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1세 목사로서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요즘 들어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2세들의 결혼을 주례하고 있습니다. 혹시 결혼 주례가 뭐 그렇게 바쁠까하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 몰라 결혼 주례에 필요한 counseling을 소개드립니다. 일단 결혼 주례 청탁이 오면 먼저 결혼 당사자들과 만나 스케줄을 정하고 결혼식에 필요한 checklist를 가지고 필요한 준비를 시킵니다. 그리고 결혼 상담 (pre-marital counseling) 일정을 잡습니다.

적어도 2-3번은 상담 차 만나야 하는데, 크리스천에게 결혼은 성경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것을 가지고 성경 구절들을 함께 나누면서 첫날 대화를 나눕니다. 두 번째 만남에는 첫 번째 만남에서 내주었던 숙제인 당사자들이 써 온 에세이를 함께 읽으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에세이의 제목은 "나는 결혼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가?" (What do I expect from this marriage?)라는 제목입니다. 신랑 신부 후보자는 각자 서로 정보를 교환하지 않은 채 에세이를 쓰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날 만남에서 어떻게 이 배우자를 만났고, 왜 결혼을 하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들 각자의 결혼관에 예리하게 날을 세우고 자신들이 당면한 결혼이 무엇을 의미하며(ramification),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에서는 부부간의 대화를 어떤 수준으로 가질 것이고 어떻게 기도 및 신앙생활을 계획하고 어떤 대화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함께 나눕니다. 그런 후에 결혼식 리허설을 하니까, 결혼 주례가 그냥 당일 주례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한 커플의 영적 지도자로서 주례자로서의 결혼식은 상당한 시간과 기도가 요구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난 2세들은 자신들이 다른 친구들을 소개하여 결혼 주례를 부탁하게 하니, 아무래도 결혼식 주례가 자꾸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몇 가지 우리 2세들의 결혼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첫째: 우리 2세들은 결혼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중국 표현으로 "만만디"라는 표현이 있습니다만, 천천히 느리게라는 뜻입니다. 우리 2세들은 서른 살이 넘어도 절대 초조해 하거나, 결혼을 서두르지를 않습니다. 우리말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오히려 그들이 철저히 믿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는 오히려 신앙적인 캘빈주의(예정론)를 신봉하는 2세들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짝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부모가 서둘러도 서로 간에 chemistry가 맞지 않으면(연분이 아니다 싶으면) 아예 처음부터 결혼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들의 경제 활동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경향은 만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배어 있는 것이 "자신감"입니다. 특히 고학력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팽배하여서 모든 여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연하남(年下男)을 결혼 대상으로 삼는 것을 꺼려하지 않습니다.
중매를 부탁하는 1세 부모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주변에서 청춘 남녀를 match시킨다는 것이 생각보다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좋기로는 자신들끼리 만나서 좋아해서 결혼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항상 느끼는 것이 결혼적령기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2세 본인들도 이러한 사실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점점 더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신부가 신랑보다 몇 살 더 연상인 경우입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우리 2세들은 거부감 없이 이러한 경향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봅니다. 특히 개성이 강하고 독립심이 있는 여자들의 경우에 더욱 이러한 경향들을 볼 수 있습니다.

셋째: 결혼 서약(Wedding Vow)을 전통적인 양식을 쓰지 않고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서약을 합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를 상징하는 (in sickness and in health...)의 전통적인 서약을 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구상하고 기록한 결혼 서약을 하는 경향이 서서히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결혼 서약이 서로 간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창출하고 동시에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서약이기에 결혼 서약 자체에 무게를 더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전통적인 결혼관을 벗어나겠다는 의지 또한 담겨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우리 2세들을 위해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기도입니다. 자녀들을 위한 기도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배우자 기도입니다. 인생의 만남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결혼에 우리 자녀들이 적합한 배우자를 만나도록 간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녀들을 위한 기도 중에 가장 중요한 기도가 바로 "배우자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들도 스스로 기도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부모로소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도는 자녀들의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쌓는 것입니다.

올해도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결혼 때문에 염려하시는 부모님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녀들의 배우자 소개를 부탁하기 전에 오늘 해야 할 일이 바로 자녀들의 배우자 기도입니다. 지금은 우리 자녀들의 배우자를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