성경공부 멤버인 조슈아가 배식 봉사를 돕고 자원봉사자님들은 패킹을 마친 후에도, 도시락 박스마다 정성껏 말씀 카드를 붙이고 다음에 쓸 포크와 냅킨을 준비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찾아온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도시락을 싣고 거리로 나섰는데, 오랜만에 찾은 레이크우드 도서관에서는 그동안 도시락을 기다렸던 지체들이 반갑게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길가에서 카트를 끌고 가던 필립을 우연히 만나, 그가 필요로 하는 자전거 튜브를 근처 Big 5 매장에서 사다 주며 다음 성경공부 모임을 기약하기도 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듯한 한 젊은 노숙인은 도시락을 전해주고 기도해 주자 꼭 끌어안고 울먹이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날씨는 춥고 삶의 형편은 비천에 처해 있을지라도, 노숙인들도 우리들도 우리에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어려움을 능히 이겨낼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잃어버린 영혼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먹이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오늘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헌신해 주시는 모든 동역자님과 후원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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