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라는 ‘수저’ 사용해 어떻게
‘씹고 맛보고 즐기면서’ 소화할지
전문가보단 덕후, 시청자 친화적
콘텐츠 자체보단, 관점이 중요해

“어떤 작품이 표면적으로 기독교를 찬양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콘텐츠인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기독교적 주제를 담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왜곡된 사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독교에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세속적인 콘텐츠는 물론,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내용을 담은 작품들 속에서도 영적 성장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를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들조차 우리가 신앙 안에서 점검해야 할 문제를 드러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를 분별력 있게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세계관은 더욱 성숙해질 것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제목처럼 ‘미디어 미식(Media 美食)’이다. 무작정 미디어를 멀리하는 금식(禁食)이 아닌, 미디어를 신앙적으로 감상하고 음미하자는 것. 과거 한국교회에서 고난주간 중심으로 진행된 ‘미디어 금식’ 자체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흔히 ‘미식’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식은 그보다 훨씬 정교한 과정입니다. 이는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 맛과 향, 그리고 그 음식이 지닌 문화적 의미까지 살피며 더 풍부한 경험을 얻는 것입니다. 그저 음식의 겉모습이나 이름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왜 이 재료를 썼는지, 어떤 맛의 조화를 노렸는지, 그 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까지 고민하는 태도가 미식가가 지녀야 할 미덕인 것입니다.”
‘랜선 선교사’로 불리며 꾸준히 블로그와 유튜브 등 시대 변천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기독교를 변증해 온 저자는 책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등을 ‘기독교’라는 ‘수저’를 사용해 어떻게 ‘씹고 맛보고 즐기면서’ 소화해야 하는지, 자신만의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1부 ‘기독교가 바라보는 인간’에서 영화 「기생충」, 동일 작가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 2부 ‘세상의 악과 신의 침묵’에서 영화 「콘스탄틴」과 「사바하」, 웹툰 「당신의 과녁」, 3부 ‘우리들의 일그러진 종교’에서 나란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리즈 「삼체」와 영화 「지옥」, 4부 ‘기독교가 그리는 비전’에서 영화 「천국에 다녀온 소년」과 「반지의 제왕」, 소년 만화 「원피스」와 「슬램덩크」 등을 다루고 있다.
‘미디어 미식’에 대한 저자의 개념 설명처럼 때로는 반기독교 또는 비기독교로 알려진 작품 속에서도 긍정적 요소를 찾아내고, 주 소재가 기독교이거나 기독교인들이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기독교의 참된 모습이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신학적·신앙적으로 성찰한다.
소위 ‘망작(亡作)’으로 평가되거나 관객들의 평가가 분분한 작품에 대해서도 과감히 의견을 개진한다. 『교회 구석에서 묻는 질문들』을 펴낸 저자의 두 번째 책으로, ‘전문 평론가’보다는 ‘덕후’에 가깝기에, 내용은 ‘시청자 친화적’이다.
홍수라는 말로도 부족한 콘텐츠 천국 시대에 저자의 ‘미디어 레시피’를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것은 콘텐츠 자체보다는 시청자의 관점 또는 비평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콘텐츠란 감독 또는 작가가 시청자들을 향해 던지는 일종의 ‘질문’이므로, ‘좋은 질문’을 고르는 안목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미성년들에 대한 무분별한 콘텐츠 노출은 마땅히 경계하는 것이 옳다.
처음엔 ‘꿈보다 해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차림표’를 따라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독자들도 각자 자신만의 ‘레시피’를 갖게 되지 않을까. 물론 성경 이야기와 기독교에 대한 풍부한 신학적 고민과 지식은 전제 조건일 것이다.
이쯤 되니,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면서도 기독교적 해석들이 꽤 등장했던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