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합법 집회 보장" 주장에
시 "허가 없이 도로 막지 말라"
홍 시장 "도로 막는 축제 불법"   

도시 한복판 중심가 도로를 무단 점거한 채 강행된 대구 퀴어축제 때문에 경찰과 공무원이 대치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9년부터 대중교통을 차단한 채 대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진행돼 왔는데, 대구시에서 올해 "주말 번화가 도로 불법 점거는 시민 불편 때문에 안 된다"고 원칙적 대응을 천명했기 때문.

대구시는 오전 7시부터 퀴어축제 측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공무원 500여 명을 동원했으나, 사태는 엉뚱하게 흘러갔다. 경찰 병력 1,500여 명이 "합법 집회는 보장해야 한다"며 대구시 공무원들을 막아서면서, 국가기관 간의 몸싸움이 벌어진 것.

이날 공무원과 경찰 간 초유의 대치 상황은 홍 시장의 입장 발표 후 공무원들이 철수하면서 해소됐다.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이 무산돼 퀴어축제도 예년처럼 도로를 막은 채 진행됐다. 

대구시 측은 도로법 74조를 근거로 퀴어축제 측 부스 및 무대 설치 차량을 막는 행정대집행을 계획했다. 퀴어축제 측이 도로점용 허가도 받지 않고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축제 장소로 지정해 도로를 점거하고 행사를 치르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오전 경찰이 공무원들을 막아서자 "퀴어축제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도로를 점용 허가 없이 무단 점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불법을 방조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경찰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퀴어축제 차량 진입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동성로 상인회 등이 퀴어축제 측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법이 기각한 점도 반영됐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성명에서 "적법 신고를 마친 집회에 도로점용 허가를 요구하는 것은 집회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질시키는 일"이라며 "검사 출신으로 법을 잘 아는 홍 시장이 왜 이러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도로법 시행령에 따라 관할청에 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도 퀴어축제처럼 집회 신고만으로 도로 점용이 가능해질 경우, 크고 작은 이유로 집회를 할 때마다 도로를 점용할 수 있게 돼 교통질서는 엉망이 되고 시민들 불편이 극심해지는 것은 물론, 극단적으로는 도로 주정차 등을 막을 명분도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집회 자체 문제가 아니라 퀴어축제 측의 안하무인 격 '도로 무단 점용'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구시 입장인 것.

이에 대해 홍준표 시장은 16일 "내가 퀴어축제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도로 불법점거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마치 좌파들이 자기들 축제를 못하게 막는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앞서 "퀴어축제 때 도로 불법점거를 막겠다고 하니, 경찰 간부가 그러면 집회 방해죄로 입건한다고 엄포를 놓는다"며 "교통방해죄로 고발한다고 하니, 교통방해죄 구성요건을 설명해 주겠다고 설교도 했다"고 개탄했다.

또 "법원 가처분 기각 결정문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했지,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며 "도로를 점거하지 말고 인도나 광장을 이용해 집회하면 누가 반대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찰인지, 퀴어축제 옹호경찰인지 참 어이가 없다"며 "요즘 경찰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공권력이 불법 도로점거 시위 앞에 왜 이렇게 나약해졌는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