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북한 주민 접촉을 대폭 완화하면서, 과거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불허됐던 사례들까지 다시 승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유화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안보 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접수된 민간의 북한 주민 접촉 신고 71건 중 26건(약 36%)이 과거 불허 이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전 정부에서 보안이나 대북 공작 개연성 등을 이유로 거부됐던 사례들이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허용된 것을 의미한다.
접촉 목적을 살펴보면 사회·문화 분야가 35건(48.6%)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 분야 18건(25%), 인도 지원 11건(15.2%) 순이었다. 특히 사회·문화와 경제 목적의 접촉 중 약 3건 중 1건, 인도 지원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과거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불허된 전력이 있었다.
현행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의2 제3항은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접촉 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2023년 6월, 접촉 신고 수리 거부 요건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작원 개연성' 등 세부 사유를 명시한 내부 지침을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지난 7월 30일 해당 지침을 전격 폐지했다. 그는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돼 있다"며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면적인 접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올해 7월 이후 접수된 북한 주민 접촉 신고 71건이 모두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이산가족 교류나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인권적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정부의 감독 없이 민간 접촉을 무제한 허용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는 '국민을 신뢰한다'는 말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 보안 문제로 차단됐던 경로가 다시 열리면서, 북한의 대남 공작 활동이 강화되거나 불법 자금 유입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명확한 관리 체계 없이 접촉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정보 유출 및 대북 제재 위반 위험을 높이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번 정책이 민간의 자율적 교류 확대를 위한 조치라며 방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안보보다 정치적 유화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북한의 잇단 군사 도발과 긴장 고조 상황 속에서 무분별한 접촉 허용은 국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책 변화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북 교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감시와 검증 체계 없이 이뤄지는 민간 접촉은 오히려 안보 위협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열린 교류'를 표방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통제 장치는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