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규모의 지하 가정교회 네트워크인 시온교회(Zion Church)가 또다시 국가 당국의 강도 높은 단속을 받으며, 중국 내 종교 자유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최근 중국 현지 팀원을 통해 조직적인 급습의 배경과 이것이 다른 가정교회에 미치는 영향, 현재 상황 및 기도제목 등을 소개했다.

시온교회는 2007년 베이징에서 에즈라 진(진밍리) 목사에 의해 설립됐으며, 중국 40여 도시로 확산돼 약 1만 명의 교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베이징 중심부의 대형 강당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던 시온교회는 점차 중국 지하교회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시온교회가 예배당 내 감시카메라 설치를 거부하자 이 교회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모든 재산을 몰수했다. 당시 진 목사는 "하나님 앞의 예배는 감시 아래 둘 수 없다"며 공공연히 저항했고, 이는 당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 왔다. 이후 교회는 소규모 가정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환했다.

이 모델은 팬데믹 기간 동안 더욱 활성화되며, 시온교회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신앙 네트워크가 급속히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교인들은 VPN(우회접속망)을 통해 온라인 예배에 참여했고, 일부 설교는 중국 내외로 퍼져나가며 "중국교회의 영적 자율성"을 상징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10. 10 교회 박해'로 불린 집단 체포... 온라인 사역 겨냥한 기소 

2025년 10월 10일, 중국 공안은 전국적인 단속을 벌여 시온교회 관련 신자 38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16명은 이후 석방됐으나, 22명(여성 13명, 남성 9명)은 현재 광시성 베이하이 구금시설에 수감 중이다.

기소 내용은 '인터넷 정보 불법 사용'으로, 이는 2025년 9월 새로 시행된 '종교 전문가를 위한 온라인 행동 강령' 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강령은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채널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종교 관련 정보를 전파하거나 가르치는 행위를 금지한다. 특히 "해외 단체와의 온라인 협력"은 국가안보 위반 행위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당국은 시온교회의 대규모 온라인 설교, 신앙교육, 예배 영상 공유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인권 변호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종교 관련 지침 위반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의 '신앙 검열' 실험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영적 회복력의 상징이자 종교 통제의 새로운 단계

오픈도어의 현지 파트너는 시온교회를 "중국의 영적 회복력의 상징"이라며 "시온교회는 '기독교의 중국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종교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불과 6~7년 만에 100개 이상의 예배처소를 세우며, 일반적인 지하교회보다 훨씬 더 활발하고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번 단속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진핑 정부의 종교 통제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광시성뿐 아니라 쓰촨성, 장쑤성, 허난성 등지에서도 다수의 미등록 가정교회가 동시에 급습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손청개혁교회(Songcheng Reformed Church)에서 예배 중 체포가 이뤄졌다.

미국에 기반을 둔 시온교회 대변인 숀 롱(Sean Long) 목사는 "이번 조치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중국 전역에서 새로운 박해의 물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 사역을 운영하거나 해외 교회와 연결된 단체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도어 파트너 줄리아나는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중국 내 종교 자유의 공간은 해마다 축소돼 왔다"며 "정부는 온라인 예배가 물리적 모임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제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부터 차례로 제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10.9 교회 박해'는 중국 정부가 신앙을 통제하기 위해 얼마나 정밀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다음 단속은 강력한 온라인 선교를 가진 교회, 지역 간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형교회, 개혁주의·장로교 전통을 따르며 성장세가 두드러진 교회 등 세 가지 유형의 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무 크고 솔직해지면... 반드시 표적이 된다"

중국 전문가 메이린(Meilin) 은 "중국의 맥락에서 교회가 너무 크고, 눈에 띄고, 솔직해지면 반드시 당국의 관심을 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온교회는 이미 수년간 단기 구금, 자산 압류, 계좌 동결 등으로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다"며 "이번 사건이 중국 당국의 '종교 통제 강화'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구금된 이들의 가족과 변호인들은 면회와 서신 교환이 제한되고 있으며, 일부는 자택 봉쇄와 계좌 동결로 생활 기반을 잃은 상태다. 법률 지원을 시도하던 변호사들도 잇달아 소환되거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온교회 성도들은 온라인 기도모임과 암호화된 메시지 그룹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한 신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는 것은 단지 생존의 싸움이 아니라,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시온교회 목회팀은 최근 성명을 내고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는 실제적인 영적 전쟁의 한가운데 서 있다. 억압받는 것은 한 교회가 아니라 중국교회 전체다. 우리는 단순한 해방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회의 해체와 구속의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며 "지금의 박해는 오히려 중국교회의 각성과 연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고백했다.

오픈도어가 제시한 시온교회를 위한 7가지 기도제목.

1. 구금된 목회자와 신자들의 신성한 보호와 평안을 위해
2. 봉인된 가정과 삶의 터전을 잃은 가족들의 위로와 공급을 위해
3. 변호사들의 지혜와 안전, 그리고 정의의 실현을 위해
4. 교회 폐쇄로 생계가 막힌 목회자 가정의 필요 충족을 위해
5. 시온교회 목회팀의 분별력과 담대함을 위해
6. 박해 속에서도 중국 신자들의 믿음과 평화가 흔들리지 않도록
7. 이 고난을 통해 중국교회 전체의 부흥과 연합이 일어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