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브로시우스 주교는 로마의 주교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졌지만, 그는 늘 겸손했다. 불의한 정치나 자본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다. 반면에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그들을 위한 사역을 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보물이며 교회의 재산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사역했다. 그는 나눔과 섬김을 삶으로 모범을 보였던 사역자였다. 그는 로마 황제보다는 가난한 백성들을 섬기기를 원했고 사회적 약자들의 벗이 되었다.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40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발휘되었다. 암브로시우스가 저술한 대부분 책은 그의 설교를 속기로 기록해 편집한 것들이었다. 그만큼 암브로시우스의 설교는 완성도가 높았다. 이렇게 완성된 책이 <6일 창조론> <죽음의 선함에 대하여> 등이나 <나봇 이야기> <토빗 이야기> 그리고 <아브라함 이야기>도 설교 형태다.
암브로시우스는 묵직한 교리서도 남겼다. 이런 교리서는 이단들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고, 신학을 세우는 논쟁자료였다. 유사파와 아리우스파를 대항하여 교리를 옹호한 <신앙론>이 유명하다. 당시 성령을 무시하거나 성부와 성자에게 종속된 어떤 것쯤으로 여기는 이단과 잘못된 신앙인들을 위해 성령의 완전한 신성과 인격성을 강조한 <성령론>도 암브로시우스의 수작이다.
암브로시우스는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몸소 실천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는 금욕적인 삶을 강조하며 수도원 생활과 경건 훈련을 강조했다. 암브로시우스의 영향으로 밀라노와 주변에 많은 수도원이 생겼다. 당시만 해도 수도원은 교회와 연결되어 있었고, 수도사이면서 감독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들이 교회의 국교화와 타락을 막은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암브로시우스도 도시 안에서 수도원을 건립하고 교회와 연계된 수도 생활의 모범을 보였다.
아울러 암브로시우는 도덕적인 삶의 원칙과 교훈을 담은 책도 썼다. 그는 성도들의 삶을 지도하려고 <과부론> <동정론> <동정 예찬> 등을 썼다. 이런 윤리서들은 스스로가 원했던 금욕적인 생활의 성경적 근거와 방법들을 설명한다. 암브로시우스는 목회자의 삶을 위한 <성직자의 의무>를 썼다.
암브로시우스는 인문학을 공부했고 법률가가 되었고 공직자가 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독으로 부름을 받았다. 그는 세례받은 지 7일 만에 안수를 받았고, 성직자가 된 후에 성경공부와 신학공부를 통해서 성직자의 삶을 배웠다. 그는 훌륭한 성직자로 성장했고 훌륭하게 성직을 수행했다.
이런 암브로시우스가 후배 성직자들을 위해 쓴 책이 <성직자의 의무>다. 암브로시우스는 이 책에서 성직자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덕행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책은 성직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기독교인 전체의 도덕 규범을 제시했다. 암브로시우스는 성경에 바탕을 둔 보편적 그리스도교 윤리 규범을 위해 <성직자의 의무>를 썼다.
이런 점에서 <성직자의 의무>가 교회사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이 책은'최초의 그리스도교 윤리 교과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성직자의 의무>는 교부 시대를 지나 중세를 거치면서 성직자와 공직자의 고전이 되었다. <성직자의 의무>의 핵심 주제를 흔히 올바름과 이로움이라고 본다. 이것은 올바른 것이 이롭다는 암브로시우스의 논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암브로시우스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대단히 진보적인 사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하여도 세심한 가르침을 남겼다. 그는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었다. 아울러 그는 긍휼을 중시했다. <성직자의 의무>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 불의에 대한 거룩한 분노와 정의를 갈망하는 그의 마음을 담았다. 암브로시우스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분배 정의, 공동선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며 현대사회 교리의 원천이기도 하다.
암브로시우스는 <성직자의 의무>를 쓰면서 고대 로마 정치가 키케로의 <의무론>을 뼈대로 삼았다고 한다. 키케로는 암살당하기 1년 전에 자기 아들 마르쿠스를 위해 <의무론>을 썼다. 키케로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키케로는 아들에게 성공적인 삶을 위해 도덕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태와 쾌락의 위험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반면 암브로시우스는 <성직자의 의무>를 통해서 아들과 같은 후배 성직자들에게 성직자가 갖추어야 할 덕행과 사회적 책무를 가르쳤다. 키케로의 <의무론>의 틀에다 고전 철학과 윤리 사상을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었다. 성직자의 윤리 교과서 같은 책은 성직자가 지녀야 할 품성을 성경의 본보기를 제시하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평가받는다.
암브로시우스는 이 책에서 성직자에게 침묵의 덕을 강조하고 아울러 목회자의 염치를 강조한다. 염치야말로 인간의 근본 조건이니 두꺼운 낯짝으로 파렴치하고 몰염치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매서운 당부를 한다. 이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현대인에게 여전히 따끔한 돌직구입니다. 나아가 <성직자의 의무>는 기독교 사회의 지도자들인 성직자가 성도를 향한 자세를 다뤄 서양의 목민심서(牧民心書)라 할 수 있습니다.
암브로시우스의 <성직자의 의무>는 성직자와 공직자를 아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생활규범이자 서양 도덕 정신의 바탕이 되었다. 비록 종교가 다르더라도 지성인이라면 기꺼이 따라야 할 덕목인 셈이다. <성직자의 의무>는 암브로시우스의 "행복론"을 보여준다. 인간은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은 세상 철학과 완전히 구별되는 차원 높은 신앙 행복론이다.
나아가 <성직자의 의무>는 또 암브로시우스의 "우정론"도 담았다. 암브로시우스는 키케로의 <우정론>을 참고로 그리스도인 우정론을 썼다. 키케로는 라일리우스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위들인 판니우스와 스카이볼라에게 자신의 친구 스키피오와의 우정에 대해 말한 것을 스카이볼라가 키케로에게 전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우정론은 암브로시우스의 우정론과 마테오리치가 쓴 우정론이 유명하다. 이 작품들은 추후에 상론(詳論)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